국가 전체로는 전 국민 80% 대피 공간…대피소엔 30cm 방폭문 두겹
지하 25m 아래…핵이나 생화학 공격 견디도록 설계도
지하벙커 (※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북유럽 중립국인 핀란드에서 국방 전략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쟁에 대비한 지하 벙커가 주목받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3일(현지시간) 수도 헬싱키에 있는 지하 대피소 한 곳을 직접 방문하고 러시아의 위협에 대비해 핀란드가 방위 강화에 들이는 노력을 조명했다.
핀란드는 스웨덴과 함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추진하고 있으나, 러시아는 핵무장 강화 등을 언급하며이들 두 나라에 경고하고 있다.
헬싱키 중심부 근처에 있는 스포츠단지 '하카니에미 아레나'의 지하 25m 아래에는 핵이나 생화학 공격을 견디도록 설계된 대피공간이 있다.
평소에는 일반적인 스포츠시설로 사용되다가 위기 상황이 최대 6천명까지 들어가 몸을 숨길 수 있는 지하 생활공간이 만들어졌다.
일반인 출입이 통제된 곳에는 침대나 공기 청정시스템, 간이 화장실 등 생존 필수품들이 구비돼있다. 대피소에는 30㎝짜리 방폭문이 두 겹으로 설치돼 외부로부터 안전하게 막아준다.
현재 헬싱키에 있는 벙커는 5천500개가 넘는데, 이는 헬싱키 인구(65만명)를 훌쩍 넘는 90만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민간 벙커가 대부분(5천440개)이다.
인구 약 556만인 핀란드 전체로 따지면 5만4천여곳에 대피공간이 마련돼있다. 전 국민의 80%인 440만명을 수용할 수 있다.
민방위 교관 토미 라스크는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TV와 라디오, 웹사이트, 애플리케이션, 사이렌 등을 통해 대중에 공지하고, 주민들은 음식과 옷가지를 챙겨 가장 가까운 대피소로 안내받는다고 설명했다.
라스크는 구체적인 정보는 밝히지 않았지만 정부에게는 대피소에 있는 주민들이 수 주 동안 음식과 물을 받을 방법이 있다고 암시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방 전략에 대한 핀란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핀란드가 중립국 지위를 탈피하고자 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달 29일 회담한 안 린데 스웨덴 외무장관(왼)과 페카 하비스토 핀란드 외무장관 |
핀란드는 오랜 군사적 비동맹주의 정책의 원칙을 깨고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했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논의를 진행 중이다. 지난 1일 안 린데 스웨덴 외무장관은 핀란드가 나토 가입을 신청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민방위를 감독하는 핀란드 내무부 산하 구조서비스청의 킴모 코흐바카 국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알 수 있듯이) 오늘날 전쟁은 여전히 민간 건물을 파괴한다. 정밀한 공격이 아니다"라며 "국민을 보호할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린 작은 나라이고 역사와 지정학을 생각했을 때 대중들은 좋은 안전·안보 체계가 있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며 "우린 그 어떤 것이 와도 준비가 되도록 준비성을 키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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