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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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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경기는 맞고 BTS공연은 틀리다? [삶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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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지난 3월 24일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 관중들(왼쪽)과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3월 13일 개최된 BTS 콘서트장. 연합뉴스, 독자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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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개최된 방탄소년단의 콘서트는 유례없이 고요했다. 기존 객석 규모의 4분의 1만 개방했고 함성, 구호, 합창, 나아가 기립까지 전면 금지됐기 때문이다. 팬들이 그토록 그리던 2년 반 만의 콘서트에서 침묵을 지키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은 아니었으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 그 비난의 화살이 아티스트에게 향할까 봐 팬들은 규제를 철저히 지켰다.

그런데 3월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이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경기를 보고, 많은 팬들은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거리두기 규제도 없이 객석이 가득 차 있었으며, 마스크는 쓰고 있었으나 관중들은 탄성을 내지르며 일어서서 열광하고 있었다. 코로나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 두 행사의 무엇이 그렇게도 달랐을까? 야외 경기장에서 젊은 남성들이 멋진 퍼포먼스를 펼치는 건 똑같은데 말이다. 코로나 시국에 완벽한 행정 절차를 기대할 수는 없더라도,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불만은 당연했다. 아무리 방탄소년단이 국가 경제를 살리고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향상시켜도 여전히 존재하는 대중음악에 대한 편견이 아니라면 이 상황을 설명할 길이 없다. 예술체육요원 대체복무제도만 봐도 그렇다. 클래식 음악과 무용만이 국가적으로 진지하게 고려될 가치가 있는 예술로 인정되고 있음을 병역제도 자체가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대중음악에 대한 편견에 더해 여성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아이돌 팬덤에 대한 편견 역시 뿌리가 깊다. 자신이 아이돌 팬이라고 밝히면 주변으로부터 한심하다는 듯한 시선과 잔소리를 듣는 경우는 일상다반사다. 하지만 축구 팬임을 밝혔을 때 그런 부정적인 반응을 겪는 경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여성 팬들이 많은 경우 극성스럽고 정신 나간 집단으로 치부된다. 록 밴드도 여성 팬이 많을 때는 음악성이 떨어진다는 비난을 받는다. 이런 편견이 있지 않고서야 야외 공연장에서 '기립'조차 불허하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트위터에서 한 팬은 이렇게 지적했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은 종종 혐오적, 억압적인 프레임에 갇히거나 스스로를 가둔다. 예를 들어 '빠순이들이 소리 지르며', '애엄마가 애는 나 몰라라 하고'에서부터 '오빠들 인장 달고 정치적 발언은 자제하자'까지." 여성 팬들에게 파고든 통제는 너무도 일상적이라 그것을 사회·정치적 억압이라고 인지하기도 어렵다. 앞서 언급한 팬이 "우리는 이런 구조적 성차별과 억압에서 스스로 벗어나고, 서로의 경험을 논의하며, 양성평등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사회·정치적 개입을 해야 한다"고 말한 데는 그런 배경이 있을 테다.

사적인 것으로만 여겨지는 일상의 정치적 차원을 직시해야 한다. 정치적 문제가 내 삶과 별 상관없다고 믿는 것은 나의 삶을 억압하고 나의 존재를 비하하고 내 목소리를 앗아가는 기득권의 소망을 충족시킬 뿐이다. 우리의 경험과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우리'가 누구인지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타인의 목소리가 아닌 우리의 목소리로 담아냄으로써 우리는 스스로를 정의해야 한다. 유명한 말처럼, 변화는 문제로 정의된 이들이 문제를 재정의할 힘을 가질 때 시작된다. 우리와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에 대한 정의를 우리가 일어서지도, 목소리를 내지도 못하게 하는 사회에 맡기지 말자. 정의는 우리의 몫이다.
한국일보

이지영 한국외국어대 세미오시스 연구센터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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