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이용안 기자] [금융당국, 5년 지나서야 비조치 검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뚜렷한 법적 근거 없이 콜,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를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전문은행법(인뱅법)에 따르면 인뱅은 법인에 대한 신용공여가 금지돼 있어 대형 법인들과 단기금융시장 내 거래가 불가능하다. 금융당국은 아무런 제재 없이 최근 비조치 의견서를 통해 인뱅들의 콜, RP거래 등을 허용하기로 했다.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제8차 정례회의에서 인뱅법상 법인 신용공여 금지 규정에 대한 검토 보고를 했다. 현행 인뱅법 6조에 따르면 인뱅들은 중소기업 외 다른 법인에 대한 신용공여가 금지돼 있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단기금융시장이란 정부, 금융기관, 기업 등이 단기적인 자금 과부족을 조절하기 위해 보통 만기 1년 내 단기금융상품을 거래하는 시장이다. 국내의 경우 콜, 기업어음(CP), 양도성예금증서(CD), RP, 통화안정증권 시장 등으로 구성된다.

보통 시중은행은 한국은행에 지급준비금을 예치할 때 단기금융시장에서 단기자금을 찾는다. 여유 수신을 투자해 이자이익을 얻기도 한다. RP의 경우 이자율이 기준금리를 기반으로 매겨지는데, 약정 만기에 비례해 이자를 얻을 수 있다.

콜, RP 거래대상은 한은을 비롯한 금융기관 등이다. 한은은 한국은행법에 따른 특수법인이고 금융기관 역시 법인이어서 법인에 대한 신용공여를 금지하는 인뱅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거래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인뱅들은 출범 후 콜, RP거래를 지속해왔다. 케이뱅크는 출범 직전인 2017년 1월 1000억원 규모의 콜거래와 1500억원 규모의 RP거래를 했다. 이후 여유 자금을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RP에 투자해왔다. 카카오뱅크도 출범 후 RP 거래를 이용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인뱅법의 법인 신용공여 금지 규정이 인뱅들의 타 금융기관과의 단기금융상품 거래를 막을 의도로 만든 건 아니다"라며 "비조치 의견서를 통해 오해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을 해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규정 검토를 너무 늦게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5년간 인뱅들이 규제 사각지대에서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도 콜, RP거래를 해왔기 때문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은행이 자금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단기금융시장을 이용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나, 인뱅은 규정상 문제가 될 부분들을 미리 검토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용안 기자 king@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