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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물가와 GDP

내달 이후 풀리는 현금만 25조…추경, 고물가에 기름 부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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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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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60조원에 달하는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확정하고, 소상공인 370만명에게 최대 1000만원의 손실보전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저소득층,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택시·버스기사 등 피해 계층에는 최대 200만원의 생활자금을 지원한다.

정부는 추경 재원 대부분을 적자국채 발행 없이 초과세수와 지출 구조조정 등으로 조달해 국가재정에 미치는 악영향을 제거했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세수추계 오차를 내면서 재정당국의 신뢰도가 다시 도마에 오르게 됐다. 또한 추경 집행에 따라 25조원 규모의 현금 지원금이 일시에 풀리면 시중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정부는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단일 추경으로는 역대 최대인 59조4000억원 규모 2차 추경안을 의결했다. 이번 추경에는 초과세수 발생에 따라 지방에 이전해야 하는 교부세 23조원이 포함돼 있어 이를 제외하면 소상공인 등을 위한 실질적 추경 규모는 36조4000억원이다.

이번 추경안의 핵심은 코로나19 방역조치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게 총 23조원의 손실보전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정부는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이 부족했던 부분을 보전하고자 370만개 업체에 대해 업체별 매출액과 피해 수준, 업종별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뒤, 업체당 최소 600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의 손실보전금을 주기로 했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최소 600만원의 손실보전금을 일괄 보장하고, 여행업·항공운송업·공연전시업·스포츠시설운영업·예식장업 등 전체 매출이 40% 이상 감소한 업종에 속한 사업체 중 개별 업체 매출 규모(연 4억원 이상)와 매출 감소율(60% 이상)에 따라 최대 1000만원까지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추경호 국무총리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1·2차 방역지원금(400만원)까지 포함하면 최소 1000만원에서 최대 1400만원까지 지원함으로써 국민께 약속드린 것 이상으로 지원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부는 저소득층의 실질 구매력을 보강하기 위해 227만가구에 가구당 최대 100만원의 생활안정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방과후 강사, 보험설계사 등 특고와 프리랜서 70만명에게 100만원의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지급하고, 법인택시 기사, 전세버스 및 비공영제 노선 버스기사 16만1000명에게200만원의 소득안정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소상공인 손실보전금 23조원을 비롯해 저소득층 생활안정지원금(1조원), 고용·소득안정지원금(1조1000억원)을 합하면 이번 추경으로 인해 풀리는 현금 지원금은 25조1000억원에 달한다. 정부가 추경안을 13일 국회에 제출하면 여당인 국민의힘이 지방선거 전에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6월부터 지원금이 풀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각에서는 막대한 돈이 풀리면서 고물가 위협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추경을 통해 풀리는 현금은 2020년 코로나19 국면에 지급했던 전 국민 재난지원금(12조2000억원)보다도 규모가 2배 이상 크다.

대부분 매출에 타격을 받은 소상공인에게 지원되기 때문에 받은 돈을 직접 소비하기보다는 빚을 상환하는 데 쓸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총생산(GDP·2057조원)의 1.2%에 달하는 자금이 생산 활동과는 무관하게 정부가 주는 현금(이전지출)을 통해 집행되는 만큼 생산성을 늘리는 데는 기여하지 못하고 시중에 돈만 풀려 물가 상승만 부추길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많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추경 지원으로 물가가 0.1%포인트에서 0.3%포인트 상승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풀린 현금이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또다시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비자가 예상하는 향후 1년의 물가 상승률인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 3.1%로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추경안에 손실보상 소급 적용 예산 8조원 등을 더해 총 47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지원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이 밖에도 이번 추경에 소상공인 손실보상 제도의 보정률을 100%로 올리고 분기당 손실보상 하한액을 100만원으로 상향하는 데 1조5000억원을, 소상공인 신규 및 대환 대출, 채무조정에 1조7000억원을 각각 반영했다. 진단검사, 격리 입원치료, 생활지원과 일반의료체계 전환에 따른 치료제 공급 등 방역 소요 보강에는 6조1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초과 세수 덕분에 적자국채 없는 추경 목표는 달성했지만, 2년 연속 세수추계 시스템에 심각한 구멍이 났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작년 7월 본예산을 짤 때 추계한 올해 국세 수입은 약 343조3000억원이었지만 2차 추경 기준으로는 396조6000억원까지 오른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초과세수 53조2000억원의 '주범'은 법인세다. 기재부는 올해 법인세수를 총 104조1000억원으로, 본예산 당시 전망치(74조9000억원)보다 29조1000억원 늘렸다. 이 밖에 양도소득세가 본예산보다 11조8000억원 증가한 34조2000억원으로, 근로소득세가 10조3000억원 늘어난 58조원으로 각각 전망됐다.

추 권한대행은 "법인세는 이미 30조원 플러스 알파가 거의 확정 (초과)세수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번에 세입경정한 초과 세수 53조원도 상당히 보수적으로 제시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김정환 기자 / 전경운 기자 /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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