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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추가경정예산 편성

美긴축·中침체·韓추경…원화값, 바닥이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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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인플레이션 우려와 미국 통화당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원화값이 폭락했다. 1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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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이 미국의 높은 인플레이션, 중국의 경기 둔화, 한국의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이란 삼중고 악재에 빠졌다. 달러당 원화값은 세계 금융위기 이후 약 13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새 정부 출범 과정 중에 발생하는 정책 혼선까지 더해지며 원화값이 급락하고 있는데도 당국이 침묵으로 일관해 외환시장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12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달러당 원화값은 전날 종가(1275.3원) 대비 13.3원 하락한 1288.6원으로 마감했다. 원화값이 1285원 아래로 내려간 건 2009년 6월 세계 금융위기 이후 약 13년 만이다. 이날 외환시장은 예상을 웃돈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8.3% 상승하며 전문가들 예상치인 8.1%를 웃돌았다.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더 강한 긴축을 단행할 수 있다는 우려에 안전 자산인 달러 매수세가 더해졌다.

원화값은 중국의 위안화 가격과 동조화 현상을 보이며 달러 대비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펼쳐 경기 둔화 우려가 높아지자 위안화 가치도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이날 홍콩 역외시장에서 달러당 위안화값은 6.78위안까지 떨어지며 2020년 10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11일 중국의 3위 부동산 개발사인 수낙차이나가 채권 이자를 지급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최대 수출국이란 측면에서 중국 부동산 시장의 이상 징후는 우리나라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추경 편성이 원화 가치 하락을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이날 '59조원+α' 규모 추경을 편성하기 위한 임시 국무회의를 열었다. 이번 추경은 코로나 영업제한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1인당 최소 600만원을 지급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소상공인 손실보상액이 일시에 지급된다면 시중 통화량이 급격히 늘어나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서정훈 신한은행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으로부터 인플레이션을 수입하며 물가 상승률이 높아지고 있는데, 추경까지 더해지면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라면서 "추경으로 인해 통화 가치 하락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날 외환시장은 높은 변동성을 보였지만 외환당국은 구두 개입을 하지 않았다. 이 같은 침묵이 원화 가치 하락에 일조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원화값 급락에도 불구하고 메시지가 나오지 않은 것을 두고 시장 참가자들은 정부 교체 과정의 혼선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원화 가치 급락은 5월 예정된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준이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넘어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와 기준금리 격차가 좁혀지면 원화 가치 하락이 더 가팔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 선임연구위원은 "현재의 원화 가치 움직임과 추경으로 인한 물가 상승폭을 감안할 때 이달 열리는 한은 금통위에서 통화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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