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수입 400조에 법인세만 100조원대 전망…1차 추경 이후 넉달 만에 세입경정
정부 "확실한 세수 증가 요인만 반영…보수적으로 본 수치"
文정부의 '세수 과소 추계 정상화' 지적도
추경 당정 참석하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
(세종=연합뉴스) 차지연 곽민서 기자 = 하반기 경제 불확실성이 부쩍 높아진 가운데 정부가 올해 53조원을 넘는 초과 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정부 세수 추계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최대한 예측 가능한 세수만 추계에 반영한 만큼 충분히 전망치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 올해 법인세만 100조원대 전망…양도세 34조원·종부세 8.6조원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두 번째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53조3천억원 규모의 초과 세수를 반영한 세입 경정을 진행했다.
세입 경정은 당초 예산 편성 당시 예상한 국세수입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될 때 세입 전망치를 수정하는 조치다.
이에 따라 올해 세입 예산은 343조4천억원에서 396조6천억원으로 53조3천억원 늘어나게 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본예산 대비 50조원을 넘는 초과 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 것이다.
세목별로 보면 올해 법인세가 104조1천억원으로, 세입 예산보다 29조1천억원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작년 법인세 실적치를 33조7천억원 웃도는 규모다.
정부는 지난해 반도체·금융·철강 등 법인 실적이 대폭 개선된 데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올해 법인세는 작년 법인 영업 실적에 대해 납부하게 되는데, 지난해 코스피 12월 결산법인의 개별기준 영업이익(106조8천억원)은 전년 대비 58.2% 증가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법인세는 올해 들어 지난 3월까지 전년 대비 10조9천억원 증가했고, 4월 법인세 분납 징수와 8월 중간예납으로 약 20조원이 추가로 들어올 전망이다.
법인세 30조원은 사실상 확정적인 세수 실적으로 잡힌다는 것이다.
지난해 부동산 시장 과열로 급증했던 양도소득세(34조2천억원) 역시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당초 정부는 올해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양도세수 확보를 장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이번 세입 경정을 통해 올해 양도세 전망치를 예산보다 11조8천억원 늘려 잡았다.
근로소득세(58조원)도 최근 고용 호조에 힘입어 10조3천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물가 상승과 직결되는 부가가치세(79조3천억원)의 경우 1조8천억원 증가가 관측됐다.
이외 상속·증여세(15조9천억원)가 2조8천억원, 종합부동산세(8조6천억원)가 1조2천억원 각각 늘어날 것으로 추계됐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에 세입 경정한 세수 추계 수정치도 상당히 보수적으로 보면서 제시한 수치"라며 "최소한 올해 세수는 이 정도거나, 이보다 조금 더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2차 추경 세입 경정 |
◇ 1월 1차 추경땐 적자국채 발행 했는데…5월에는 초과세수
이로써 정부는 올해 1월 1차 추경 이후 넉 달 만에 세입 경정을 진행하게 됐다.
당시 정부는 11조3천억원의 적자 국채를 발행해 16조9천억원 규모 추경을 편성했으나, 그로부터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50조원이 넘는 초과 세수 확보를 발표하면서 논란을 자초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1차 추경 때는 1월 세수 실적도 확인되지 않은 시점이었고, 변동성이 큰 법인세 실적은 3월 말 신고 이후 4월 중에 파악이 가능하다"며 "당시 세입 경정을 하기는 곤란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외환위기 등 경제 위기 상황을 제외하고 1분기에 세입 경정을 진행한 사례는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2분기 세입 경정이 다소 이른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올해 도입한 세수 추계 개선 방안에 따라 매뉴얼대로 세수 재추계를 진행했고, 국세청·관세청 등 징수 기관과 외부 전문가의 검증을 거쳤다는 것이다.
지난 2월 정부가 발표한 개선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3월 누계 국세 수입 실적 진도비가 과거 5년 평균을 일정 수준 이상 웃돌 경우 조기 경보 시스템을 발동해 세수를 다시 추계해야 한다.
[그래픽] 세수추계 오차 추이 |
◇ 대규모 초과세수에 '펑크' 우려도…"확실한 세수 증가 요인만 반영"
일각에서는 50조원이 넘는 초과 세수를 정부가 실제로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통상적으로 정부 세입은 경제 경상성장률에 비례하는데, 올해는 성장률 둔화가 거의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3.1%를 제시하고 있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주요 기관들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대 중후반으로 하향 조정했다. 정부도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정부는 "확실한 세수 증가 요인만 반영해 초과 세수를 집계했다"고 강조했다.
하반기 경기 둔화가 올해 세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며, 물가·환율·유가 상승 등이 추가적인 세수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추경 편성을 위해 올해 세수를 의도적으로 늘려 잡은 게 아니냐는 지적에는 "매월 세수 실적이 공개되는 상황에서 인위적으로 세수를 늘릴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 역시 '세수 펑크' 우려에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그는 "경제 변수에 의한 불확실성이 있지만 그런 변수들이 사실상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번 세수 추계는 실적에 기반한 것으로, 낙관적이고 불확실한 경제전망에 기초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로는 지난해 문재인 정부에서 편성한 올해 세입 예산이 애초에 낮은 수준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세정 전문가는 "지난해 세입 예산 편성 당시 예산이 과소 추계됐고, 올해는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ms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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