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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중국 외교부장, 박진 외교장관 통화 “핵심이익 존중하고 디커플링 반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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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장관(왼쪽)과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 16일 화상 통화를 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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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첫 통화에서 새 정부의 외교적 균형추가 미국 쪽으로 기우는 것에 대한 분명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는 양국이 “각자의 발전 경로와 핵심 이익을 존중하고 디커플링에 반대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가 미국 주도 경제협력체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하려는 것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17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지난 16일 박 장관과의 화상 통화에서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고 중국과 한국은 이사할 수 없는 영구적 이웃이자 분리할 수 없는 파트너”라며 “양국은 서로의 발전 경로와 각자의 핵심 이익, 문화와 전통·관습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이어 양측이 상생협력과 평화 유지, 개방과 포용을 견지해야 한다며 “역내 개방과 포용을 유지하고 신냉전의 위험을 방지하며 진영 대항에 반대하는 것은 양국의 근본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국은 상호 이익 협력을 강화해야 하며 중국의 거대 시장은 한국의 장기적인 발전에 끊임없는 동력을 제공할 것”이라며 “디커플링(탈동조화)의 부정적 경향에 반대하고 글로벌 산업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왕 부장의 발언은 대만, 홍콩, 신장 문제 등 자국의 핵심 이익을 고리로 압박을 강화하는 미국의 행보에 동참하지 말라는 우회적 경고로 읽힌다. 중국 외교부가 보도자료에 “박 장관은 한국 측이 시종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한다고 말했다”며 한국 측 자료에 없는 내용을 명시한 것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또 중국의 거대 시장을 언급하며 디커플링에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한국이 미국 주도 IPEF에 참여하려는 것에 대한 견제이자 불만의 표시로 이해된다. 이번 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일 순방 때 출범할 것으로 알려진 IPEF는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을 기반으로 경제 영토를 넓히려는 중국을 견제하는 성격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중 외교장관 통화가 이뤄진 이날 국회 시정연설에서 “방한하는 바이든 대통령과 IPEF를 통한 글로벌 공급망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IPEF 참여 가능성 시사했다.

왕 부장은 이날 “한국 속담에 군자대도행(君子大道行·군자는 큰 길로 간다)이라는 말이 있다. 윤 대통령은 상호 존중과 협력 정신에 입각해 한·중관계의 새 시대를 열자고 했고 중국은 이를 환영했다”며 올해 한·중 수교 30주년을 계기로 양국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자고도 제안했다. 그러면서 소통과 조정, 호혜적 경제 협력, 민간 교류, 국제협력 강화라는 한·중관계의 4개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정상 외교와 각급 당국자간 소통을 강화하고 각 분야 경제 협력과 인적 교류 등을 확대해 가자는 것이다. 그는 “중국은 시종일관 한국과 중·한관계를 전략적이고 포괄적 각도에서 바라본다”며 수교 30년 동안 풍파를 겪으며 발전한 양국 관계를 소중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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