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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총리 공백 장기화···“제왕적 대통령의 ‘영치주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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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17일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한 후자는 절차를 다 밟지 않은 신분인 탓에 이날 기념일 하루 전 개인자격으로 참배하게 됐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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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절차가 지연되면서 국정 공백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총리 권한대행을 하면서 사실상 정부가 ‘총리 서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국정운영 안정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소야대 국회가 정부 인선에 제동을 걸고, 대통령실은 국회를 건너뛰는 악순환이 이어질 우려도 제기된다. 국회를 통한 입법 대신 시행령을 통한 ‘영치주의’로 자칫 제왕적 대통령 구조가 공고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추 부총리는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국무회의는 대통령과 총리가 번갈아 주재한다. 그러나 총리가 공석인 탓에 총리 권한대행인 추 부총리가 대신 주재한 것이다. 추 부총리는 국무위원인 일부 부처 장관에 대한 임명 제청권도 행사했다.

총리 공백이 이어지는 이유는 한덕수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 표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 후보자가 법률사무소 김앤장 고문 재직 시절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고액의 고문료를 받은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일부에서는 고위 관료 출신인 한 후보자가 전관예우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한 후보자는 결백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민주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과 한덕수 총리 후보자 인준을 연계해 거부하는 기조여서 여야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한동훈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더구나 ‘조국 사태’를 수사 지휘한 인물이어서 민주당 입장에선 눈엣가시 같은 인물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총리 후보자 인준 조건으로 법무장관 후보자 낙마를 내세우는 눈치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한 후보자를 적극 엄호하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민주당을 향해 “굉장히 정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한 후보자가 노무현정부 당시 총리를 지낸 점을 언급하며 “15년 전에 괜찮았던 분인데, 지금 와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다소 무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전날 민주당의 총리·법무장관 후보자 연계 방침을 두고 “누구를 임명하기 위해 누구를 희생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구태정치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취임 후) 1호 안건으로 사인해서 국회로 보낸 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본회의 일정을 잡겠다는 이야기 자체가 전혀 없다”며 “민주당이 다수당으로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한덕수·한동훈 연계 방침에는 “현대판 연좌제도 아니고, 그런 조건을 거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박병석 국회의장이 총리 인준안을 직권상정해 표결에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실제 표 대결이 붙을 경우 민주당(167석)에 비해 열세인 국민의힘(109석)이 불리한 입장이다.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채진원 교수는 “총리 공백이 길어지면 정부가 새로운 일과 혁신을 못 하게 된다”며 “새로운 법 제도보다 시행령으로 할 수 있는 것밖에 못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채 교수는 “그렇게 되면 국민이 볼 때 입법부는 ‘방해꾼’으로 비쳐 정치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제왕적 대통령을 더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인천대 이준한 교수(정치외교학)는 “(총리 인준을 위해) 자유투표를 해서 절차를 밟아야 될 것”이라고 했다. 설령 인준안이 부결되더라도 다른 후보를 서둘러 물색할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다. 연세대 양승함 명예교수(정치외교학)는 “법무장관 임명보다 급한 것은 총리 임명”이라며 “윤 대통령이 법무장관 임명을 강행하고 총리 인준을 늦추는 결정을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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