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수주고 회복 빅3 1Q 적자
이미 계약 원자재값 인상 부담 ‘끙끙’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세계에서 손꼽히는 국내 조선업 빅3의 풍요 속 빈곤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굵직한 물량의 수주를 잇달아 확보하며 올해 목표치를 절반이나 확보했음에도 인력난에 원자재값 인상까지 더해지며 적자탈출 가능성은 기대난망이 되고 있다.
수주 고에도 적자폭 확대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빅3 조선사인 대우조선해양(042660)은 지난해 1분기 212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4701억원으로 적자폭을 늘렸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분기 5067억원의 영업손실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94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분기 28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올해 1분기에는 217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부문 지주사 한국조선해양(009540)은 3963억원, 현대미포조선(010620)은 61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를 지속했다.
조선업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물동량이 감소하면서 긴 침체에 빠졌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전세계 대유행)으로 각국에 봉쇄령이 내려지며 침체기는 더 길어졌다. 그나마 지난해 연말부터 국경이 열리고 선박 수요가 늘자 수주가 늘기 시작하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1∼4월 누계 수주량은 581만 표준화물선 환산 톤수(CGT)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부터 국내 수주량이 급증했는데 2020년 823만CGT에서 2021년 1744만CGT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최근 라이베리아 및 중동의 선사로부터 선박 8척, 1조2836억원 규모를 수주하는 등 지난 1월부터 이달까지 총 80척, 10조원이 넘는 물량을 확보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4개월 동안 친환경 선박 18척 총 6조원 가까이 수주하며 올해 목표의 절반 이상을 달성했다.
조선 5개사 1분기 영업이익 현황(단위=억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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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자재값 고공행진 속 인력난도
이같은 상황에 실적 기대감을 키웠지만, 문제는 반영되더라도 순이익 기대감을 낮춰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선사는 보통 약간의 선수금을 받은 후 완성된 선박의 인도 시점에 계약 대금의 60∼70%를 받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계약하다 보니 계약 후 1년 정도를 현금화 기간으로 계산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쏠리기 시작한 수주물량 일부는 빠르면 3분기나 내년 상반기에나 일부 현금화돼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측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선박 원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후판(선박에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등 원자잿값 상승 여파다. 철강사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락다운(전면 봉쇄) 등으로 철광석과 석탄 등 철강재 원자잿값이 올랐다며 후판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 1톤당 60만원이던 것이 1년만에 110만원까지 올랐고 올해 추가 인상이 예측되고 있다.
조선사들은 선박건조 기간 후판 가격이 올라도 선박 가격에 즉각 반영하기 어려워 결국 가격 인상분만큼 비용을 떠안을 수밖에 없어 반대하고 있지만,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여기에 불황기 진행된 인력 감축으로 현장 인력난도 심각하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조사에 따르면 2014년과 2021년 국내 조선소 인력은 20만3000명에서 9만2000명으로 7년 새 54% 급감했다.
이같은 상황에 2분기와 3분기 영업이익 전망은 마이너가 이어질 거로 예측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컨센서스 추정기관 3곳 이상의 실적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삼성중공업의 2분기 영업이익은 -611억원, 3분기는 -554억원으로 연간 2343억원의 영업손실을 예측했다. 현대미포조선은 연간 영업이익이 271억원으로 예측됐다. 다른 조선사의 전망의 제시되지 않았다.
유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분기 후판 및 기자재 비용 상승 등으로 의한 충당금 적립이 있었기 때문에 연간 흑자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하반기 매크로 지표 추이에 달렸다”고 말했다. 다만 “철광석, 원료탄의 추가적인 가격 강세가 나타나지 않을 때 원만한 실적 개선 흐름이 확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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