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억제 강화…새작계 적용해 핵공격 징후 포착·격파 등 연습계획 마련할듯
한미정상 공동성명에 '핵·재래식·미사일방어' 처음으로 구체적 명시
발언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 |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고도화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양국이 연합으로 억제하고 대응하는 방안 논의에 중점을 둔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이 전술핵무기로 '선제공격'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더 공고하고 구체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양 정상의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 북핵시설 감시·핵사용 징후 탐지·격파 등 연합훈련 논의…새 작계 적용할듯
무엇보다 양국이 북한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연합훈련 필요성 논의를 한 것이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담 후 마련된 기자회견에서 "핵 공격에 대비한 양국의 연합훈련 역시도 다양한 방식으로 필요하지 않으냐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고 밝혔다.
핵공격 주체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당연히 북한을 겨냥한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열병식 연설에서 '국가의 근본이익 침탈 시도'로까지 핵 공격 범위를 넓혔다.
양국 정상이 핵 공격에 대비한 연합훈련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북한이 핵기술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남한에 대한 선제공격 가능성을 시사하며 핵 사용 문턱을 낮췄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한미 국방 당국은 북한의 핵 공격에 대응하는 연합훈련 계획 논의를 조만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핵 공격 대비 연합훈련은 북한의 핵 시설과 기지 감시, 핵사용 징후 탐지, 실제 사용 때 격파 등 분야를 세분화해 연습 및 훈련 계획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연습 및 훈련 계획은 새로 마련된 작전계획(작계)를 준용해 설계될 것으로 보인다. 이 연합훈련은 시뮬레이션을 비롯해 함정 등 전력도 참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미는 작년 12월 양국 국방장관 간 안보협의회의(SCM)를 계기로 신(新) 연합작계 수립에 합의한 바 있다.
작계 수정은 일종의 포괄적 가이드라인에 해당하는 전략기획지침(SPG) 승인을 시작으로 전략기획지시(SPD) 합의, 작계 작성 순서로 진행되는데, 지난 3월 말 SPD 합의까지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인 작성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새 작계가 연말 정도에 구체화할 것으로 보여 북핵 공격 대비 연합연습은 빨라야 내년 정도에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에다 양국이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고자 연합연습 및 훈련의 범위와 규모 확대를 위한 논의를 시작하기로 한 것도 주목된다.
양국 정상 공동성명에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라고 범위를 명기했다. 동·서해 및 남해 공해상에서도 연합훈련을 자주 시행하겠다는 의미다. 훈련 규모를 확대한다는 것은 실제 병력과 장비를 동원한 대규모 훈련을 지칭한다.
대통령실은 한미 연합연습을 '한미 연합연습의 정상화'로 표현했다.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2019년 대규모 야외기동훈련을 포함한 기존 연례훈련(상반기 KR/FE·하반기 FG)을 종료하고 조정된 규모의 상·하반기 연합지휘소 훈련(CCPT)을 실시했다. 연대급 이상의 실기동훈련은 하지 않았다.
연합훈련의 규모와 범위를 넓히면서 일본 자위대를 포함할지도 관심이다. 미측은 지속해서 이를 요구하지만, 정부는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해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연합훈련 확대 논의가 북한의 전술핵 대응뿐 아니라 한미일 연합훈련 참여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 확장억제에 '핵' 명시해 대북 경고·억제메시지 발신…北 '핵선제공격' 위협 반영
이번 정상회담에서 유사시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 전력을 '핵·재래식·미사일 방어'로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양국 장관이 매년 주관하는 SCM 공동성명에는 이런 표현이 담기지만, 한미 최고위급에서 이를 명시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이 전술핵 선제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는 상황에서 '핵은 핵'으로 대응하겠다는 분명한 대북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국가안보실은 "대북 억제 메시지와 및 대국민 안심 메시지를 동시에 발신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래픽] 북한 핵실험 일지 |
아울러 양국 정상은 문재인 정부에서 중단된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조기에 가동하기로 합의했다.
대북 확장억제에 대한 전략·정책적 협의를 위한 EDSCG는 2016년 12에 출범했으나, 2018년 1월 2차 회의를 끝으로 현재까지 열리지 않았다.
확장억제란 미국이 동맹국이 핵 공격을 받거나 위협에 노출됐을 때 본토 위협 시 대응하는 핵무기 탑재 투발수단 등으로 지원한다는 개념이다. 핵무기를 탑재한 폭격기와 핵 추진 잠수함 등의 전략자산을 비롯한 미사일방어망(MD) 전력 등이 이에 속한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명시된 내용은 아니지만, 미측은 그간 SCM 공동성명 등에서 공개적으로 한국에 확장억제력 제공 공약을 밝혀왔다.
양국 정상이 합의한 EDSCG가 조기에 가동되면 확장억제 제공 액션플랜과 미국 전략자산 적기 전개 방안 등이 조속히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EDSCG가 재가동되면 한반도 위기 고조 때 미국 전략자산 전개 등을 적시 논의할 수 있어 확장억제의 실행력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 북한 대형 도발 때 美 전략자산 즉시 전개할듯…공동성명에 반영
양국 정상은 한미간 조율을 통해 미국 전략자산의 적시 전개를 재확인했고, 추가적인 대북 억제 조치를 식별토록 EDSCG 등에서 후속 협의키로 했다.
한반도에 전개될 전략무기는 미국 3대 장거리 폭격기 B-52H, B-1B, B-2 등이다. 항공기 70여 대를 탑재하는 '떠다니는 기지' 핵 추진 항공모함, 사거리 2천500㎞에 이르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탑재한 핵 추진 공격잠수함도 한반도에 출동하는 전략자산이다.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대형 도발을 할 경우 즉시 전개도 예상된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전략자산 실행 계획은 나오지 않았지만 조만간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 외교 및 국방당국 간 고위급 협의, ESSCG 등 여러 채널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대통령실은 한미 간에 외교, 정보, 군사, 경제를 포괄하는 억제 요소(DIME)를 심도 있게 논의해 더 종합적인 대북 억제 및 대응 능력을 극대화하기로 했다.
조남훈 국방연구원 미래전략연구위원장은 "오늘 두 정상의 합의는 전 정부에서 중단·축소된 안보협력을 되살리거나 강화하고 연합태세를 강화하는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 날로 고도화하는 북핵 대응력을 강화한다는 데 양 정상이 뜻을 모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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