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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반드시 됩니다. 저 혼자라도 해보겠습니다. 카카오뱅크."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처음은 '1인 TF'였다. 2014년 하반기 카카오·다음커뮤니케이션 합병이 완료됐을 당시 다음 경영지원부문장이었던 윤호영 현 카카오뱅크 대표가 모바일은행 도전을 선언한다.
내부에서는 반대가 더 컸다. 모바일은행을 만들어 금융을 혁신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은행을 만들려면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규제 영역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엄격한 금융 규제 속에서 혁신이 가능하겠냐"는 회의적 시각이 우세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금융, 그중에서도 은행은 혁신할 수 있는 부분이 많으며 은행업을 혁신하려면 반드시 라이선스를 받고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지지를 이끌어 내고 윤호영 1인으로 구성된 모바일뱅크 TF를 만들었다. 1등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의 미약한 시작이었다. 이후 뜻을 같이하는 다수의 기획자와 개발자가 합류했고 윤 대표는 카카오 모바일뱅크 TFT(태스크포스팀) 부사장을 맡아 카카오뱅크 설립을 추진한다.
올 1분기 말 기준 카카오뱅크 고객 수는 1861만명, 월 활성 이용자 수(MAU)는 1503만명이다. 한국 사람 3명 중 1명은 한 달에 최소 한 번씩 카카오뱅크 앱에 들어가서 금융거래 등을 한다는 뜻이다. 올 1분기 순이익도 668억원으로 광주은행·전북은행 등 웬만한 지방은행 실적을 웃돈다.
총 자산 400조원을 넘으며 덩치가 카카오뱅크의 십수 배에 달하는 시중은행들도 카카오뱅크를 가장 강력한 미래 경쟁 상대로 꼽으며 내부 혁신을 주문하고 있다. 윤 대표가 꿈꿨던 모바일은행이 창대한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이 같은 성취를 두고 금융권 관계자들은 "창의적인 사업 모델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판단력과 실행력을 갖추고 있다" "변화에 대한 적응과 수용에 머무르지 않고 재해석과 본질에 대한 이해를 시도한다"고 호평한다.
2016년 카카오뱅크의 '모바일 온리' 결정은 윤 대표의 추진력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카카오뱅크는 원래 모바일뿐 아니라 PC 버전으로도 기획됐다. 신생회사인 카카오뱅크 임직원들은 크게 '금융권 출신'과 '정보기술(IT) 출신'으로 나뉘었는데 전자는 "비대면으로만 영업해야 하는 상황에서 PC 채널까지 포기할 순 없다"며 인터넷뱅킹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다음 출신으로 후자에 속하는 윤 대표는 "시대가 이미 모바일·스마트폰으로 바뀌었다. '모바일 온리'로 선택과 집중을 하며 완결된 뱅킹 서비스와 프로세스를 구현해야 한다"고 맞섰다. 한 달간의 치열한 논쟁 끝에 방향은 '모바일 온리'로 기울었고, 그렇게 해서 개발된 카카오뱅크 앱의 사용자 경험은 많은 사용자에게 호평받으며 여러 은행이 모방하는 성공 사례가 됐다.
카카오에 오래 근무한 직원들은 윤 대표가 다이렉트보험사 에르고다음다이렉트 설립에 참여하며 쌓은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본다. 2003년 대부분의 보험 가입이 보험설계사와 보험대리점 등을 통해 이뤄질 때 그는 온라인으로 직접 보험을 판매하는 에르고다음다이렉트 설립에 관여했다.
'보험판 카카오뱅크'를 미리 만들어본 셈이다. 지난 2월 기자간담회에서 MAU 증가를 강조한 대목은 윤 대표가 'IT에 기반한 은행' 카카오뱅크 사람이 됐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카카오뱅크는 자산 규모, 수익 규모를 주요 경영 목표로 설정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고객이 얼마나 더 자주 더 많이 카카오뱅크 앱을 사용하는지'가 카카오뱅크의 경영 목표입니다."
2017년 "카카오톡처럼 어르신들도 다 쓰는 국민 앱을 만들겠다"던 다짐도 이뤄지고 있다. 올 1분기 카카오뱅크 신규 고객 중 약 70%가 40대 이상이다. 탄탄한 성과를 바탕으로 윤 대표는 3연임에 성공하며 설립부터 지금까지 줄곧 회사를 이끌고 있다.
'시즌2'를 선언한 '윤호영호' 카카오뱅크는 미래를 내다본다. 지난 3일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윤 대표는 가상화폐 거래소와 제휴 입장을 묻는 질문에 "고객들이 가상자산을 금융상품의 하나로 투자하고 관리하고 있다"며 "고객의 주요한 자산으로 여겨지는 만큼 가상자산을 어떻게 서비스나 비즈니스 형태로 제공할 수 있을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으로도 눈을 돌린다. 윤 대표는 "2022년부터 카카오뱅크는 해외 진출을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며 "카카오뱅크가 가진 비대면 모바일 기술을 바탕으로 한국 금융의 역량을 세계에 보여주겠다"고 했다.
"책임질 테니 마음껏 해봐라"…2030 실무자에게 권한 위임
윤호영의 '대니얼 리더십'
"아들, 딸들이 다니고 싶어하는 은행을 만들자."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의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다. 그가 만들고자 하는 'No.1 소매은행' 카카오뱅크의 기업문화를 담은 말이다. 좋은 기업문화를 만들면 직원들이 신바람 나서 일하며 조직의 목표를 향해 한마음으로 나아갈 수 있고, 이는 기업과 그 기업이 속한 사회의 발전으로까지 이어진다고 윤 대표는 믿는다.
카카오 계열사답게 카카오뱅크에선 모두가 영어 이름을 쓴다. 윤 대표의 이름은 '대니얼'이다. '대니얼님' 말고 딱 '대니얼'로 불러달라고 그는 부탁한다. 좋은 기업문화의 필수 요소 중 하나는 수평적 문화이고, 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언어의 계급장부터 내려놓아야 한다는 지론이다. 그래야 아이디어의 우수함으로만 승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 3월 조직 개편을 할 때도 그는 끊임없이 토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일할 때도 직급이나 직책보다 그 일을 잘하는지가 우선이다. '20·30대가 많이 쓰는 서비스(카카오뱅크)를 40대가 기획하고 50·60대가 의사결정을 하면 그 서비스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상당한 수준의 의사결정권을 실무자에게 위임하고 책임은 본인이 진다.
"최적임자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하는 것 또한 '의사결정'이며 이때 책임은 의사결정권을 위임한 사람이 지는 게 맞는다"고 그는 말한다.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으로 호평받은 카카오뱅크 모바일 앱 디자인 과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윤 대표는 "최선, 최고의 안을 도출해내기까지 누구보다 더 고민했을 사람이 디자인 담당자일 수밖에 없다"며 앱 화면 디자인에 대한 의사결정을 디자인 팀 리더가 하도록 했다.
이 같은 경영철학은 다음커뮤니케이션 경영지원부문장을 맡으며 쌓은 조직 구성, 기업문화 형성 노하우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DNA야말로 다른 금융사 수장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강점으로 보고 있다.
▶▶ 윤호영 대표는…
1971년 경기도 안양에서 태어났다. 한양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6년 대한화재에 입사해 기획조정실 등에서 근무했다. 창의성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신사업 개척에 관여했다. 2003년 다이렉트보험사 에르고다음다이렉트 설립과 인가 작업에 힘을 보탰다. 2014년부터 카카오 모바일뱅크 TFT 부사장을 맡아 카카오뱅크 설립과 인가를 주도했고 2017년 카카오뱅크 대표를 맡은 뒤 3연임에 성공하며 5년째 이끌고 있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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