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1 (토)

마지막 악수하며 “당신을 신뢰”… 尹·바이든 첫 만남 ‘화기애애’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대선 결심·결혼식 구두 등 얘기

예정시간 2배 넘겨 단독환담 가져

尹, 만찬서 예이츠 詩로 건배사

바이든은 “같이 갑시다” 화답

한국 떠나는 바이든, 尹과 악수서

“나는 당신을 신뢰한다” 작별 인사

尹, 서안·경대·로스코 도록 선물

바이든, 선글라스·탁상 푯말 답례

세계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환담하며 웃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케미’(화합)가 잘 맞는 관계였다. 다른 쪽으로 화제를 바꾸기 어려울 정도였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난 21일 소인수(少人數) 회담이 당초 예정 시간보다 2배 이상 길어진 까닭에 대해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이같이 설명했다. 경제안보 협력의 상징인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방문을 시작으로 호감을 쌓은 양 정상은 2박 3일 만에 자유민주주의 가치 수호라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반려견, 가족사, 정치 출마 과정 등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는 깊은 관계로 발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2일 한국을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참모들에게 이번 방한에 대해 “(윤 대통령과) 진정한 유대가 형성된 것을 느꼈다. 행복한 방문이었다”며 흡족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과 헤어지기 전 마지막 악수를 하며 “나는 당신을 신뢰한다(I trust you)”라고 작별인사를 건넸다.

두 정상은 지난 21일 예정된 90분을 넘어 109분 동안 용산 대통령실 청사 5층에서 소인수 정상회담·단독 환담·확대 정상회담을 이어 갔다. 윤 대통령은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바이든 대통령이 청사에 도착하자 현관에 나서서 직접 영접했다. 두 정상은 대통령 집무실에서 곧바로 소인수 회담에 돌입했다. 소수 핵심 참모들이 배석하는 소인수 회담에는 한국에서는 박진 외교부 장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에서는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에드가드 케이건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동남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 배석했다.

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확장억제 전략 등 안보 이슈가 논의될 예정이었지만 오히려 두 정상의 사담이 길어지면서 30분으로 예정된 소인수 회담은 72분 만에 끝났다. 윤 대통령은 전날 평소 신던 굽이 없는 편한 신발 대신, ‘특별한 날’을 강조한 김건희 여사의 조언을 듣고 2012년 결혼식 때 신었던 검정 구두를 신었다.

세계일보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단독 환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두 정상은 오후 2시44분부터 통역만 대동한 채 티타임 형식의 단독 환담에 나섰다. 예정된 10분보다 15분 늘어난 25분 동안 이어졌다. 이후 오후 3시9분부터 21분까지 12분 동안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 관계자 등 양측에서 12명씩 배석한 확대 정상회담이 진행됐다. 당초 예정됐던 50분보다 시간이 대폭 줄었다.

회담 종료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는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미 워싱턴포스트 기자는 윤 대통령에게 “내각 지명이 남성이 압도적이다. 직접 여가부를 폐지하자고 제안했다”며 “남녀평등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윤 대통령은 잠시 머뭇거린 뒤 “공직사회에서 내각의 장관이라고 하면, 그 직전의 위치까지 여성이 많이 올라오질 못했다.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보장할 생각”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회담 종료 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 건배사에서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시인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를 인용하며 “양국은 서로의 훌륭한 친구”라고 다짐했다. 평소 아일랜드계 혈통을 강조해 온 바이든 대통령에게 맞춤한 건배사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작부터 많은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많이 알게 됐다. 얘기를 너무 많이 해서 너무 많은 정보를 서로에게 준 것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같이 갑시다(We go together)”라는 말로 만찬 건배사를 마쳤다.

윤 대통령은 또 방한 답례품으로 바이든 대통령에게 ‘나비 국화당초 서안(書案)’을 선물했다. 김건희 여사는 바이든 대통령 아내인 질 바이든 여사를 위해 거울과 보관함을 합친 감색 모란 경대(鏡臺), 김 여사의 전시기획사가 2015년 주관한 미 추상표현주의 작가인 마크 로스코 전시회의 도록을 선물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도 윤 대통령이 과거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 책상 위에 놓인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는 문구를 인용한 것에 착안해 트루먼 전 대통령이 사용한 푯말과 동일한 백악관 나무로 만든 푯말을 방한 선물로 제공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인 조종사용 선글라스도 함께 특별 제작해 선물했다.

세계일보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바이든, 김건희 여사 만난 뒤 “뷰티풀” 尹에게 “우린 ‘메리드 업’한 남자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지난 21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인사하며 외교 무대에 등장했다.

22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김 여사는 전날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정상회담 기념 만찬이 열리기 직전 잠시 박물관을 찾아 바이든 대통령과 악수한 뒤 함께 전시를 둘러봤다. 김 여사는 위아래 흰색 치마 정장을 입고 올림머리를 한 모습이었다. 양손에 흰색 장갑도 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배우자 질 바이든 여사가 아시아 순방에 동행하지 않아 상호주의 외교 원칙에 따라 김 여사도 회담과 만찬 등 공식 일정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김 여사와 잠깐 조우한 자리에서 윤 대통령에게 “미국에는 이런 말이 있는데 윤 대통령과 저는 ‘메리드 업’(married up)한 남자들”이라며 김 여사를 치켜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표현은 남자가 그보다 훌륭한 여성을 만나 결혼했다는 의미의 미국식 유머다.

세계일보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21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 여사는 이에 “조만간 다시 뵙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인사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에 오시면 뵙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과 만찬 자리에서도 김 여사에 대해 “뷰티풀”(beautiful·아름다운)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는 당초 바이든 대통령에게 박물관의 여러 전시품에 대해 직접 안내할 예정이었지만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보다 20분가량 늦게 끝나면서 불발됐다. 대신 양 정상과 김 여사는 경천사지 10층 석탑, 황남대총 북분 출토 금관, 청녕4년명동종(1058) 등 3개 작품을 함께 보고 설명을 들었다. 국보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두 점이 전시된 ‘사유의 방’에는 시간상 들르지 못했다.

한편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22일 저녁 청와대에서 열린 KBS ‘열린음악회’에 참석했다. 청와대 본관 앞 대정원 야외무대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청와대 개방을 기념해 마련됐다. 청와대에서 ‘열린음악회’가 개최된 것은 1995년 5월 이후 27년 만이다.

이창훈·이현미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