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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세계는 배터리 자원 전쟁 중…한국은 '이 기술'로 살아 남는다[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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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발트 등 희귀·독성 전이금속 대신 유기물 이차전지 개발나서

가볍고 친환경적, 원료 수급 문제 해결 등 장점

유기물 용해, 자가 방전, 짧은 수명 등 기술적 과제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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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배터리. 자료사진. 기사와 관련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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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전세계는 지금 바야흐로 자원 전쟁 시대다. 특히 전기자동차ㆍ에너지저장장치(ESS)의 급속한 보급에 따라 배터리 사용양이 크게 늘어나면서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의 필수 자원들은 국가간 전쟁의 대상이 될 정도로 몸값이 폭등했다. 이같은 희귀ㆍ중금속들은 용량, 안전성, 효율성 등의 구조적 한계가 뚜렷해 지고 있다. 무거운 데다 독성도 강해 효용성이 떨어지고 폐기물 처리가 어렵다는 큰 단점도 존재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희귀ㆍ중금속 대신 유기물을 소재로 친환경 이차전지를 만들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 세계는 지금 배터리 자원 전쟁 중

최근 전세계적으로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여기에 필요한 원자재 가격도 급격히 오르고 있다. 리튬 가격은 1년 전보다 5배 이상 폭등했고, 니켈은 10년만에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코발트 가격도 2배 가까이 올랐다. 글로벌 패권 경쟁 중인 미국과 중국은 이미 배터리 소재가 되는 자원을 놓고 ‘전쟁’ 중인 상태다. 중국은 최근 배터리 원자재 채굴 회사와 광산을 인수하며 시장 장악에 나섰고 미국은 캘리포니아주, 네바다주를 중심으로 자체 공급처 확보를 추진 중이다. 자체적인 수급처가 없는 우리나라 기업들은 호주ㆍ중국과 계약을 확대하고 있지만 물류ㆍ생산 차질까지 겹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배터리의 주요 소재인 코발트 등의 독성도 문제다. 코발트는 아프리카 콩고에만 지구 전체 매장량의 절반 가량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희귀 금속이다. 비타민 B12의 구성 성분이 되기도 하지만 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발트(cobalt)라는 이름 자체가 귀신 또는 악마의 혼이라는 뜻의 독일어(kobalt)에서 유래됐다. 16세기 독일의 광부들은 코발트가 포함된 광석에서 독성 가스가 발생해 사람이 죽어 나가는 것을 보고 공포에 떨었다. 코발트를 과다하기 흡입할 경우 피로, 설사, 가슴두근거림, 손ㆍ발가락의 마비ㆍ저림 증상을 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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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각광을 받는 것도 이처럼 코발트 등을 포함한 기존 배터리 소재들의 가격이 폭등하고 희귀성ㆍ환경오염 등의 문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같은 전이금속 산화물로 만든 에너지 저장소재들은 리튬 이온이 출입할 수 있는 오픈 프레임웍(open famework) 구조를 가진 물질만이 전극으로 사용될 수 있다. 리튬이온이 빠저나갈 때 구조가 불안정해지는 ‘삽입ㆍ탈리 매커니즘’ 때문에 이론 용량까지 사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또 코발트 등 전이금속들은 무게가 무겁다는 단점도 있다. 생산ㆍ폐기 과정에서 엄청난 온실가스를 배출하기도 한다. 전기차 및 ESS 시장은 최근 급속도로 확장되면서 2030년에는 3TWh가 넘어설 전망이다.

◇ 유기물 배터리가 ‘대안’

이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코발트 등 전이 금속 소재 리튬 이차전지들의 단점을 보완하고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유기물을 소재로 한 전지 개발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기물로 전극과 전해질을 구성할 경우 우선 원료 수급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게다가 제조ㆍ폐기 과정이 친환경적이며, 배터리의 무게를 획기적으로 감소시킨다. 고속 충전과 우수한 가변성, 높은 에너지 밀도 등도 장점으로 꼽힌다. 전석우 카이스트(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인체 내의 헤모글로빈처럼 산화 환원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유기물질을 활용해서 배터리의 전극을 만들자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면서 "저렴하고 가볍기 때문에 전기차나 ESS 등에 사용되는 전지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수명과 안정성이다. 수백번 이상 충전해야 하는 데 유기물 이차전자의 경우 성분이 쉽게 녹아서 저장 용량이 급격히 저하되고 수명이 짧아지는 단점이 분명하다. 최근 들어 소재의 안전성과 지속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기존 전이금속 소재 전지와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정도의 성능을 가진 기술들이 개발되긴 했지만 아직까지 기성 업체들의 관심은 끌지 못하고 있다. 전 교수는 "(시설투자가 많이 돼 있는)배터리 제조업체들이 관심을 갖고 상용화하려면 성능이 2~3배 이상 더 좋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존 리튬 전이금속 전지 기술도 처음 발명됐을 때만 해도 이렇게 대중화ㆍ상업화될 줄은 몰랐듯이 유기물 소재 배터리 기술도 장기간 투자ㆍ연구 플랫폼을 만들어 꾸준히 해나가야 좋은 결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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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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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최선두’…못 푼 숙제 많아

우리나라는 기존의 리튬 전이금속 배터리의 최강국이다. 그만큼 차세대 배터리 연구도 활발하며, 전쟁도 예방할 만큼 비용ㆍ환경적으로 유리한 차세대 리튬전지용 유기반도체 개발에도 가장 앞장서 있다. 가장 먼저 청주대의 김재광 교수 연구팀은 2016년 4월 탄소 나노 튜브를 이용해 유기물 이차전지의 높은 자가 방전이나 전지 단락 발생 등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당시 이 기술은 기존 이차전지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차세대 이차전지 개발의 주요 아이디어를 제공해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엔 지난해 11월 전 교수팀이 개발한 차세대 친환경 유기 이차전지의 핵심기술이 대표적이다. 전 교수의 연구팀은 광학 패터닝 기술을 통해 고도로 정렬된 나노 네트워크 구조의 유기 음극을 설계해 리튬유기전지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기존의 비정렬적 전극 구조 대신 정렬된 서브 마이크론(100만분의 1미터 이하) 크기의 기공 채널을 갖는 3차원 이중 연속 구조의 유기 고분자-니켈 복합전극을 도입했다. 15 A g-1 의 높은 전류밀도에서도 250회의 충ㆍ방전 사이클 동안 전극의 용량이 83% 이상 유지되는 높은 내구성과 안정성을 갖춘 것으로 확인됐다. 1,260mAh g-1의 높은 가역 용량도 달성했다. 같은 학교 이진우 생명화학공학과 연구팀도 지난해 9월 다공성 2차원 무기질 나노코인을 만들어 리튬황전지의 성능 저하 원인인 리튬 폴리설파이드의 용출을 효과적으로 억제해 성능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또 같은 학교 변혜령ㆍ김우연 교수 연구팀도 지난해 5월 가볍고 휘어지면서도 높은 성능을 가진 리튬-유기 하이브리드 전지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두개의 질소 원소가 이중 결합을 가지는 아조(azo, N=N) 그룹을 레독스(산화ㆍ환원) 코어로 가지면서 벤조싸이아졸 링커로 분자들을 엮어 거대한 다공성 구조체를 설계했다. 유기 단분자가 공유 결합으로 2차원 필름을 형성하고, 이들이 다시 파이-파이 결합으로 3차원으로 성장하는 다공성 결정체다. 이 골격구조는 배터리 내에서 분자간 상호 작용과 안정성을 높이고 화학적 안정성ㆍ불용성ㆍ전기 이온 전도성 등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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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팀이 개발한 리튬 유기물 전지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리튬 이차전지의 음극재로 흔히 쓰이는 흑연을 대체해 유기물 반도체인 플러렌(fullerene)과 글러브 모양의 ‘헥사벤조코로넨(hexbenzocoronene)’라는 물질을 결합해 음극재로 활용하는 아이디어다. 흑연은 전지의 성능ㆍ충방전 속도ㆍ수명을 떨어 뜨리는 단점이 있는 반면, 연구팀이 고안한 소재는 다른 소재를 섞지 않아도 뛰어난 전기 전도도를 보여 차세대 리튬유기물 전지 소재로 유망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유기물 이차 전지의 성능 저해 요인이 유기물 전극의 용해 자체가 아니라 용해된 전극이 반대편 음극까지 이동하는 셔틀 현상 때문이라는 점이 최근 규명돼 연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강기석 서울대 교수는 최근 한국연구재단이 작성한 보고서에서 "국내 다수의 연구진이 새로운 개념의 차세대 이차전지 시스템을 개발해 세계 학계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면서 "잘 녹지 않은 유기 전극 소재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유망한 소재를 활용해 폴리머의 형태로 제작하거나 잘 녹지 않은 구조체를 형성함으로써 유기 용매의 용해도를 낮춰서 높은 수명을 갖는 유기물 이차 전지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이어 "현재 전극 제조 공정은 기존 산화물 기반 전극 소재에서 사용되던 전극 제조 공정을 차용하고 있다. 유기물 이차전지의 용해도를 완화하고 전기 전도도를 확보할 수 있는 적합한 전극 제조 공정을 개발해야 한다"면서 "전해질에서 녹아 나온 유기물이 반대쪽 전극으로 이동하는 것은 분리망의 엔지니어링을 통해서도 구현할 수 있다. 획기적인 분리막 공정 개발을 통해 장수명 유기 이차전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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