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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우리는 무조건 1번 이야"···여당 후보들 '헷갈리는 기호'에 설명 진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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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이 기호 1번 아니야?”

경향신문

더불어민주당 서은숙 부산진구청장 후보 선거공보물. 서은숙 후보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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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선거에서 윤석열 후보가 승리하며 국민의힘이 여당이 됐지만, 6·1지방선거에서는 ‘기호 2번’을 달고 선거전을 치르고 있다. ‘여당이 기호1번’이라는 생각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국힘 후보로 착각하는 유권자도 의외로 많다. 이 때문에 영남 등 국민의힘 지지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여당이 기호 2번’이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후보들이 안간힘을 쏟고 있다.

국민의힘 최재훈 대구 달성군수 후보는 최근 선거 유세차량과 명함의 디자인을 바꿨다. 70대 이상 유권자 가운데 국힘을 ‘기호 1번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다. 최 후보는 “경로당과 노인정 등을 찾으면 ‘집권여당이 1번이지 왜 2번이냐’고 묻는 어르신들이 많아서 설명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며 “유세차량의 전광판과 명함 뒷면에 투표용지 그림과 함께 2번을 선택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넣어 다시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장호 경북 구미시장 후보도 “선거운동 중 (국민의힘이) 여당이 됐으니 1번 아니냐고 묻는 분들을 심심찮게 보고 있다. 10명 중 1~2명은 되는 듯 하다”면서 “그러한 유권자들을 만나면 2년 뒤 총선에서도 국민의힘을 찍어야 기호 번호가 바뀐다고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이범석 충북 청주시장 후보도 유세 때마다 진땀을 흘린다. 이 후보 측은 “유세 현장에 노인분들이 반갑게 다가와 ‘우리는 무조건 국민의힘이여. 1번 찍을 거여’를 외친다”며 “그럴 때마다 난감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부산지역 선거캠프의 한 관계자는 “80세이신 어머니가 국민의힘 기호를 1번으로 알고 계신다”며 “2번이란 사실을 알려주느라 진땀을 뺐는데 헷갈리는 기호 때문에 표를 잃을까 적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아 재선에 도전하는 서은숙 부산진구청장은 이런 점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서 후보 선거공보물에는 기호1번이 분홍색이 표시됐고, 현수막 사진도 분홍색 셔츠를 입고 있다. 민주당 측은 “전략적 선택이란 점은 인정하지만 정치적 정체성이 명확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같은 시도를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모씨(40·충북 청주)는 “후보를 보지 않고 당을 보고 투표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노인들과 기호를 혼동하는 사람들을 위해 투표용지에 당을 상징하는 색이나 심볼을 넣었으면 한다. 그렇게 되면 기호를 착각하는 사람들이 본인에게 부여된 참정권을 보다 값지게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공직선거법상 기호 배정은 후보자 등록 마감일 기준으로 국회 의석을 가진 정당의 후보, 국회의석이 없는 정당의 후보, 무소속 후보의 순으로 기호가 결정된다. 국회의석을 가진 정당은 다수 의석 순으로 하고 의석이 없는 정당은 가나다순, 무소속 후보는 추첨을 통해 기호를 정한다.

기호 배정은 헌법소원까지 갔다. 바른미래당 소속 부산지역 지방선거 후보들은 2018년 국회 의석수에 따라 후보자의 기호를 부여하는 것은 평등권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들은 “원내 제1당과 제2당은 아무런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선거에서 매우 유리한 지위를 점하는 특혜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해외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기호 순서가 투표 결과에 미치는 효과가 적게는 1∼3%, 많게는 8%대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헌재는 “정당제도의 존재 의의 등에 비춰 그 목적이 정당할 뿐만 아니라 합리적 기준에 의하고 있다”며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권기정·이삭·백경열 기자 kw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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