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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30년 숙원' 안보리 상임이사국 야망…바이든 지지 얻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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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일본 도쿄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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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지난 23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30년 숙원 사업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야망을 다시 꺼냈다. 기시다 총리는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개혁이 이뤄진 안보리에서 일본이 상임이사국이 되는 것을 지지한다는 표명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의 시원한 지지에도 현실화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일본은 탈냉전을 맞이한 1990년대 초반부터 줄곧 현 5개국(P5, 미·영·프·중·러) 외에 추가로 상임이사국 자리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외적 명분은 상임이사국이 가진 막강한 권한을 분산하는 ‘안보리 개혁’이었다.



美 지지 얻었지만 험난한 '상임이사국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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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열린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엔 미국이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뉴시스]


이를 위한 미국의 호응 확보에도 적극적이었다. 앞서 2015년 4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도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미국은 일본을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포함시키는 안보리 개혁을 고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당시는 아베 총리가 유엔 창설 70주년을 맞아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던 시점이었다.

하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 확대는 미국만 찬성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상임이사국 명단을 변경하려면 이를 현재의 5개국으로 규정한 유엔 헌장 32조를 개정해야 한다. 유엔 헌장을 개정하려면 우선 상임이사국 5개국이 모두 동의해야 하고, 193개 유엔 회원국 중 3분의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지금 같은 미·중 및 미·러 간 대결 구도에서 미국과 밀착하는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에 중국과 러시아가 동의하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상임이사국에 주어진 '절대적 비토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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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보리 이사국은 5개 상임이사국과 10개 비상임이사국 등 15개국으로 구성된다. 이 중 상임이사국의 경의 안보리 결의 등 강제력을 갖는 조치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절대적 권한을 갖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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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일본이 도전을 접지 않는 건 상임이사국이 가진 막강한 권한과 국제질서를 주도한다는 상징성 때문이다. 안보리는 유엔 회원국에 대해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다. 대북제재 결의에서 알 수 있듯이 안보리 결의에서 “결정한다(decide)” 등으로 표현한 내용은 의무 조항으로, 각 회원국의 국가 주권과 배치되는 상황에서도 강제력을 갖는다.

또 상임이사국 5개국은 사실상 절대적인 비토(veto·거부)권을 보유한다. 안보리의 어떤 결정도 제지할 수 있다.

이처럼 큰 권한을 갖는 지위이기 때문에 대내외적으로 도전을 공식화하는 것만 해도 일본은 국격 상승의 방증으로 보는 분위기다. 여기서 얻는 국내정치적 효과도 상당할 수 있다. 7월 총선을 앞둔 기시다 총리로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공개적 지지 확보가 외교적 업적으로 포장할 수 있는 좋은 선물인 셈이다.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바이든 대통령이 지지한 데 대해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그간 일본뿐 아니라 인도 등의 상임이사국 진출 희망에 대해서도 명시적으로 지지해왔고, 이번 언급도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한다. 안보리 개편은 유엔에서 안보리 개혁이라는 큰 틀 안에서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한국은 그간 안보리 개혁을 위해선 상임이사국이 아닌 비상임이사국 신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해 왔다. 투표를 통해 선출되는 비상임이사국은 현재 10개국인데, 1945년 유엔이 창설 당시와 비교했을 때 회원국이 51개국에서 193개국으로 늘어난 만큼 비상임이사국을 늘려야 한다는 취지다. 사실상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한 반대 입장으로 볼 수 있다.



"상임이사국 신설, '안보리 개혁'과 무관"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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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대사 등 각국 유엔대사는 북한의 ICBM 발사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은 특히 북한에 대한 추가 대북 제재 결의를 제안했는데,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두 달 가까이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유엔웹티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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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근본적으로는 상임이사국 신설은 안보리 개혁은 무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안보리 개혁의 화두는 자국 우선주의에 남용되는 상임이사국의 비토권 제한이기 때문이다.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2011년 이후 러시아가 시리아 정부군의 입장을 대변하며 비토권을 통해 진상 조사나 인도주의 지원 등을 막아선 게 대표적 사례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해선 5개 상임이사국이 ‘미·영·프 vs 중·러’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는 탓에 안보리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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