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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이슈 세계 금리 흐름

'물가부터'…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연속 인상(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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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총재, 금통위 데뷔전서 금리 인상

작년 8월부터 총 다섯 차례 인상…기준금리 1.75%로

4.8%찍은 물가, 정점 땐 5~6%대 전망도

기대인플레 3.3%로 9년 7개월래 최고

고환율·고유가 등에 물가 상승 장기화 우려

연내 한미간 금리 역전에 자본유출 우려도 급증

이데일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출처: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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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연 1.75%로 높였다. 4월에 이어 연속 금리 인상이다. 1999년 콜금리 목표제 도입 이후 역대 세 번째 연속 인상이다. 금리는 작년 8월 이후 총 다섯 차례 인상, 1.25%포인트 올랐다.

이번 한은의 금리 인상은 이창용 한은 총재가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한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1998년 4월 한은 총재가 금통위 의장을 겸직한 이래 총재 취임 후 첫 금통위에서 금리를 조정한 사례는 없었다. 이번 금리 인상이 첫 조정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물가 급등 심리를 막아야 한다는 절실함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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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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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가 정점’ 안 찍었다…기대인플레는 9년 7개월래 최고


한은 금통위는 26일 이창용 총재 주재로 정기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데일리가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경제연구소 연구원 12명을 대상으로 이달 기준금리를 전망한 결과 전원이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고 예측한 결과와 일치한다. 금융투자협회가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96명이 금리 인상을 전망하기도 했다.

4월에 이어 이달에도 금리를 연속 인상한 가장 큰 이유는 ‘물가’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8%로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래 최고치를 찍었지만 아직 정점을 찍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5~8월까지 계속해서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면서 월별 물가가 5~6%가량으로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16일 이창용 총재는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조찬 회동을 한 후 기자들과 만나 “5월 금통위 상황, 7월과 8월 경제·물가 상황을 보고 (빅스텝 금리 인상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빅스텝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총재의 발언에 대해 전문가들은 빅스텝 현실화보다는 물가 상황이 심각해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로 한은이 주로 살펴보는 근원물가, 기대인플레이션율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4월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3.1% 올라 2009년 3월(3.3%) 이후 13년 1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뒤 물가상승률을 전망한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5월 3.3%로 2012년 10월(3.3%) 이후 9년 7개월래 가장 높았다. 1년 뒤 물가가 4%를 넘을 것이란 전망 비중도 33.4%에 달했다.

최근의 물가상승세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유가 급등, 곡물 가격 상승 등 공급 측면의 물가 상승세만은 아니란 점을 보여준다. 물가 상승이 임금 인상 협상력을 높여 물가와 임금이 동시에 오르는 ‘2차 효과(second effect)’도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금통위원은 4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최근 일부 산업에서 임금 상승세가 가속화되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어 기대인플레 상승을 통한 임금-물가간 전가 효과가 이미 시작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원화 약세도 수입물가를 높여 물가 상승에 부담을 주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2일 1288.6원에 마감해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7월 14일(1293.0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 뒤로 20원 넘게 하락했지만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빠른 긴축에 1200원 중반 수준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21일 한미 정상회담 결과 양국 정상이 외환시장 안정에 협력키로 하면서 고환율에 대한 한은의 부담은 일부 해소됐다.

그렇다고 안심하긴 이르다. 환율 상승 위험이 커진 상황에서 자본 유출 고민도 커질 수밖에 없다. 연준이 6월,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50bp씩 금리를 올리는 것이 기정사실화돼 있는 상황에서 한은이 7월에 금리를 올려야 미국은 1.75~2.00%, 우리나라는 2.00%로 금리 상단이 같아진다. 2018~2019년 한미 금리가 역전됐을 때는 자본이 외려 유입됐지만 최근엔 원화 약세와 함께 중국 경기 둔화 우려, 원자재 가격 급등 등 악재가 몰려 있는 상황이라 자본 유출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국면이다.

연말 갈수록 물가와 성장 사이에서 고민 커질 듯

물가상승률이 정점을 찍을 올해 중반까지는 성장보다 물가 상승을 우려해 금리를 연속해서 올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연말로 갈수록 물가는 정점을 찍고 내려가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경기 둔화 우려가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주요국의 성장률 전망이 하향 조정되는 추세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올해 중국 성장률을 2%로 예측, 미국 2.8%보다 낮아져 1976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 성장률이 중국을 앞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성장률을 2.6%에서 2.4%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미국, 중국 등의 성장률 하향 조정은 수출 경기 악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거리두기 해제로 소비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높지만 1분기 가계소득이 10.1%나 늘어났음에도 고물가, 고금리로 소득이 늘어난 것에 비해 소비를 덜해 평균소비성향이 64.9%로 2006년 1인 가구 포함 조사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비 개선세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방증이다.

영국, 미국처럼 성장을 희생해가면서 금리를 올려 물가를 잡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리를 과도하게 올려 성장이 꺾일 경우 외려 자본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런 점 때문인지 이데일리 설문조사 결과 금리 인상 사이클의 최종 금리 상단은 2.5%로 한 달 전 조사 당시와 같았다. 올해 금리 인상 속도가 더 빨라져 연말 기준금리 전망은 2.0%에서 2.25%로 높아졌지만 금리를 올릴 수 있는 한계선은 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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