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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요리에 과학 한 스푼] 순간의 선택이 중요한 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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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발명가를 만났습니다. 기름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인 튀김기라 자신 있게 소개하는 제품을 이리저리 살펴보니 핵심은 기름 정제에 있었습니다. 사용하는 기름을 수시로 정제해 불순물을 최대한 제거해주면서 기름의 산패를 지연시키는 원리였습니다.

경향신문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산패란 기름이 산화되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 것을 말합니다. 혹시 항산화식품이란 말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산화를 방지하는 식품이란 뜻인데요, 건강식품으로 인기가 많죠. 산화가 그만큼 건강에 해롭기 때문입니다. 산화란 쉽게 말해 산소와 반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몸에 해로운 물질들이 만들어집니다.

기름의 산화는 튀김에서 특히 잘 일어납니다. 매우 높은 고온에서 가열하다 보니 산화반응이 촉진되고, 식재료에서 흘러나오는 수분도 이 반응을 더 가속화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튀김옷에서 떨어져 나온 부스러기들이 기름에 많이 남아 있기라도 하면 상황은 더 악화됩니다.

그렇다고 조리하는 온도를 낮출 수도 없고, 수분을 너무 많이 제거하면 표면이 타버릴 수도 있으니 이래저래 진퇴양난입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최대한 불순물을 제거하면서, 사용한 기름은 수시로 산화의 정도를 측정해 기준치를 초과하면 과감히 폐기해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러한 모든 노력에 앞서 먼저 신경 써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올바른 기름의 선택입니다. 보통 고온으로 조리할 때는 해바라기유나 대두유를 주로 사용합니다. 저렴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산화에 강하기 때문입니다.

기름은 지방 성분이 대부분인데, 이 지방은 글리세롤이라는 분자에 지방산이라는 기다란 실 형태의 분자들이 결합되어 만들어집니다. 기름의 산화는 이 지방산 부분에서 일어나는데, 결합이 끊겨 지방산이 떨어져 나오거나, 지방산의 약한 부분이 산소의 공격을 받아 과산화물이라고 하는 불순물로 변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런 공격에도 수비를 잘하는 기름이 있습니다. 바로 해바라기유나 대두유 등입니다.

기름의 온도를 점차 높이다 보면 기름 표면에서 연기가 스물스물 솟아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때의 온도를 그 기름의 발연점이라 하는데요, 즉 연기가 나는 지점이란 뜻입니다. 이 연기의 정체는 기름이 산화되어 분해되면서 나오는 물질입니다.

해바라기유의 발연점은 227도, 대두유의 경우는 232도 정도입니다. 일반적인 튀김 온도인 180도에 비해서는 높은 편이니 열에 매우 안정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식품산업에서 많이 쓰는 팜유도 232도나 되니 산화에는 강한 편입니다.

하지만 발연점이 낮은 기름은 주의하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압착식으로 만든 올리브유의 발연점은 160도에 불과한데, 이 기름으로 장시간 동안 튀김을 하다 보면 산화가 일어나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되겠죠. 그래서 올리브유는 튀김보다는 일반적으로 샐러드와 같은 요리에 더 적합합니다.

모든 요리가 다 그렇듯 사용되는 식재료, 도구 등을 선택할 때 소홀히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순간의 선택이 중요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죠.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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