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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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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붐비는건 처음"…BTS 뜬 백악관 "폰 다운!" 외침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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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출신의 세계적인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뜨자 미국 백악관이 들썩였다. 평소 세계정세를 놓고 진지한 질문과 토론이 오가던 백악관 브리핑룸은 BTS가 등장하자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백악관 담장 밖에서는 BTS 팬들이 보라색 물결을 만들어냈다. 평소 백악관 안팎에서 보기 힘든 BTS 현상이 31일(현지시간) 연출됐다.

BTS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초청으로 이날 백악관을 찾았다. 미국은 5월을 '아시아계 미국인, 하와이 원주민, 태평양제도 주민(AANHPI) 유산의 달(Heritage Month)'로 기념한다. 5월 마지막 날인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반(反) 아시아 증오범죄 근절과 인종 차별 철폐 메시지를 내기 위해 BTS를 초대했다.

BTS는 이날 대통령 집무실 오벌오피스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면담을 하기에 앞서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의 정례 브리핑에 참여하기 위해 기자들이 모인 브리핑룸을 깜짝 방문했다.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오늘 브리핑룸에 특별한 손님을 맞이하게 돼 기쁘다. 팝 음악계의 경이로운 존재인 BTS"라고 소개했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많은 분이 BTS를 그래미상 후보에 오른 국제적 아이콘으로 알고 있는데, BTS는 존중과 긍정의 메시지를 홍보하는 청년 대사로서 중요한 역할도 하고 있다"면서 “이 브리핑 뒤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 아시아계에 대한 포용, 대표성, 다양성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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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BTS)이 31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룸에 등장하자 기자들이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과 영상을 촬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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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가 등장하자 근엄하게 앉아 있던 백악관 기자들이 하나둘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과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당국자 석에 앉아 있던 몇몇도 '직캠(직접 찍은 영상)' 대열에 합류했다.

브리핑룸이 워낙 작아서 '이보다 더 가까울 수 없는' BTS 영상을 얻을 수 있는 구조였다. 스마트폰을 쥔 손이 허공을 가득 메우자 브리핑룸 뒤편에 있던 사진 및 영상 취재진은 다급히 "폰 내려(Phone Down), 폰 내려"를 외쳤다. 하지만 귀 기울이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BTS급 인기를 몰고 다니는 세계적인 스타가 백악관 브리핑룸을 방문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예상대로 브리핑룸은 발 디딜 틈 없이 꽉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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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스타 밴드 방탄소년단(BTS)가 3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브리핑룸을 깜짝 방문했다. 이날 브리핑룸은 발 디딜 틈 없이 꽉 찼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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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핑룸에 마련된 고정 좌석 49석이 모두 찬 것은 물론, 출입구 통로와 양쪽 벽에 기자와 백악관 직원 등 100여명이 빼곡히 서서 BTS 발언을 경청했다. 평소 50여명이 브리핑에 참석한다고 볼 때, 이날은 그 3배 정도가 모인 셈이다. 백악관 직원이 출입구 통로는 안전을 위해 비워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기자들은 백악관 브리핑룸이 이렇게 붐비는 것은 처음 본다는 반응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백악관을 출입했다는 한 미국 기자는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 브리핑룸에 이렇게 많은 기자가 모인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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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이 3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을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만났다. 백악관 북쪽 광장에 BTS 팬들이 모여들었다. [사진 워싱턴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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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은 브리핑룸에 와서 직접 브리핑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대통령과 직접 문답을 주고받을 기회여서 기자들이 가득 메우기도 했지만, 브리핑룸을 직접 찾지 않는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엔 보기 드문 광경이란 설명이다.

평소처럼 백악관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된 이 날 브리핑은 BTS 등장 직후 동시 접속자가 30만 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낯설 질병에 대한 공포감이 컸을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접 브리핑에 나서면 전 세계 동시 접속자가 상당한 수에 이른 경우는 있었지만, 최근 들어선 드문 일이다.

BTS가 발언을 마치고 나간 뒤 인플레이션 현황과 대책을 브리핑하기 위해 단상에 오른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머쓱한 표정으로 "여러분 모두 절사 평균 인플레이션(trimmed mean inflation)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여기 온 것을 알고 있고, 이 문제에 대해 (BTS에 대해서) 만큼이나 흥분하고 있다는 것도 안다"고 농담했다.

디스 위원장은 "집에 가서 아이들에게 BTS가 나를 위해 (브리핑) 오프닝을 해줬다고 얘기해야겠다"면서 "오늘 아침에 일어났을 때만 해도 (이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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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이 3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을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만났다. BTS 상징인 보라색 으로 꾸민 팬들이 백악관 밖에 모여들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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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핑룸에서 가까운 백악관 북쪽 광장에는 BTS 팬 수백명이 모여 "BTS!"를 외치며 응원했다. 팬들이 가져온 BTS 상징색인 보라색 마스크와 두건, 스카프, 홍보물 등으로 보랏빛 물결이 만들어졌다.

팬이라고 밝힌 하자르 베르지지는 "BTS는 매일 음악을 통해 인종차별주의를 다루고 적극적인 메시지 전달을 돕는다. 다른 아티스트들은 잘 하지 않는 일"이라며 "BTS는 음악을 통해 사랑과 통합을 전파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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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과 BTS 면담을 비공개 일정으로 기획했다. 대통령을 근접 취재하는 백악관 풀 기자단도 이날 면담은 지켜보지 못했다. 백악관은 일부 면담 내용과 사진을 공개할 예정이지만,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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