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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지방선거 참패 후폭풍 시작된 민주당…당 혁신보단 ‘친문 대 친명’ 계파갈등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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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일 새벽 계양구 선거사무소에서 당선 소감을 밝힌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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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3·9 대통령선거에 이어 6·1 지방선거까지 패배하며 당내 권력투쟁이 본격화했다. 지난 대선부터 당내에 누적된 불만이 지방선거 패배를 계기로 ‘이재명 책임론’으로 분출되는 양상이다. 당권이 걸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문재인(친문)계는 ‘이재명 끌어내리기’를 시작했고, 친이재명(친명)계는 당내 기득권 개혁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구체적인 당 쇄신 방안을 놓고 경쟁하기보다는 계파간 자리 다툼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당내에서도 나온다.

민주당은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5곳에서만 승리한 지방선거 결과를 참패로 규정했다.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리는 지방선거에서 완벽하게 패배했다”며 “불행히도 국민의 마음을 얻는 데 철저하게 실패했다”고 밝혔다. 박용진 의원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들에게 회초리가 아니라 야구방망이로 맞았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초접전 끝에 경기지사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이를 경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이른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주장에 대해 “틀리고 잘못된 생각”이라며 “만약 그 생각을 한다면 더 깊은 나락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졌잘싸라 그러면 야구방망이보다 더 큰 게 올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 대다수는 대선 패배 이후 반성과 혁신을 추구하지 않아 지방선거 패배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이는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당선인 책임론으로 이어졌다. 이 당선인이 대선 패배에 대한 반성 없이 섣불리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전국 선거 구도를 불리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이 당선인 출마로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가 되며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인상을 준 것이 패배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대선을 거치며 원팀 기조 아래 눌려있던 당내 불만이 ‘이재명 책임론’으로 분출되는 양상이다. 친문계는 이날 대대적으로 “사욕과 선동으로 당을 사당화시킨 정치의 참담한 패배”(홍영표 의원), “침묵이 민주당의 사당화를 더욱 가속화시켰다”(윤영찬 의원), “당을 사당화해 책임지지 않는 정당, 책임윤리도 없는 정당으로 만들었다”(신동근 의원)며 이 당선인을 비판했다.

이날 민주당 비대위가 총사퇴한 상황에서 향후 비대위 재구성, 8월 전당대회 당대표 선출로 이어지는 당권 투쟁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포석도 깔려있다.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에 책임있는 이 당선인의 당대표 출마를 반대하며 백의종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친문계를 중심으로 나왔다. 전해철 의원은 SNS에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는 분들은 한발 물러서 객관적으로 원인을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본적인 토대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밝혔다. 전해철·황희·권칠승·신영대 등 친문계 의원들은 이날 오후 모여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명계 의원들은 이 당선인 책임론에 선을 그으며 당대표 출마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당선인이 민주당 내 기득권을 타파하고 혁신을 이끌 적임자라는 주장이다. 이 당선인 최측근인 정성호 의원은 SNS에 “국민들의 호된 경고를 받고도 민주당이 기득권 유지에 안주한다면 내일은 없다”며 “사심을 버리고 오직 선당후사로 단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당선인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의 주류로서 지금까지 당을 이끌고 온 사람들이 누군가”라며 친문계를 비판했다.

선거 패배 직후 계파갈등에 매몰되는 상황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나온다. 5선의 이상민 의원은 SNS에 “끈적거리는 계파주의를 집어던지고 부숴버려야 한다”며 “억지 쓰지 말고 상대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말자”고 밝혔다. 민주당 지방선거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던 김민석 의원은 SNS에 “대선 경선 2차전처럼 내전을 재개하려 한다면 최악의 단견이 될 것”이라며 “내부 투쟁을 두려워말고 치열히 논쟁하되, 내 앞의 상대가 기호와 유니폼과 역사를 공유하는 동지임을 잊지 말고 싸우자”라고 밝혔다.

향후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원인을 분석하고 혁신 방안을 논의하는 당 차원의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3일 국회에서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를 열고 당의 진로를 논의한다. 고영인 의원 등 민주당 초선의원 8명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지방선거 결과와 지난 5년 민주당의 모습에 대한 총체적 평가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지체 없이 의원총회를 소집할 것을 지도부에 요구한다”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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