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취리히대학 병원 연구팀, 최대 10일 인체 장기 저장-복원 기술 개발
기존 12시간 보관 기술의 시간적-물리적 한계 극복
다른 장기에도 적용 검토, 기증-이식 활발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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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판소리 '수궁가'에서 토끼는 용왕에게 "간을 빼서 숨겨 놨다"고 거짓말을 해 육지로 도망 올 수 있었다. 그런데 인간 세계에서 현대 의술로 이처럼 간을 외부로 적출해 최대 10일간 보관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손상된 간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을 넓히고 시간적-물리적 한계도 극복할 수 있다. 간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희망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5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스위스 취리히 대학 병원 연구팀은 지난달 31일 이같은 내용의 논문을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실었다. 현재도 간 이식 수술이 많이 시행되지만 기증자의 몸에서 적출한 간의 보관 한도는 최대 12시간이 고작이다. 특히 이동할 때도 특별한 수단이 없이 아이스박스에 의존하는 형편이다.
연구팀은 약 5년간의 연구를 통해 인간의 체온(섭씨 36.5도)보다 0.5도 높은 섭씨 37도를 유지하면서 심장, 신장 등을 모사한 기관을 만들어 적출한 간과 연결시키고, 관을 부착해 영양분과 호르몬을 공급하는 한편 독소를 배출하고 항생제를 투여할 수 있는 장비를 고안해냈다. 이 장비는 간 적출 후 최대 10일간 보관할 수 있을 뿐더러, 손상된 간 조직을 치료해 이식 가능한 수준으로 복구할 있는 기능도 갖췄다.
연구팀은 이후 이 장비를 실제로 시험하면서 성능을 검증하는 데도 성공했다. 종양 때문에 폐기될 운명이었던 간을 기증받아 3일간 이 장비를 통해 항생제 등을 투입해 적합한 상태로 개선한 후 환자에게 이식한 것이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식받은 환자가 어떤 후유증도 보이지 않았으며, 이는 해당 장비가 성공적으로 간을 재생시키고 저장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내년부터 24명의 환자들을 상대로 추가 임상 시험을 실시할 예정이며,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FDA)와 유럽 당국들에게 정식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또 간 외에 다른 장기들에게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연구팀은 "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데 대략 2년 정도 걸릴 것"이라며 "장비를 약간 변경하는 게 필요하겠지만 다른 장기 조직들의 보존에도 적용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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