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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원본 VS 재촬영…국과수 애매 답변에 n번방 피해자 ‘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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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사업가가 사귀던 여자친구와의 성관계 영상을 유포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내놓은 감정 결과에 피해자 측이 울분을 터뜨렸다.

7일 CBS노컷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가해자 B씨는 피해자 A씨와의 성관계 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유포한 혐의(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반포 등)로 재판을 받고 있다.

B씨는 2016년 3월 서울 강남의 본인 자택에서 A씨와의 성관계 영상을 본인 휴대전화로 직접 촬영한 뒤, 이를 A씨의 전 연인인 C씨에게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C씨는 B씨로부터 전송받은 영상을 n번방 등 온라인에 유포했고, 피해자는 뒤늦게 피해 사실을 알게 됐다.

현재 재판에서 B씨는 해당 영상이 ‘재촬영물’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원본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원본 여부가 중요한 이유는 2018년 12월 개정된 성폭력처벌법의 한 조항 때문이다.

개정 이전의 법률은 촬영의 대상을 ‘다른 사람의 신체’로만 규정하고 있을 뿐, 이를 재촬영한 경우는 별도 처벌 조항이 없었다. 이로 인해 2018년 8월 대법원은 성관계 동영상을 컴퓨터로 재생한 후 모니터에 나타난 영상을 재촬영해 유포한 사건에서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이후 법률적 미비점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같은 해 12월 ‘촬영물 또는 복제물(복제물의 복제물을 포함)’까지 처벌하도록 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B씨의 경우 영상을 촬영·유포한 행위 발생 시점이 법률 개정 이전이기에 무죄를 받을 수 있는 ‘재촬영물’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피해자 측에 따르면 국과수는 지난 4월 ‘원본일 가능성도 있지만, 재촬영물인지 확실하게 단정할 수도 없다’는 취지의 영상 감정 결과를 법원에 회신했다.

이에 피해자 측은 국과수의 애매한 답변이 곧 피고인에게 유리한 결론으로 연결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형사 사건의 재판 과정에서는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결하라’는 원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국과수 감정 결과를 받아들여 피고인에게 유리한 결론을 내릴 경우 파장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성범죄의 대부분이 온라인을 통한 영상·사진 등의 유포로 발생하는데, 유포범들이 법률 개정 이전 시점에 발생했던 사건들에 대해서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하자’는 등 악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피해자 A씨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과수가 애매한 답변으로 피고인이 빠져나갈 여지를 만들어 준 것에 대해 큰 분노와 슬픔으로 일상생활을 할 수가 없다”며 “현실에 맞지 않은 법조항과 잘못된 판례로 ‘재촬영물은 무죄’라는 프레임 안에서 가해자는 법의 허점을 악용하고 있다. 너무나 참담한 심정”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국과수 결과대로라면 앞으로 법 개정 전 디지털 성범죄물 유포로 처벌받은 가해자들도 재심을 신청해 국과수에 원본인지 확인하자고 할 것이고, 같은 논리로 무죄가 되고 국가 배상까지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국과수의 애매한 답변으로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처절하게 울고 가해자는 쾌재를 부를지 모르겠다. 국과수는 책임 회피식 미온적 답변으로 피해자를 두 번 죽이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과수는 모든 방법과 가능성을 검토해 법이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답변을 줘야 한다”며 “제발 피의자가 저지른 범죄를 처벌받게 하고, 피해자를 살려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현재 A씨는 해당 사건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우울증, 공황장애 등을 겪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명유 온라인 뉴스 기자 ohme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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