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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단독] n번방 후 처벌 강화?…"반성" 언급에 90% 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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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아이들을 폭력과 범죄로부터 지켜주는 방안을 짚어보는 순서, 오늘(7일)은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 범죄자들이 제대로 처벌받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부터 더 무겁게 처벌할 수 있도록 기준이 바뀌었는데, 실제는 어떤지 저희가 전국 법원의 1심 판결문을 분석해봤습니다.

신정은 기자, 박세원 기자가 단독 취재한 내용입니다.

<신정은 기자>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14살 여학생이라고 자기소개를 올렸더니 만나자던 30대 남성.

익명 메시지로 거듭 신체 사진을 요구했습니다.

[30대 남성 A 씨 : (계속 가슴 사진 요구하고 불법적인 거 전혀 모르셨어요?) 네 몰랐습니다. (몰랐다고요?) 네.]

이러한 불법 행위를 통해 제작하는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 범죄.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조직적으로 제작, 유포하면 최대 징역 29년 3개월에 처하는 등 지난해 1월부터 양형 기준이 대폭 강화됐습니다.

[안경옥/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공동대표 : 누군가는 파일 이름이 되고, 품번이 되고…. 범죄자들이 죗값을 받기 시작할 때, 피해자 일상 피해의 복구도 시작될 수 있습니다.]

SBS가 처벌이 강화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판결문을 분석했습니다.

'음란물'과 성착취물'을 키워드로 지난해 1심 판결문을 검색해, 피고인 734명을 추렸는데, 이 가운데 아동·청소년 상대 범죄자는 83.2%, 611명이었습니다.

'n번방 사건'이 논란이 됐을 때 관련 검색어로 일부러 찾아 성착취물을 내려받은 피고인도 있었습니다.

11살, 12살, 13살 남자아이들에게 몸 사진을 찍게 강요한 뒤 성착취물을 만들고 강제 추행까지 한 남성.

과거 성범죄에 대한 집행유예 기간에 저지른 범행이었습니다.

강화된 양형 기준에 따르면 성착취물 제작은 기본 징역이 5~9년형, 다수 피해자가 있으면 7년 이상, 상습적이면 징역 10년 6개월 이상인데, 1심 재판부 판단은 '징역 3년형'이었습니다.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18차례 성착취물을 올린 남성도 청소년 성 매수 전력까지 있었지만,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성착취물을 저장·제작·유포한 것뿐만 아니라 다른 성범죄를 추가로 저지른 경우도 101건에 달했습니다.

평균 21개월 징역형이 내려졌는데, 실제 형을 산 147명(26.7%)을 제외하고 모두 집행유예를 받았습니다.

벌금형은 14.4%로, 평균 572만 원.

그리고 양형 기준이 강화되기 전인 재작년과 비교해서도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선고형만 놓고 볼 때 지난해(83.5%)가 재작년(77%)보다 징역형 선고 비율은 높았지만, 집행유예가 아닌 실형 선고는 오히려 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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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원 기자>

[서혜진/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 : 여전히 피해자들의 감정이라든지 피해 정도에는 못 미치는… 벌금과 집행유예 정도로 이제 가볍게 처벌한다면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가….]

성착취물 범죄는 디지털 기기를 통해 이뤄지고, 재범 우려도 큽니다.

아동·청소년 교육시설 취업 제한도 필요한데, 관련 조치는 어떨까.

1심 선고 가운데 디지털 기기 몰수나 취업 제한 조치가 선고된 건 각각 절반에 못 미쳤습니다.

무려 4천785건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직접 사고 복제, 저장까지 했는데도 범죄에 사용했던 휴대전화와 외장 하드에 대한 몰수 조치도 내려지지 않았습니다.

아동 성착취물 소지는 아이들을 노린 성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하면서도, 취업을 제한할 특별한 사정은 없다는 판결도 나왔습니다.

재판부는 왜 강화된 양형 기준에도 못 미치는 판결을 내렸을까요.

전체 피고인 중 12%는 성범죄 전력이 없다는 게 양형에 유리하게 반영됐고요,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걸 감형 이유로 든 판결은 90%에 달했습니다.

클릭 한 번에 3천 건을 내려받게 된 것이다, 영상에 피해 아동 얼굴이 안 나왔다고 형이 줄어든 판결도 있었고요, 교통사고로 골절상을 입은 상태다, 재학 중인 대학생이다, 사회초년생이다, 감형 사유도 다양했습니다.

(영상취재 : 윤 형, 영상편집 : 원형희, CG : 박천웅·조수인·엄소민·장성범)
신정은, 박세원 기자(silve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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