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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숏폼… ‘K-틱톡’ 꿈꾸던 셀러비, 사업방향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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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숏폼 동영상(1~10분 이내의 짧은 영상) 플랫폼 셀러비를 운영하던 셀러비코리아가 최근 사업방향을 수정하기 위해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는 “숏폼 플랫폼 시장은 이미 거대 기업들이 선점해있는 데다 수익모델도 분명하지 않다”며 “스타트업이 이 시장에 진출해 사업을 지속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셀러비는 국내 유일한 토종 숏폼 플랫폼으로, 최근 100억원대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 기업가치는 10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해외 진출을 위해 베트남과 태국에 현지 법인도 세웠다. 그러나 셀러비코리아는 최근 임원진, 투자자 등과 사업방향 전환을 논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블랙핑크 멤버 지수를 광고모델로 내세우며 시작한 국내외 마케팅도 한 달 만에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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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러비코리아의 숏폼 동영상 플랫폼 셀러비. /셀러비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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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틱톡(TikTok)과 같은 숏폼 플랫폼 운영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NFT(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 토큰), 코인 등 가상자산 사업으로 무게추를 옮기는 안이 언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셀러비는 NFT 마켓 ‘팬시플레이스’를 설립하고 NFT 발행·거래를 준비해 왔다. 셀러비와 팬시플레이스에서 쓸 수 있는 가상자산 ‘팬시코인’ 출시도 준비했다. 셀러비 관계자는 “아직 논의 중인 단계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업계는 숏폼 생태계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거대 기업들이 선점한 시장에 진출해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숏폼 콘텐츠는 중국 바이트댄스의 틱톡을 시작으로 구글(유튜브 쇼츠·Shorts), 메타(인스타그램 릴스·Reels) 등 정보기술(IT) 분야 글로벌 기업들이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이 틈을 비집고 들어가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영상 플랫폼 기업이 돈을 벌려면 규모의 경제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용자 수가 많거나 동영상 조회수가 높아야 수익모델을 시도할 수 있다”며 “그렇지 못하면 번뜩이는 아이디어 없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기준 셀러비의 지난달 이용자 수는 2만4000명가량이다. 지난 2~3월 6000~7000명 선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가파르게 성장했지만, 월 이용자 400만명인 틱톡과 비교하면 턱없이 작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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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과 유튜브 쇼츠.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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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플랫폼으로서 수익모델이 분명하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구글과 메타의 쇼츠, 릴스는 별도의 수익 창출원이라기보다는 이용자 이탈을 막기 위한 서비스 성격이 강하다. 릴스는 인스타그램 마켓과 연계해 쇼핑 기능을 제공할 수 있지만 아직은 시험 단계에 가깝다. 틱톡은 이같은 수익모델의 한계를 인식하고 동영상 플랫폼에서 ‘비즈니스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라이브커머스, 광고 등 사업 다각화를 진행 중이다.

김치호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숏폼 플랫폼의 일반적인 수익모델은 롱폼 플랫폼과 마찬가지로 광고와 유료화일 것”이라며 “다만 아직까지 숏폼에 광고를 포함하기 어려울 뿐더러 유료화는 더욱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료화 숏폼 플랫폼으로 2020년 런칭한 ‘퀴비’는 약 6개월 만에 사업을 포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숏폼 플랫폼 산업 자체의 성장 가능성에도 의문이 남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짧은 콘텐츠가 앞으로도 대세일 것이라는 건 자명한 사실”이라면서도 “그런데 숏폼 동영상의 인기가 과연 플랫폼까지 성장시킬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틱톡의 경우 단순히 동영상 길이가 짧은 이유로만 성공한 것은 아니다. 10대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틱톡만의 매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숏폼 플랫폼들이 성장하려면 결국 콘텐츠의 질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은영 기자(eunyou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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