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7 (금)

이슈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서해 피살 공무원' 월북 번복…해경 내부 부글부글(종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월호 때 조직해체 트라우마…정권에 휘둘리는 해경"

중간수사 발표한 해경청…최종 발표는 경찰서에 떠넘겨

연합뉴스

인사하는 박상춘 인천해경서장(사진 왼쪽)·윤형진 국방부 과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해양경찰이 2020년 9월 서해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사망 당시 47세)씨가 북한군 총격에 피살된 사건에 관한 수사 결과를 1년 9개월 만에 뒤집자 조직 내부에서도 비판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20일 해경 등에 따르면 인천해경서는 지난 16일 언론브리핑을 열고 2020년 9월 21일 인천시 옹진군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다음 날 서해 북한 해역에서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 이씨의 월북 의도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해경 내부에서는 2년 전 국방부 자료에만 의존해 이씨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성급하게 발표한 데다 정권이 바뀌자 근거도 제대로 내놓지 않고 수사 결과를 뒤집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세월호 사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조직이 해체되는 뼈아픈 경험을 한 트라우마 탓에 해경 지휘부가 정권 성향에 따라 휘둘린다는 지적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해경 직원은 "기존 판단을 바꾸면서 아무런 근거도 밝히지 않는 수사기관이 어디 있느냐"며 "중간 수사 결과 발표는 성급했고, 최종 결과 발표는 엉터리"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해경 직원은 "세월호 사고 후 해경 조직이 해체됐다가 부활했다"며 "그 트라우마를 겪은 지휘부가 정권에 휘둘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의 해경 게시판에도 자조 섞인 내부 비판이 잇따랐다.

한 해경 직원은 "이번 번복으로 우리의 무능력을 우리 입으로 동네방네 소문낸 셈이 됐다. 조직에 충성심이 없어진다"고 토로했고, 다른 직원은 "2014년에 (해경이) 해체될 때 억울했는데 지금은 해체된다 해도 그러려니 할 듯"이라고 비꼬았다.



게시판에는 "해경은 세월호 사건 때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때도 자체 수사 판단보다는 정부의 판단에 따라 앵무새처럼 답을 읊어대는 한심한 조직"이라며 "대통령 말 한마디에 수사 결과가 바뀌는 게 정상적인 조직인가"라는 글도 올라왔다.

실제로 해경은 2020년 9월 이씨가 실종된 지 8일 만에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그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군 당국이 북한의 통신 신호를 감청한 첩보와 전문기관을 동원해 분석한 해상 표류 예측 결과 등이 주요 근거였다.

하지만 1년 9개월 만에 나온 최종 수사 결과가 중간 수사 결과와는 완전히 다른 데도 해경은 바뀐 결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김대한 인천해경서 수사과장은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당시에는 국방부 자료를 신뢰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정황 등으로 그렇게 판단했지만, 지금은 입증 단계인데 (월북을) 인정할 만한 게 없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그때는 국방부 자료를 신뢰했는데 지금은 신뢰하지 않느냐. 해석이 달라졌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사건 발생 직후 중간 수사 결과를 언론에 브리핑한 해경청이 아닌 인천해경서가 이번 최종 수사 결과 발표를 맡은 상황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한 해경 직원은 블라인드에 "인천서장(에게) 총대 메도록 한 것을 보니 정말 실망스럽더라"며 지휘부를 비판했고, 또 다른 직원은 "월북 발표는 본청, 번복 발표는 인천(해경)서. 지휘부는 충성이라는 경례를 받을 자격이 있을까요"라고 되물었다.

한편 박상춘 인천해경서장은 최종 수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중간 수사 결과 발표는 본청이 했는데 왜 민감한 최종 발표는 우리보고 하라느냐"며 본청에 문제 제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과장은 브리핑에서 "이 사건을 취급한 경찰서가 인천해경서"라며 "중간 (수사 결과) 발표는 본청이 했지만, 마지막으로 (사건을) 종결한 곳이 인천해경서이기 때문에 우리가 브리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

서해 피살 공무원 유족
[연합뉴스 자료사진]


so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