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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슈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서해 피격 공무원 유족 "文정부 안보·민정라인 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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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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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유족이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김종호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을 고소하기로 했다. 이들뿐 아니라 피해자가 월북 의사가 있다고 단정해 수사 결과를 발표한 해양경찰청 수사라인도 추가 고소하겠다고 밝혀 월북 판단의 실체적 진실과 책임자 규명의 공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게 됐다. 피살된 공무원 이 모씨(사망 당시 47세)의 형 이래진 씨는 20일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김종호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을 22일 서울중앙지검에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씨는 "7~8월께 미국으로 출국 예정인 서 전 실장이 서둘러 나갈 수 있다고 보고 고소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이 전 비서관 등 3명을 고소하기로 한 이유에 대해 "국방부와 해경에 압력을 가했다는 정황의 기사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정부의 국방부와 해양경찰청은 지난 16일 '도박 빚에 내몰린 (피해자) 이씨가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 도피 목적으로 월북을 시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던 2020년 해양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를 철회했다. 이들은 "(피해자의) 월북 의도를 인정할 만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북한군이 우리 국민을 총격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운 정황이 있었다는 것만 명확히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씨는 이전 정부 발표 내용이 새 정부에서 180도 바뀌자 이전 청와대 안보라인 등 핵심 관계자들이 실체적 진실 규명을 방해한 것으로 보고 고소를 결심했다. 이씨는 "당시 해경 수사라인에 있던 관계자들이 고속 승진을 하고, 자진 월북 발표에 부담을 느껴 미적거리던 인천해양경찰서장을 다른 인물(윤성현 당시 해경 수사정보국장)로 교체했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면서 "당시 해양경찰청장이던 김홍희 전 청장, 남해해양경찰청장이 된 윤성현 당시 국장 등 수사·정보·첩보 라인 관계자들을 변호사와 상의해 추가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고소장이 접수되지 않아 검찰이 서 전 실장 등을 직접 수사할지, 아니면 경찰에 해당 고소 사건을 이첩할지는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다만 이씨가 서 전 실장 등 3명에 대해서는 공무집행방해 혐의, 해경 관계자에 대해서는 공무집행방해·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고소하겠다고 밝혀 '수사 포인트'는 비교적 명확한 편이다.

자진 월북 가능성에 대해 미온적이던 해경이 일주일 새 태도를 바꾸게 된 배경이 수사의 핵심이다. 해경은 사건 이틀 후인 2020년 9월 22일 첫 브리핑에서 자진 월북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다 같은 달 29일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서 도박 빚에 내몰린 피해자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기정사실화했다. 당시 해경은 국방부가 제공한 3개 항목(부유물에 의지한 채 구명조끼 착용, 북측에 월북 의사를 표현한 정황, 북측이 실종자 신상 소상히 파악)과 자체 수사한 3개 항목(인위적 노력 없이 북측 해역 표류 쉽지 않음, 빚 3억3000만원, 구명조끼 착용은 단순 실족 또는 극단적 선택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을 의미)을 자진 월북 판단의 근거로 설명했다.

일주일 새 자진 월북으로 가닥이 잡힌 셈인데 이 과정에서 청와대, 국방부, 해경 간 어떤 의견이 오갔는지가 핵심이다. 특히 지난 16일 국방부가 "2020년 9월 27일 청와대 국가안보실에서 주요 쟁점 답변을 하달받았다"고 밝혀 해경에도 비슷한 내용이 전달됐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전 정부 국가안보실 등에서 관리하던 해당 자료는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열람이 쉽지 않고, 국방부 관련 정보도 비공개 자산인 군 특수정보(SI)에 해당해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통령기록물로 묶인 국가안보실 자료는 15년 이내 보호기간 중에는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나 서울고등법원장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이 있어야만 열람이 가능하다. 당시 북한군 내부 통신 감청 자료도 보안상 공개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심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선 정보 공개를 허용하지 않았다.

해양수산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공무원이던 이씨는 2020년 9월 21일 인천시 옹진군 소연평도 남쪽 2.2㎞ 해상에 떠 있던 어업지도선에서 실종됐다가 북한 해역으로 표류했고, 하루 뒤 북한군의 총격을 받아 숨졌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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