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광양제철소 후판공장 /사진=포스코 |
철강·조선사의 올 하반기 후판 공급가격을 결정하는 줄다리기가 재개됐다. 최근 2년 새 후판 가격이 두 배 가까이 뛰면서 수익성에 비상이 걸린 조선사들은 후판값을 낮추려는 분위기다. 제품가격 인상으로 수익성이 개선됐지만, 한번 가격을 낮추면 재인상이 힘들다는 것을 경험한 철강사들이 이에 동의할지 여부가 협상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양측의 후판가격 협상은 이달부터 재개됐다. 후판가격은 2020년 톤당 60만원 선에 거래돼 오다 지난해 상·하반기 각각 10만원, 50만원 올랐다. 올 상반기 협상에서도 추가로 공급가격이 인상되며 현재 톤당 135만원 안팎에서 거래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이 급등한 것이 가파른 가격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후판은 선박 건조 비용의 20% 안팎을 차지한다. 후판값이 오르면서 조선사들의 수익성 역시 후퇴했다. 조선사들은 계약한 가격에 맞춰 선박을 건조·인도한다. 통상 계약에서 건조까지 2년 안팎이 소요되며, 이후 본격적인 건조가 이뤄지게 돼 최종 인도까지는 3~4년의 시차가 발생하게 된다. 최근 2년 새 후판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일부 선박의 경우 손해를 보면서까지 인도하게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후판값은 당장의 실적에도 영향을 끼친다. 일부 선수금을 제외한 수주금액은 곧바로 매출에 기록되지 않고, 선박이 건조되는 기간에 나눠 회계처리 된다. 반면 후판 가격은 협상이 마무리되는 대로 즉각적으로 반영된다. 매출 반영의 시차와 이 같은 후판의 회계처리 방식은 2020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선박 발주가 대폭 늘어났음에도 주요 조선사들이 여전히 적자를 나타내는 이유다.
조선사들은 올 하반기 협상에서는 후판값을 잡겠다고 벼르는 상황이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최근 선박 수주가 늘어나면서 조선사가 막대한 이익을 보게 될 것이란 관측이 많은데, 실제로는 실적에 반영되는 시차와 이 기간 상승한 후판 가격의 영향으로 올해 역시 적자를 보일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이라면서 "후판 가격이 또 오르게 되면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흑자전환에 도전했던 주요 조선사의 전략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철광석 가격이 다소 안정화를 찾음에 따라 조선사들은 후판 가격의 인하를 시도하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번 가격을 낮추면 철광석 가격이 다이내믹한 상승세를 나타내지 않는 이상 재차 올리기 힘든 구조기 때문이다.
철강업계의 경우 조선업계 불황 당시 고통 분담의 차원에서 한동안 가격을 동결해왔지만, 적자 위기에 내몰린 상황에서도 조선업계가 줄곧 동결을 요구해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2015년 톤당 100만원대였던 후판 가격은 2016년 60만원대로 인하됐으며, 2020년 하반기 공급분까지 당시 가격이 유지됐다. 이 과정에서 앙금까지 쌓이면서 두 업계의 후판가 협상이 더욱 난항을 겪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갖은 인상 요인이 있었음에도 공생관계라 여기며 동결했던 것인데, 후판을 구매하는 조선사들은 갑(甲)의 지위에서 가격 동결 압박을 지속해왔다"면서 "도쿄올림픽 특수에 대비해 생산량을 늘린 일본 철강업계가 코로나19 펜데믹 여파로 대회가 연기되자 일시적으로 싼값에 철강 제품들을 푼 적이 있는데, 당시 국내 철강사들이 적자 위기에 봉착했음에도 조선사들이 일본산 후판 구매량을 늘리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해묵은 감정과 두 업계가 처한 상황 등으로 올 하반기 협상 역시 상당한 진통 과정을 겪게 될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두 업계 반응을 종합하면 조선사들이 가격 인하를 바라지만 걸림돌이 산적했고, 철강사들 역시 올 상반기에 비해 인상 명분이 줄어든 상황에서 양보하지 않으려는 심리가 커 결국 동결될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점쳐졌다.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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