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인상 합의 결렬되자 50일간 단수 조치
입주자대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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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입주자들이 턱 없이 낮은 돈을 내고 물을 써 아파트 입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상가에 공급되는 상수도 배관을 분리한 아파트 입주자대표 회장에게 유죄가 최종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수도불통,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아파트 입주자대표 회장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관리소장 B씨와 관리과장 C씨에게는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충남 아산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 회장인 A씨는 2020년 4월 관리소장 등을 통해 아파트 상가건물 2층 화장실에 연결된 상수도 배관을 분리해 상가 입주자들의 수돗물 공급을 중단한 혐의다. A씨는 상가 입주자들과 수도요금에 대한 협상에 어려움을 겪자 단수 조치에 나섰다.
상가 입주자들은 A씨에게 단수조치를 중단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는 단수 조치가 이뤄진 지 5일 뒤 회의를 열고 단수조치를 계속 유지하되, 상가에서 최소한의 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화장실에서 하루 1차례 물을 받아다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결국, 편의점, 미용실, 교회 등 상가 입주자들은 상수도 배관공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50일 간 수돗물을 공급받지 못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화장실 공급용으로 설치된 수도관이 수도불통죄의 객체인 ‘수도 기타 시설’에 해당하는지와 수도비용 협상이 결렬됐다는 이유로 단수 조치를 취한 것이 정당행위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여부다. A씨는 “상가 입주자들이 아파트의 허가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수돗물을 사용해왔다”며 이는 수도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또 상가 입주자들은 아파트 입주민들에 비해 턱 없이 낮은 수준의 요금을 납부해 아파트 입주민들의 재산을 침해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러나 1, 2심 재판부는 상가에 공급되는 수돗물이 사설 상수도관으로 공급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수도불통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해 A씨 등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관리사무소와 경로당 이용자 뿐만 아니라 상가 임차인들과 이용자들에게 음용수를 공급하는 수도시설의 경우 ‘공중의 음용수를 공급하는 수도 기타 시설’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피해자들은 아파트 측의 동의를 받아 수도관에 배관을 설치한 것으로 보여 위법하게 설치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요금협의에 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강행한 단수 조치도 정당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동의를 받거나 충분한 설명, 설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문서 발송일로부터 불과 17일 만에 단수 조치를 행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들의 단수 조치는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긴급성, 보충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결국 이 사건 단수 조치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수도불통죄의 대상이 되는 ‘수도 기타 시설’이란 공중의 음용수 공급을 주된 목적으로 설치된 것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설령 다른 목적으로 설치된 것이더라도 불특정 다수에게 현실적으로 음용수를 공급하면 충분하고 소유관계에 따라 달리 볼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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