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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퍼펙트스톰 온다"… 전자·車 직격탄, 정유·조선 '소나기' [업종별 하반기 기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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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재고 늘고 출하량은 줄어
반도체 수요 위축에 D램값 하락
자동차 노조 리스크까지 덮쳐
조선 후판값 상승 변수 만나
항공 노선 회복에도 고환율 악재
배터리 원자재 불안 속 '구름조금'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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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물가상승률, 1300원대 원·달러 환율, 미국발 긴축에 따른 한국은행의 빅스텝(한번에 0.5%p 금리인상) 가능성 등 '고물가·고환율·고금리'라는 초유의 3대 악재가 한꺼번에 한국 경제를 덮치고 있다. 정부도 '퍼펙트스톰'이란 표현까지 꺼내들었다. 퍼펙트스톰이란 대형 악재가 동시에 발생해 그 영향력이 폭발적으로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본지는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주요 업종별 하반기 전망과 대응방안을 조명해봤다.

전자업계와 반도체, 자동차, 철강 업계는 '흐림'이 예상된다. 전자업계는 가전 및 TV 제품 판매량 급감과 인플레이션 확산, 원자재·물류비 상승으로 이중고를 겪을 것으로 예상되며 반도체 업계도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인플레이션 심화에 따른 제품 수요위축이 우려된다. 항공업계는 '장마'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비행시간 금지(커퓨) 등 여러 규제가 풀렸지만 고환율과 고유가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자·반도체 '수요부진 우려'

26일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DSCC)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1·4분기 기준 재고회전일수는 평균 97일치를 기록했다. 통상 70일대의 적정 재고를 유지해온 것과 비교하면 2주가량 재고분이 늘어났다. 소비위축 등으로 창고에 쌓인 재고가 다 팔릴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는 의미다. TV·가전 수요 둔화세는 하반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1·4분기 TV 출하량은 1090만대로 3.1% 줄었고 LG전자도 11.8% 감소한 653만대를 기록했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연간 TV 출하량 전망치를 기존 2억1700만대에서 2억1200만대로 하향 조정했다.

증권가가 추정한 LG전자의 2·4분기 실적은 매출액 19조4307억원, 영업이익 8877억원으로 1·4분기 대비 각각 8.0%, 52.8%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반기 반도체 업종도 완성품 수요 위축이 우려된다. 3·4분기 D램 가격은 전 분기 대비 평균 3~8%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는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 목표치를 3억대에서 지난해 수준인 2억8000만대 안팎으로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철강 '금리·환율 리스크'

자동차업계도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잠잠했던 노조 리스크까지 재부상하며 하반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환율과 금리가 요동치며 나라별로 실물경기가 위축되고 있다"면서 "특히 자동차의 경우 할부금융을 통해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금리가 오르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럽 자동차시장의 경우 1·4분기 10.6% 역성장한 데 이어 4월과 5월 각각 전년 대비 20.2%와 12.5% 감소를 기록했다. 미국시장에서도 둔화세가 나타나며 실적을 공개하는 5개사의 평균 판매량은 4월 25%, 5월에 37.7%가 줄었다. 미국이 본격적으로 금리를 올리고 각국이 뒤따라가는 형국이어서 긴장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철강사들은 하반기 가장 큰 리스크로 환율을 꼽고 있다. 급격하게 치솟았던 원재료 가격이 안정 국면을 회복하고 있지만 환율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치솟으며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특히 노조 리스크 역시 해결되지 않고 있어 업계 전반에 먹구름을 드리운 상황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환율과 경기침체, 노조 리스크가 하반기 철강사들을 짓누르는 요인이 될 전망"이라며 "업체들마다 헤지를 하고 있지만 환율이 안정 국면을 찾지 못하고 있어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조선·항공, 후판·유가 부담

하반기 흑자가 예상됐던 조선업계는 최근 후판 가격 상승이라는 변수를 만났다. 올해 상반기 선박용 후판 공급가격은 t당 10만∼15만원 올랐다.

국내 '빅3' 업체인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후판가 인상을 염두에 두고 1·4분기 1000억∼4000억원의 공사손실충당금을 선반영한 결과 모두 적자를 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러시아 선주의 계약 미이행 가능성도 걱정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020년 10월 러시아 선주로부터 수주한 LNG 운반선 3척 중 1척에 대한 대금을 받지 못해 계약해지한다고 공시했다.

다만 LNG 운반선에 대한 수요가 폭발한 것은 다행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 3사 모두 2025년까지 도크가 거의 찼을 정도로 LNG 운반선 일감을 확보한 상태여서 선박가격 인상과 선별수주가 어느 정도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항공업계는 인천국제공항의 항공 규제가 모두 해제되면서 하반기에는 국제노선이 점차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고환율·고유가 리스크는 여전하다. 환율이 10원 오를 경우 대한항공은 약 41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약 284억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한다.

7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이달 19단계보다 3단계 오른 22단계가 적용됐다. 22단계는 2016년 7월 유류할증료에 거리 비례구간제가 적용된 뒤 가장 높은 단계다. 유류할증료는 이달 17일 기준 아시아·오세아니아 항공유의 가격은 갤런당 418센트로 전주 대비 2.6% 증가했다. 여객 수요가 기대보다 늘어나지 않는다면 국제선 운항의 단계적 확대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정유·배터리, 원자재 불안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낸 정유사들은 하반기 유가와 마진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유사들은 원가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석유화학, 친환경 등 비정유 사업 강화에 신경 쓰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완성차업체들과 계약을 맺을 때 리튬, 니켈, 코발트 등 주요 원자재 가격에 배터리 판가를 연동한 덕에 올해 상반기 기대 이상의 실적을 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원자재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공급망 다변화에 힘쓰고 있으며 그동안 가격 연동이 안되던 알루미늄, 동박 등도 가격 연동 방안을 작업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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