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K팝, K무비만 아니라 "지금 아시아계 미국문학도 르네상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재미교포 2세 시인 캐시 박 홍

자전적 에세이 '마이너 필링스'

미국서 큰 호평, 드라마화 진행

중앙일보

'마이터 필링스'의 작가 캐시 박 홍.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중의 머릿속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은 모호한 연옥 상태에 놓인다. 백인도 아니고 흑인도 아니며, 흑인에게는 불신당하고 백인에게는 무시당하거나 아니면 흑인을 억압하는 일에 이용당한다....나는 겉으로는 태연해 보이지만, 역부족이라는 기분에 함몰된 내 상태를 감추기 위해 물밑에서 미친 듯이 발을 저으며 언제나 과잉 보상을 한다."

미국 사회에서 소수자로서 느끼는 정서를 지적이고 예리한 언어로 표현한 에세이『마이너 필링스』(마티)의 한 대목이다. 저자는 미국에서 나고 자란 재미교포 2세 캐시 박 홍(46). 그의 자전적 경험에 바탕을 둔 이 책은 2년 전 미국에서 첫 출간 직후 큰 호평과 함께 베스트셀러가 됐고, '미나리'의 제작사 A24가 드라마화에 나섰다.

차기작 준비 등을 위해 한국을 찾아 29일 간담회를 가진 캐시 박 홍은 "훌루를 통해 스트리밍될 예정으로 현재 첫 회의 대본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그에게 처음 드라마화를 제안한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 그레타 리가 공동 프로듀서이자 주연을 맡았다.

중앙일보

지난해 여름 우리말 번역본이 출간된 '마이너 필링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받는 등 에세이로 큰 명성을 얻은 그는 본래 시인. "제가 시를 쓸 때는 실험적인 성격이 강하다"며 "하지만 트럼프 이후로, 또 제가 엄마가 되면서 사회를 바꾸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좀 더 직접적인 글쓰기가 필요하다고 깨달았다"고 에세이를 쓴 배경을 밝혔다. 또 개인적 얘기를 다루지 않던 시와 달리 "개인적인 경험을 글로 쓰는 것이 제게는 아주아주 어려웠다"고 돌이켰다.

"제 딸은 케이팝 팬이고, 제가 제일 좋아하는 감독은 봉준호"라고 소개한 그는 "'오징어 게임' 감독을 파티에서 만났다"고도 자랑스레 전했다. 한데 그에 따르면 요즘 미국에서 관심을 모으는 건 '미나리'나 '파친코' 등 아시아계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만이 아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아시아계 미국 문학의 르네상스가 벌어지고 있다"며 그레이스 조, C 팜 장, 디비아 빅터, 라인 리 웡, 찰스 유 등 아시아계 작가들의 시와 소설을 예로 들었다.

중앙일보

'마이너 필링스'의 작가 캐시 박 홍 . 권혁재 사진전문기자/20220629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통역을 거쳐 진행된 간담회에서 그는 자신의 한국어 실력을 "창피하다"고, 서툰 한국어와 서툰 영어의 "짬뽕"이라고 우리말로 표현했다. LA에서 태어난 그는 한국인 부모 밑에서, 한인타운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마이너 필링스』에는 "서투른 영어를 들으며 자란 까닭에 내 영어도 서툴렀다"면서 "창피하게도 여섯 살이 다 지나도록, 심지어 일곱 살 때까지도 영어가 유창하지 않았다"고 썼다.

중앙일보

'마이너 필링스'의 작가 캐시 박 홍. 권혁재 사진전문기자/20220629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인이 된 그는 일부러 미숙한 영어 표현을 수집하고, 시에 차용하기도 한다. 책에 이렇게 썼다. "서투른 영어는 한때 부끄러움의 원천이었지만, 이제 나는 자랑스럽게 말한다. 서투른 영어는 나의 유산이다....영어를 타자화하는 것은 듣는 사람이 그 언어에 박힌 제국주의 권력을 알아차리도록 하는 것이며, 영어를 절개하여 그 어두운 역사가 비어져 나오게 하는 것이다."

차기작에서는『마이너 필링스』에서도 언급했던 어머니와 딸의 얘기를 다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신의 어머니 얘기가 될 지, 보편적인 어머니 얘기가 될 지는 밝히려 하지 않았다. 그가 글쓰기를 시작한 이후로 쓰기 시작했다는 지금의 이름 '캐시 박 홍'에서 '홍'은 아버지의 성, '박'은 어머니의 성이자 그의 중간 이름이다.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