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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美 대법원, '온실가스 규제'도 제동…이번에도 6대3으로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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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미국 콜로라도주 크레이그의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 미 연방대법원은 연방환경청의 온실가스 감축 지시 권한을 제한하는 판결을 내렸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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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원이 연방환경청(EPA)의 온실가스 감축 지시 권한을 제한하는 판결을 내렸다. 보수 우위인 연방대법원이 또다시 논란의 판결을 내리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변화 리더십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외신은 전했다.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 대법원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환경청이 미국 전체 주에 대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한할 권한이 없다고 판결했다. 9명의 구성된 대법관 중 보수성향 6명이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존 로버츠 대법관은 판결문에서 "전국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데 있어 석탄을 사용하지 않을 정도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한하는 것은 현재 위기에 대한 현명한 해결책일 수 있다"면서도 "그 정도 규모와 파급력이 있는 결정은 의회가 하거나 의회로부터 명확한 임무를 부여받은 기관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 2015년 EPA가 석탄발전소에 대해 생산량을 줄이거나 대체 에너지 생산에 보조금을 지급하라는 규제를 부과한 데서 비롯했다고 CNBC는 전했다.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각 주에 엄격한 탄소 제한을 설정하고, 풍력·태양광과 같은 청정에너지를 대안으로 전환하라는 '클린 파워 플랜'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2016년 대법원에서 막혀 실행되지 않았으며,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 폐지됐다. 이후 EPA의 규제 권한을 놓고 논쟁이 이어지자, 석탄회사 등은 '온실가스 규제를 강제할 권한은 의회가 지녀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EPA에 법적 이의를 제기한 패트릭 모리시 웨스트버지니아 법무부 장관은 "EPA는 국가의 에너지 전력망 변화와 주에서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도록 강제하는 규제 권한을 행사하기 위해선 더는 의회를 회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2030년까지 전국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도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전체 이산화탄소 발생량의 30%는 발전소에서 나오고 있다. AP는 "발전소의 배출량을 규제하기 위한 구체적인 제안은 연말까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또 이번 결정은 EPA에 국한된 것이지만, 규제 기관의 권한에 대해 회의적인 보수주의자들의 주장과 맞물려 향후 기후 변화와 대기 오염을 넘어 다른 영역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국가를 퇴행시키려는 파괴적인 결정"이라며 "이번 결정은 대기 질을 향상하고 기후 변화에 대응하려는 정부의 노력을 훼손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법에 따라 부여된 권한을 사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등도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스테판 뒤자릭 유엔 대변인은 "이미 파리협정 목표 달성에 멀리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기후 변화에 맞서 싸우는 데 차질을 빚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이 국제기후협약에서 탈퇴했으나,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재가입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이번 판결에 대해 "자유 지상주의 성향의 보수주의자들이 현대 정부의 경제 규제를 축소하거나 폐지하기 위한 수십년간 노력의 승리"라며 "이제 다른 많은 유형의 규제를 방어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은 최근 연방대법원이 각종 이슈에서 잇달아 보수적인 판결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고등학교 스포츠 경기 뒤에 공개적으로 기도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에 속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22일엔 종교색을 띤 학교를 수업료 지원 프로그램에서 배제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밝혔다. 모두 '6 대 3'으로 결정됐다.

또 23일엔 공공장소에서 권총 휴대를 금지한 뉴욕주 법률에 대해 총기 소유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정헌법 제2조 위반이라며 이를 무효화 했다. 특히 24일 낙태권리를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례를 49년 만에 파기하는 판결을 내려 미국이 거센 찬반 논란에 휩싸여 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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