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근 손실이 더 빠르고 많이 생긴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곽금연·신동현 교수, 임상역학연구센터 조주희·강단비 교수, 건강의학센터 강미라 교수 연구팀은 2006~2016년 삼성서울병원에서 두 차례 이상 건강검진을 받은 20세 이상 성인 남녀 5만2815명(평균 49.1세)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이런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간학회에서 발행하는 공식 학술지 ‘헤파톨로지(Hepatology)’ 최근호에 발표됐다.
간에 지방이 5% 이상 쌓인 상태인 지방간은 간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크게 잦은 음주로 인해 간의 지방 분해 능력이 떨어지는 알코올성 지방간과 술을 마시지 않아도 체내 지방이 많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구분한다. 특히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비만·당뇨병·고지혈증 등과 관련이 크다. 지방간이 심해지면 지방세포가 간에 염증 반응을 일으켜 지방간염으로 진행하고, 오랜 기간 지속한 염증으로 간 조직이 손상·재상을 반복하면서 간이 딱딱하게 굳는 섬유화를 거쳐 간경변증·간암으로 악화한다. 최근 비만 인구가 늘면서 비알코올성 지방간 유병률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분석 대상자 중 31.9%(1만6859명)가 초음파검사에서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진단됐다. 연구팀은 몸에 미세 전류를 통과시켜 발생하는 저항값(임피던스)을 통해 체내 근육량 변화를 살피는 생체 전기 임피던스 측정법으로 평균 5년에 걸쳐 비알코올성 지방간 여부에 따라 사지 근육량의 변화를 살폈다.
그 결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진단된 사람의 근 손실은 5년간 281.3g으로,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아닌 사람(225.2g)보다 25%가량 더 많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간이 딱딱하게 변하는 간섬유화가 진행된 경우에는 약 2배 더 많은 근 손실이 발생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노화 등으로 자연스럽게 근육이 줄어드는 것보다 근육량이 더 빠르고 많이 줄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있으면 체내 단백질 합성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대사성 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근 손실이 일어나기 쉽다고 설명했다. 특히 50세 미만이거나 당뇨병·고지혈증·흡연·음주 때 비알코올성 지방간과 근육량 감소가 더 두드러졌다. 따라서 건강검진 등에서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진단받았다면 체중을 줄이는 동시에 근육을 키우는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곽금연 교수는 “골격근의 손실은 그 자체로 질환이 되기도 하지만 다른 질환의 발생을 부추기고 치료도 어렵게 만드는 만큼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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