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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러시아의 갑작스러운 우크라이나 공습으로 전쟁이 시작되면서 애꿎은 시민들이 하루아침에 난민 신세가 됐다. 부모 없이 혼자 가방을 맨 채 울면서 국경을 넘어오는 어린 소년부터 자녀의 손을 붙잡고 국경에서 남편과 이별하는 만삭의 임산부까지 130여일의 전쟁 중 쏟아진 우크라이나 난민 소식은 전 세계인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2일(현지시간)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전쟁이 발발한 지난 2월 24일부터 지난달 28일까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해외로 빠져나온 인구 수는 840만2336명으로 집계됐다. 전쟁 이후 급히 국경을 넘어선 우크라이나인들은 주로 인근 국가로 향했다. 폴란드에 431만명으로 가장 많았고 러시아 141만명, 헝가리 86만명, 루마니아 74만명 순이었다. 독일(87만명)이나 체코(38만명), 터키(15만명) 등으로도 이동했다. 유럽 전역에 자리 잡은 우크라이나 개별 난민 수는 549만3437명이며 우크라이나 국민의 13%에 해당한다. 이 중 유럽의 일시적인 보호 조치를 받고 있는 난민의 수는 357만명 가량이다.
◆ 우크라 난민이 노동력 해소?
유럽은 우크라이나 난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곧바로 임시보호지침을 발령해 유럽연합(EU) 차원의 대대적인 난민 지원책을 쏟아냈다. 유럽 지역에 자리 잡은 우크라이나 난민들은 최대 3년간 EU 회원국에 체류할 수 있으며 거주, 교육, 직업, 의료 등 각종 사회적 혜택도 받을 수 있게 됐다.
유럽으로 이동한 우크라이나 난민들(출처=UNHC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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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년간 난민 문제에 부정적으로 대응하던 유럽 국가들이 이처럼 우크라이나 난민에 온정적인 이유는 우선 우크라이나 전쟁을 유럽의 이슈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침공 자체가 유럽에 큰 위협이 될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가 동유럽 국가들과 맞닿아 있는 만큼 유럽에 파급력이 크다고 본 것이다. 여기에 중동·아프리카 난민 등과 달리 종교적 갈등으로 인한 사회 불안 요소도 그리 크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인의 주 종교는 기독교 교단인 동방정교회와, 가톨릭, 개신교 등이다.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한 유럽인들의 반감이 크지 않은 것도 이러한 이유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유로 지역 내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들고 실업률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교육수준이 높은 우크라이나 난민 유입이 유럽의 노동력 부족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크다. EU 부설 유럽 직업훈련재단(ETF)는 2020년 발행한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가 2019년 기준 활동인구 가운데 고등교육 이상의 교육을 받은 비중이 53.6%로 집계돼 교육수준이 높은 국가라고 분석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달 20일 ‘우크라이나 난민 유입이 유로 지역 노동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우크라이나가 서유럽과 지리·문화적 근접성을 갖는다는 점과 EU의 임시보호조치가 난민이 유로 지역 노동시장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ECB는 전체 우크라이나 난민의 55%가 유로 지역에 정착할 경우 이 지역 노동력 규모가 30만~130만명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 우크라 난민 女·아이 중심…"전쟁 후 상황 봐야"
현재 우크라이나 난민 대부분은 여성과 아이, 노인이다. 전쟁이 발발하자마자 우크라이나가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18~60세 남성의 출국을 금지해 남성들이 가족들과 함께 이동하지 못하고 전장에 나섰기 때문이다. UNHCR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폴란드에 정식으로 난민 등록을 하고 현지 주민 번호를 받은 우크라이나인 110만명 중 94%가 여성과 아이들이었다.
특히 지난 3월 진행된 한 조사에서 우크라이나 여성 난민의 80% 이상이 최소 1명의 자녀와 함께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되면 근로가 가능한 여성들도 현실적으로 자녀를 혼자 남겨두고 가기 어려운 만큼 사실상 근로가 불가능한 인력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전쟁 이전 우크라이나 노동력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47%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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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난민을 적극 받아들이며 지원하고 있는 체코노동청의 빅토르 나즈몬 국장은 지난달 도이치벨레(DW)와의 인터뷰에서 "난민들이 다시 조만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고 단기 일자리를 찾고 있다. 특수한 자격을 갖추고 있는 경우에도 육체노동에 관심을 보인다"면서 "아이가 있을 경우에는 교대근무를 더 선호하는 양상을 띈다"고 말했다.
결국 전쟁이 얼마나 지속될 지, 전쟁으로 인한 인명 피해 정도 등이 EU 이주나 노동시장 등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ECB는 "계엄령이 해제되면 미래에는 근로가 가능한 남성들이 합류하게 되고 점차 난민들 중 근로 가능 인구 비중이 확대될 것"이라면서 "중기적으로는 유로 지역으로 오는 우크라이나 난민의 50~75%가 근로 가능한 인구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 "유럽의 추악한 면모 드러나" 인종 차별주의 논란
이처럼 유럽이 우크라이나 난민을 포용하는 모습에 일각에서는 인종 차별주의라는 지적이 일었다. 2015년 시리아 전쟁이 발발했을 당시 중동 등의 난민들이 유럽으로 대거 이동했지만 많은 유럽 국가에서 이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당시 유럽 국가들은 난민들의 불법 이주를 막고 국경 관리 역량을 한층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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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르 카라사판 세계은행(WB) 중동·북아프리카 코디네이터는 지난달 21일 브루킹스연구소 홈페이지에 게재한 기고문을 통해 유럽이 우크라이나 난민을 환영하는 모습이 "아프리카나 중동, 남아시아, 비유럽 난민들의 망명 신청자들과는 극단적으로 대조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난민에서 여성과 아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시리아 난민보다 높다는 점, 시리아 전쟁 당시 유럽 망명 신청자의 70% 이상이 남성이었다는 점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남성 난민들은 범죄나 급진화에 취약한 더 위협적인 존재로 간주된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EU는 인종차별이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 마르가리티스 스히나스 EU 집행위 부위원장은 지난달 워싱턴포스트(WP)에 우크라이나 사태 자체가 유럽의 바로 인근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특수 상황이 영향을 줬으며 시리아 사태 당시 난민 문제를 겪으면서 이 문제가 EU의 공통 이슈라는 믿음이 생겼고 당시에 비해 좀 더 난민들을 받아들이고 국경을 모니터링하게 됐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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