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절 ECB서 빌린 초저금리 장기대출금
금리인상후 예치만 해놔도 5조~32조원 수익 '횡재'
가계·기업 부담 늘어나는데…"ECB, 좌시 않을 것"
ECB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신용경색을 막기 위해 은행들에 마이너스 금리로 돈을 빌려줬는데, 은행들이 이를 갚지 않고 기준금리 인상 후 ECB 계좌에 넣어두면서 수십조원에 달하는 이익을 챙길 것으로 보여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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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유럽 은행들이 ECB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최소 40억유로(5조4100억원)에서 최대 240억유로(32조4700억원)의 이윤을 얻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ECB는 2020년 초 이후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을 통해 총 2조2000억유로(약 2976조8400억원)를 유럽 은행들에 빌려줬다. 대출금리도 마이너스(-)0.5%에서 -1%로 낮췄다. TLTRO는 전염병에 따른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마련된 코로나19 초기 부양책 중 하나다. 은행들이 장기간 저금리 대출을 더 많이 취급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TLTRO를 통해 빌린 대출금은 일반적인 예치체제금리(은행이 ECB에 자금을 예치할 때 주는 이자)가 아닌 과거 3년 평균 이자율을 적용받는다는 점이다.
ECB는 이달 11년 만에 처음으로 현재 -0.5%인 예금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고, 오는 9월엔 더 큰 폭으로 인상하겠다고 예고했다. 은행들은 과거 마이너스 금리로 받은 대출금을 조만간 플러스 금리로 전환될 예금계좌에 넣어두기만 해도 이익을 볼 수 있게 된다.
은행들이 TLTRO 대출금을 조기 상환하면 문제가 없지만, 마진을 챙길 수 있는 만큼 상환을 미루고 있다. 지난달 ECB에 조기 상환된 금액은 740억유로(100조1200억원)로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한 ECB 관계자는 “일부 은행들은 ECB와의 이익 계산을 다시 해본 뒤 조기 상환을 포기했다”고 전했다.
모건스탠리는 ECB가 올해 예금금리를 0.75%까지 올리면 2020년 6월 TLTRO 대출을 받은 은행은 2024년 12월까지 예치만으로 0.6%의 마진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무디스의 파비오 이아노 선임 신용 책임자는 “유럽 은행들이 TLTRO를 가능한 한 오래 보유할 것으로 보인다. ECB 유동성의 대부분이 민간 대출로 흐르지 않고 예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CB는 TLTRO가 없었다면 경제가 더 악화했을 것이라며 잘못은 없다면서도, 은행들의 ‘뜻밖의 횡재’(Windfall)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ECB는 지난달 TLTRO 금리를 -1.0%에서 코로나19 전인 -0.5%로 되돌리고, 예금금리와 연동되도록 조치했다. 예금금리와 TLTRO 간 금리 격차를 없애 은행들이 혜택을 줄이겠다는 시도다.
ECB가 추가적으로 어떤 조치들을 내놓을 것인지는 아직 알려진 바 없다. 다만 복수의 소식통은 ECB가 관련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가계와 기업의 차입 비용만 오르고 은행들은 이익을 보는 상황을 두고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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