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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이복현 한마디에 건설사들 벌벌…"부동산PF 전수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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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여신금융협회에서 여신전문금융사 대표들과 만나 기업대출 실태를 점검하겠다고 했다. 앞줄 왼쪽부터 김대환 삼성카드 대표, 김정기 우리카드 대표, 임영진 신한카드 대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권길주 하나카드 대표. [박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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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한 사업성 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밝히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금감원은 캐피털사 등 여신전문업체(여전사)가 취급한 모든 PF대출에 대한 사업성을 평가한 뒤 리스크가 높은 대출에 대해서는 충당금을 더 쌓도록 지도할 계획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개발 사업자의 비용 부담이 높아진 가운데 자금 조달마저 어려워지면 향후 주택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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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이 원장은 카드사 및 캐피털사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간담회에서 "모든 PF대출에 대한 사업성 평가를 실시하는 등 기업대출 실태를 점검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기업여신 심사 및 사후 관리 모범규준'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PF대출에 대한 선제 점검에 나서는 것은 여전사의 부동산 중심 기업대출이 부동산 호황기를 거치면서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여전사의 작년 말 부동산·건설업 대출 잔액은 35조원으로 3년 전(14조6000억원)과 비교해 140% 늘었다. 전체 대출에서 부동산과 건설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48.3%로 3년 전(34.4%)에 비해 13.9%포인트 증가했다.

부동산 시장 호황과 저금리 기조 속에서 여전사들이 부동산 PF대출을 늘려왔지만 최근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움직임으로 금융환경이 변하며 PF대출 부실화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40년 만에 돌아온 스태그플레이션, 금융업의 미래는?' 보고서에서 "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 부동산 시장 하락 반전으로 캐피털사의 부동산PF대출 부실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여전사가 각 PF대출에 대한 리스크를 제대로 분류하고 있는지를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둔촌주공 사태에서 보듯이 원자재 가격 상승, 사업성에 대한 우려 등으로 공사 현장이 멈추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금융사가 리스크가 높은 사업장을 '요주의'로 분류해 충당금을 쌓고 있는지 점검하고, 필요시 이를 더 적립하도록 지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금감원은 금융사가 부동산PF대출을 취급할 때 담보물이 아닌 사업자의 채무 상환 능력을 중심으로 여신 심사를 하도록 지도한다는 계획이다. 대출이 나간 이후에도 신용 위험 변화를 주기적으로 점검해 시장 상황 악화에 대비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업자의 이익, 건전성 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도록 지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의 이번 조치로 향후 부동산PF대출에 한파가 불 것으로 예상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미분양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본PF대출 상환이 안 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이 침체 분위기로 접어든 가운데 규제가 강해지면서 금융사들이 PF대출에 더 소극적으로 나서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개발 사업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금융의 물꼬가 막혀 주택 공급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는 "금감원의 이번 조치로 개발 사업 때 은행 등에서만 요구하던 신용평가사의 공식 사업평가서를 2금융권에서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시장에서는 사업을 깐깐하게 평가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여 개발 사업을 진행하기 더 힘들어졌다"고 전했다.

[김유신 기자 / 홍장원 기자 / 최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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