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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한 적 없는 '알뜰폰 개통' 문자…"스팸이네" 넘겼다가 '청천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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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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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디자이너 /사진=김현정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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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대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50대 김숙희씨(가명)는 최근 생활자금 용도로 신용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은행 직원이 김씨 명의로 A은행에서 3000만원, B캐피탈에서 7500만원, C저축은행에서 1억원 등 2억원이 넘는 대출이 실행돼 더이상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은 것. 자기도 모르는 대출이 있다는 소식에 놀란 김씨는 A은행을 찾아가 따졌지만, 김씨 명의로 된 알뜰폰으로 본인인증이 됐고 도용된 사업자 등록증과 신본증 사본까지 제출돼 정상적으로 대출이 실행된 것이란 답변만 돌아왔다. 김씨는 알뜰폰에 가입한 적이 없었다.

빠르고 간편한 비대면 금융거래가 일상화하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들 명의로 불법 개통된 '알뜰폰'을 활용한 금융사기도 늘고 있다. 알뜰폰이 개통될 때 피해자의 기존 휴대전화로 안내 문자메시지가 가지만, 이 안내 문구가 '스팸문자'와 유사한 형태인 까닭에 피해자들이 본인 명의로 알뜰폰이 만들어진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피해자들의 주의와 함께 알뜰폰 개통 안내 문자메시지 문구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7일 금융권과 통신업계에 따르면 본인 명의로 알뜰폰이 새로 개통되면 가입자는 기존 휴대전화로 '명의도용 방지문자'를 받는다. 전기통신사업법 제32조의6에 따르면 이용자의 동의를 받아 이용자의 명의로 전기통신역무의 이용계약이 체결된 사실을 문자메시지나 등기우편물로 알려주도록 돼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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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 신청 때와 개통 당시 안내문자


문제는 안내 메시지 문구다. 간단한 문구 밑에 URL을 둬 이 URL을 접속해 클릭하면 개인정보를 빼가는 '스팸문자'와 비슷한 형식이어서다.

실제 알뜰폰 개통 때 안내문자는 'OOO님 명의로 △월□일 ◇◇◇에 가입. 본인이 아닌 경우 통신사에 신고'라는 간단한 문구 뒤에 '명의도용방지서비스' M-Safer(엠세이퍼)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URL이 담겨 있다.

이에 피해자들이 안내문자를 스팸문자로 오인하거나 애초에 안 읽고 흘려보내는 경우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알뜰폰 활용 범죄로 피해를 입은 A씨는 "알뜰폰 개통 당일 명의도용 방지문자를 수신했지만, 스팸문자인 줄 알고 넘겼다"며 "나중에 내 명의로 가입된 알뜰폰으로 나도 모르는 대출이 이뤄졌다는 것을 알고서야 개통 사실을 인지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알뜰폰 개통을 위해 신용카드 등을 통한 본인인증 때 별도 확인 문자메시지를 보내지 않는 알뜰폰 사업자들도 있어 명의도용을 당한 고객으로선 개통 안내문자를 받더라도 제대로 이 사실을 인지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피해자 B씨는 "알뜰폰 개통 때 내 신용카드 정보로 본인인증을 했다고 하는데, 본인인증 완료 문자를 받은 기억이 없고 휴대전화 문자함을 뒤져봐도 본인인증 안내 문자는 없었다"고 했다.

이렇게 피해자들 몰래 개통된 알뜰폰이 금융사기에 활용되는 사례는 빈번하다. 이들의 범죄 수법에는 공통점이 있다. 사기범들은 스미핑이나 피싱 메일/문자를 통해 개인정보를 빼낸 뒤 피해자 클라우드나 메일에 저장된 개인정보(주민등록등본, 사업자등록증 등)를 탈취한다. 탈취한 정보를 바탕으로 피해자 명의 알뜰폰을 개통한 뒤 이 알뜰폰을 활용해 공인인증서를 발급받고, 알뜰폰으로 비대면 계좌 개설 후 전 금융권을 상대로 대출을 받는 식이다.

물론 개인정보를 탈취하기까지는 피해자의 주의가 필요하지만, 적어도 피해자 명의로 알뜰폰이 만들어질 때 피해자가 이를 제대로 인지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명의도용 방지문자 서비스의 취지를 살려 본인인증 단계부터 인증내역, 개통 안내 등을 고객에 자세히 안내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러한 시스템을 갖추기에는 영세한 알뜰폰 사업자들에게는 정부당국의 지원도 뒷받침 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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