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시그널, 수요 둔화 유발
"일단 팔고, 질문은 나중에"
글로벌 헤지펀드 매도세 주도
전세계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몰고 왔던 상품가격 오름세가 급락세로 돌아섰다. 경기침체 우려가 수요 둔화 전망으로 이어지면서 상품가격 급락을 부르고 있다. 곡물부터 구리, 석유에 이르기까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치솟던 상품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현지시간) 사상 최고 수준을 구가하던 상품가격이 경기침체 우려 속에 폭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GSCI 곡물 가격지수는 5월 중순 사상 최고치를 찍었지만 지금은 그때에 비해 28% 폭락했다.
런던금속거래소(LSE)에서 거래되는 산업용 금속 6개를 추적하는 금속가격지수는 3월 정점을 찍은 이후 30% 넘게 폭락했다. 대표적인 산업기초 소재인 구리는 이날 t당 7500달러를 간신히 넘었다. 올 들어 낙폭이 20%를 웃돈다. 4월 t당 10600달러를 웃돌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낙폭이 30%에 육박한다.
상품중개업체 마렉스에 따르면 구리 가격 하락을 예상하는 베팅은 2015년 이후 최대 수준으로 뛰었다. 헤지펀드들의 구리 순매도 포지션은 5월 초 4000랏(LOT) 수준에서 6월 말 현재 6만랏으로 93% 넘게 급감했다. 6만랏은 구리 150만t에 해당한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이날 4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 선이 무너졌다. 최근 최고치에 비해서는 29% 폭락했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고강도 금리인상이 경기침체를 부를 것이란 우려가 상품 수요 둔화 전망으로 이어지면서 상품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영국은행(BOE) 등 전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강력한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상품가격 급락세를 주도하는 것은 헤지펀드들이다. 헤지펀드들은 선물·옵션시장에서 특정 상품에 대한 매수 포지션을 줄이고 있다.
이들은 상품가격 상승을 예상할 때 특정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을 팔거나, 이를 특정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는 권리인 풋옵션으로 바꾸고 있다.
피크트레이딩리서치의 리서치 책임자 데이비드 휘트컴은 상당수 원자재 실질 수급이 여전히 빠듯하지만 "헤지펀드들이 매도에 나서고 있다"면서 "이들이 매도세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런던의 프로그램매매 헤지펀드인 플로린코트캐피털은 중국에서 거래되는 아연, 니켈, 구리, 철광석 등의 금속에 최근 수개월간 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격 하락을 예상할 때 취하는 풋옵션 매수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플로린 설립자 더그 그리니그는 자사가 단기, 중기적으로 "시장의 초점이 상당한 경착륙 위험에 집중되기 시작한 점"을 감안해 이같은 포지션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운용자산규모 106억달러의 애스펙트캐피털도 5월초 이후 구리, 은, 철광석, 철강 등의 가격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 또 설탕, 코코아 등 일부 농산품도 매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범위를 밀로도 확대했다.
상품시장은 현재 투매 상태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리서치 업체 TS롬바르드의 콘스탄티노스 베네티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헤지펀드들의 포지션 전환은 상품 가격 상승 압력이 크게 완화 됐음을 의미한다"면서 "시장에서는 일단 팔고, 질문은 나중에 하는 흐름이 대세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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