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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日 아베 전 총리 피격 사망

‘아베 피격’에 강경파 주도권 쥘 듯…동아시아 평화에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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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선거 이후 당내 강경파 주도권 쥘 듯

9조 개헌, 방위비증강 등 매파 정책 예상

미-일 관계나 한-일 관계에도 영향 예상

일본과 관계 개선 노리던 한국에 ‘큰 악재’


한겨레

8일 일본 나라현에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피격을 당하기 직전 참의원 유세 가두연설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연설 도중 괴한에게 두 차례 총격을 당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나라/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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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정국 영향에 대해선 지금 언급할 단계가 아니다. 나도 그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있다. 먼저 지금의 엄혹한 상황에 대해 ‘구명 조처’가 이뤄지도록 만전의 대응을 하는 게 중요하다.”

8일 오후 2시40분.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저격’ 소식을 듣고 급거 도쿄 총리관저로 돌아온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극히 긴장한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 나섰다. 몰려든 기자들이 아베 전 총리의 저격 사건이 향후 일본의 정국에 끼칠 영향을 물었지만, 아직은 이를 언급할 때가 아니라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하지만, 2012년부터 무려 7년 8개월 동안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의 총리직에 머물며, 신냉전으로 접어드는 동아시아에서 일본의 ‘침로’를 결정한 아베 전 총리의 존재감을 생각해 볼 때 이번 사태는 일본은 물론 동아시아 전체 정세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당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10일로 다가온 참의원 선거이다. 일본에선 유력 정치인이 뜻하지 않게 숨을 거둔 뒤 이어지는 선거를 ‘도무라이 갓센(弔い合戦)이라 부른다. 한 사람에 대한 추모 열기 속에 이뤄지는 선거이기 그의 유지를 이어받는 쪽이 큰 승리를 거두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선거에선 자민당이 ‘사분오열’된 야당을 상대로 압승을 거둘 것이란 예측이 이어지던 상황이었다.

이번 선거는 애초 지난해 10월 취임 이후 아베 전 총리의 ‘강경 노선’에 눌려 있던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승리를 통해 자신의 정책을 펴나가는 계기가 될지를 두고 관심을 모았었다. 하지만, 이번 저격 사태로 선거의 성격이 ‘기시다의 독립을 건 싸움’이 아닌 ‘아베를 추모하는 싸움’이 되어 버렸다. 선거에서 큰 승리를 거둔 뒤에도 기시다 총리의 영향력이 줄고 아베 총리의 유지를 이어가야 한다는 다카이치 사나에, 하기우다 고이치 등 강경파들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아베 총리가 수장을 맡고 있는 아베파(세와정책연구회)는 전통적인 매파·보수 파벌로 당 내에서 가장 많은 현역의원 95명을 거느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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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64)가 8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총격을 받아 의식불명 상태인 아베 신조 전 총리(67)와 관련해 취재진에게 설명하던 도중 잠시 발언을 멈추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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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파가 정국 주도권을 쥐게 되면, 향후 개헌이나 현재 진행 중인 외교안보 정책에도 심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먼저, 개헌이다. 아베 전 총리와 그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 등은 개헌을 자신들의 ‘염원’, ‘필생의 과업’이라 불러왔다. 기시다 총리는 개헌 자체엔 동의하면서도 일본의 군대 보유와 교전권을 부정한 평화헌법의 핵심인 9조에 대해선 신중한 자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일본 정계의 분위기가 단숨에 9조 개헌 쪽으로 휩쓸릴 가능성이 커졌다. 자민당은 아베 전 총리 재임하던 2018년 9조, 자위대의 존립근거를 삽입하는 내용의 개헌안을 발표한 바 있다.

다음으로는 외교·안보 노선이다. 자민당은 이번 선거 공약집에서 “나토가 국방 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 증액을 목표로 하는 것을 고려해 내년부터 ‘5년 이내’에 필요한 예산 수준의 달성을 추진한다”고 명시했다. 이 공약이 현실화되면 5년 뒤 일본 방위예산은 10조엔(약 100조원)을 넘어 세계 3위 수준에 이르게 된다. 기시다 총리는 “방위비 증액에 숫자가 정해진 것은 아니다”는 식으로 말해왔지만, 여기서도 당내 강경파들의 주장에 밀리게 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미-일 관계나 한-일 협력에도 적잖은 영향이 예상된다. 아베 전 총리는 2015년 4월 미-일 방위협력지침 등을 개정해 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2016년 현재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이 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을 처음 제기했다. 최근에는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제기하며 “대만 유사사태는 일본의 유사사태이고, 일-미 동맹의 유사사태”라는 인식을 거듭 밝혀왔다. 한국에 대해선 2015년 8월 아베 담화를 통해 더 이상 역사 문제로 사죄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고, 그해 말 위안부 합의 뒤엔 합의에서 1㎜도 움직일 수 없다고 해왔다. 일본과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잡아가려 했던 윤석열 정부 입장에게도 아베 전 총리의 변고는 ‘재앙적 뉴스’라 할 수 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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