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국제구호 연장 결의안 부결…러시아 유일하게 반대표
터키 통한 '마지막 숨통' 차단…"유럽행 난민사태 악화 노렸나" 관측
시리아 지원 연장 호소하는 인권단체 활동가 |
(서울=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러시아가 8일(현지시간) 내전으로 고통 받는 시리아에 인도주의 지원을 연장하는 데 거부권을 행사했다.
로이터·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터키 국경을 통한 시리아 원조 종료(10일)를 이틀 앞두고 1년 간 지원을 연장하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불발됐다.
15개 안보리 이사국 중 13개국이 찬성했지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유일하게 거부권을 던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기권했다.
결의안이 통과되기 위해선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의 찬성과 함께 5개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한 곳도 반대 입장을 밝히지 않아야 한다.
러시아는 대신 6개월 연장 후 갱신한다는 제안을 내놔 중국이 찬성했으나 이번엔 미국·영국·프랑스가 반대했다.
나머지 10개국은 기권했다.
안보리는 2011년 시작된 시리아 내전으로 위기에 직면한 북서부 주민 410만여명에게 2014년부터 1년 단위로 결의안을 연장하며 식량과 의약품 등을 지원해 왔다.
하지만 이번 부결로 당장 10일 이후에는 구호물자를 반입시킬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러시아가 시리아 주민의 마지막 생명줄을 차단한 셈이라며 규탄했다.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주 유엔 미국대사는 부결 직후 발언권을 얻어 "시리아 주민에겐 사활이 걸린 문제"라며 "뻔뻔하게 거부권을 행사한 국가 때문에 그들의 삶은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러시아를 정조준했다.
러시아는 표면적으로는 터키를 통하는 유엔 지원 경로가 시리아의 주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서방과 갈등이 깊어지는 게 배경에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드미트리 폴리안스키 주유엔 러시아 차석 대사는 6개월 연장안이 아니고서는 거부권을 다시 행사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시리아에서는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에 맞서 2011년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 내전으로 확산하면서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 양상으로 번졌다.
이 여파로 100만명이 넘는 시리아 난민이 유럽으로 유입되면서 외교적 불씨로도 남았다.
앞서 외교관들은 "시리아로 가는 마지막 지원 경로가 막히면 수천명이 시리아를 탈출해 유럽과 중동의 난민 사태가 악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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