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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통신장애 2시간부터 배상? 소비자 농락하나" 약관 개정에 자영업자들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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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3사, 통신장애 배상 기준 개정
3시간 이상 장애→2시간 이상 장애
자영업자·소비자단체 "실효성 없는 보여주기식"
"계단식 피해 산정과 현실적 배상 요구"
한국일보

지난해 10월 25일 오전 11시 20분쯤부터 전국 곳곳에서 KT의 유·무선 통신망이 장애를 일으키면서 소비자들의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한 식당에 KT 접속장애로 인한 현금결제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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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장애로 점심 장사 망치면 손해가 수십만 원인데 1,000원, 2,000원 배상이 말이 됩니까?"


서울 마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의 말이다. 최근 SK텔레콤, KT, LGU+ 등 통신3사와 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사가 제공하는 통신 서비스 장애로 인한 소비자 피해 배상 약관을 개정키로 했다. 현재 통신3사는 이동통신 서비스와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때 '3시간 이상 연속 장애'가 발생한 경우에만 소비자에게 요금제를 시간 단위로 나눠 피해 배상을 하고 있다. 방통위와 통신3사는 지난해 10월 대규모 통신장애를 일으킨 'KT 사태' 이후 해당 약관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거세지자 약 9개월 동안 약관 개정 논의를 진행했다.

그 결과 통신3사는 소비자 약관을 고쳐 '2시간 이상 연속장애' 발생부터 통신장애 피해를 배상키로 했다. 소비자 피해 배상 기준을 1시간가량 늘린 것이다. 이에 대해 통신업계는 "경제적, 기술적 한계를 고려해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지만, 자영업자들과 소비자 관련 단체들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보여주기식 개정"이라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A씨는 "지난해 KT통신장애 사태처럼 점심 시간에 일이 터지면 손해가 수십만 원은 될 것"이라며 "내 돈 주고 이용하는 서비스로 피해를 입었는데 고작 몇 천 원 돌려받는 건 억울하다"고 말했다.

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통신3사는 이달 중 통신장애에 따른 피해자 배상 약관을 개정한다. 구체적 내용은 ①2시간 이상 연속 장애가 발생하거나 ②월 누적 장애 시간이 6시간 이상인 경우 피해 배상을 실시한다. 배상액은 이동통신은 피해액의 8배, 초고속인터넷(IPTV) 서비스는 피해액의 10배다. 개정안은 현행 통신3사 약관인 3시간 이상 연속장애 발생시 6~8배의 피해액을 배상하는 것을 일부 강화했다. 피해액은 한 달 단위로 소비자가 납부한 요금을 시간 단위로 쪼개서 계산한다. 즉 가장 비싼 요금제인 8만 원대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2시간 통신장애 피해를 입을 경우, 8만 원을 2시간 기준으로 나눈 222원에 10배를 곱한 2,220원이 배상액이 된다.

소비자단체 "실효성 없는 보여주기식 개정안"

한국일보

통신3사가 통신장애 배상 기준을 강화하는 약관 개정안을 내놨지만, 소비자단체는 보여주기식이라며 강하게 질타했다. 사진은 이달 16일 서울시내 한 휴대폰 할인매장에 통신3사 로고가 걸려 있는 모습.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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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개정안을 접한 자영업자와 소비자보호 관련 단체들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보여주기식 개정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해당 개정안이 적용된다 해도 ①2시간 이하 통신장애에 따른 소비자 피해 구제가 어렵고 ②가장 비싼 8만 원대 요금제를 이용해도 실제 배상액이 2,000원 수준으로 비현실적으로 적으며 ③통신사들이 소비자 피해에 대한 금전 배상 대신 통신 요금할인으로 우회로를 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관련 비정부기구(NGO) 단체의 한 관계자는 "이런 내용은 전혀 개선안이 아니다"며 "오히려 소비자를 화나게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소비자들은 단 10분만 통신장애를 겪어도 영업이나 경제활동에 막대한 피해를 입는데 2시간 이상 연속장애부터 배상한다는 것은 그 사이에 통신망을 복구해 배상 자체를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배상액도 가입 요금을 시간 단위로 쪼개서 10배로 준다는 건데, 2시간 이상 피해만 배상한다면 100만 원, 1,000만 원을 준다고 해도 사실상 배상할 마음이 없다는 뜻"이라고 날을 세웠다.

자영업계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이용하는 계산기와 주문기는 무선 초고속인터넷이 주로 적용되고 있다. 이철 한국외식업중앙회 국장은 "통신사들이 약관 강화를 위해 노력한 부분은 인정한다"면서도 "자영업자들은 통신장애로 계산기와 주문기가 멈춰 서면 피해가 엄청나기 때문에 그 피해를 온전히 보상하기엔 개정안의 배상 기준과 액수가 많이 모자란다"고 비판했다.

"피해액 세분화해 계단식 배상제 도입해야"

한국일보

지난해 10월 25일 발생한 KT 통신장애 사태 당시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 현금결제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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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통신업계는 "제한된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통신업계는 ①24시간 단위로 피해를 배상하는 미국 등 해외국가 대비 엄격한 배상 기준이고 ②더 세밀한 통신장애 피해 산출이 기술적으로 어려우며 ③통신장애 배상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커지는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은 천재지변이나 예상치 못한 재해로 인한 통신장애도 도의상 소비자들에게 배상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개정안으로 이용자들의 피해 배상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소비자단체는 '계단식 피해 배상제' 등 현실적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이정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통신장애 피해액을 30분, 1시간 단위 등으로 보다 세분화하고 통신장애에 따른 영업 피해까지 고려한 현실적 배상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통신사들이 배상액을 '통신요금 인하' 등 우회수단으로 지급할 것이 아니라, 직접적인 현금 배상 시스템을 구축하자고 요구했다. 관행적으로 통신3사와 약관 개정을 논의하는 방통위가 감독기구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현재로선 방통위가 통신3사 편을 들어주고 있는 격"이라며 "마치 큰 개선안인 것처럼 발표를 하는데 소비자 우롱이다. 더 확실하게 감독기구 기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비규환 KT 사태…배상액은 단돈 1,000원


한국일보

구현모 KT 대표가 지난해 10월 28일 서울 종로구 KT혜화타워 앞에서 같은 해 10월 25일 발생한 KT의 유·무선 인터넷 장애와 관련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오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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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지난해 10월 25일 발생한 'KT통신장애 대란'은 소비자 업계의 주장을 일정 부분 뒷받침한다. 당시 KT의 초고속인터넷망은 오전 11시 20분쯤부터 약 80분 가량 마비됐다. KT직원이 전산망에 입력어 'EXIT' 하나를 누락하면서 발생한 일이다. KT가 제공하는 유무선 전화와 인터넷 등 다양한 플랫폼이 마비됐다. 자영업자들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을 겪었다. 초고속인터넷망이 마비되면서 계산기가 일제히 멈춰서면서 가장 바쁜 점심시간에 정작 카드 계산과 전자주문을 할 수 없게 됐다. KT인터넷망을 이용하는 자영업자들은 가게 앞에 '현금결제만 가능'이라는 문구를 써 붙이기도 했는데, 이를 보고 돌아선 소비자들이 많아 크게는 수십만원 대 매출 피해를 입은 곳도 있었다.

사건 이후 소비자들은 충분한 피해 배상을 기대했다. 하지만 KT는 약 2주에 걸친 논의 끝에 개인 소비자는 5만 원 요금제 가입자 기준 1,000원을 배상하고 소상공인들에겐 9,000원~1만 원 안팎의 배상금을 지급키로 했다. 통신3사가 공통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3시간 이상의 연속적 통신장애부터 배상한다'는 이용약관이 문제였다. KT는 통신장애 시간이 80분에 그쳐 원칙적으로 약관 상 배상 의무가 없지만 '도의적 책임'으로 배상을 한다고 밝혔다. 이에 소비자들이 더욱 거세게 불공정 약관 문제를 지적하면서 이번 약관 개정의 기폭제가 됐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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