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가가 상승했다고 하지만 원자재 가격이 오른 것을 감안하면 손익분기점(BEP)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1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총 2조8690억 원 규모의 대형 LNG 운반선 10척을 수주했다. 유럽 및 오세아 소재 선사가 발주한 17만4000㎥급 LNG 운반선 10척에 대한 건조 계약이다.
이를 포함 한국조선해양은 올 들어 지금까지 총 140척, 175억2000만 달러 규모의 수주에 성공했다. 올해 수주 목표인 174억4000만 달러를 넘어서는 수치다.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의 수주 규모는 63억 달러로, 목표치 88억 달러의 71.6%에 이르렀고, 대우조선해양은 현재까지 59억3000만 달러어치를 계약을 따내 목표치(89억 달러)의 66.6%를 채웠다.
이들 국내 조선 3사의 수주량은 올해 상반기 전 세계 발주량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6월까지 국내 조선사들은 글로벌 발주량 2148만CGT 중 994만CGT를 수주, 4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는 926만CGT로 43%의 점유율을 기록한 중국을 앞선 것으로, 2018년 이후 4년 만에 상반기 수주 1위를 탈환했다.
A조선사 관계자는 "2016년 무렵 수주 절벽 이후 조금씩 경기 반등이 있었고, 기저 효과도 있고 해서 지난해 초부터 수주가 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팬데믹이 안정화되면서 물동량이 늘었고, 국제해사기구의 탄소 규제 영향도 있다. 또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유럽 쪽에서 파이프라인을 통한 에너지 수송의 대안을 찾으면서 해상 물동량이 증가할 걸로 보는 시각이 많다"고 수주 증가 배경을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17만4000㎥급 LNG 운반선 시운전 모습. [사진=한국조선해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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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선가도 많이 올랐다. 한국조선해양이 최근 수주한 LNG선 10척은 척당 금액이 2869억 원이다. 이는 2014년 LNG 운반선의 평균 수주 단가 약 2666억 원(2억500만 달러, 클락슨리서치 통계 기준) 대비 7.6% 높은 수준이다.
다만, 이 같은 '수주 랠리'에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급격히 오른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저가 수주' 우려를 떨쳐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주를 아무리 많이 해도 돈이 안 된다"면서 "싸게 해주니까 (우리나라로) 오는 거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같은 수주라도 옛날과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며 "원자재 가격이 오른 걸 배값에 온전히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선박 제조원가의 약 20%를 차지하는 조선용 후판 가격은 지난해 초 톤(t)당 60만 원 선에서 현재 120만 원 대까지 2배 가까이 뛰었다.
B조선사 관계자는 "선가가 거의 역대 최고 수준이라 분명 상황이 나아진 것은 맞다"면서도 "여기서 수익이 나려면 (원자재 가격이) 더 오르면 안 된다"고 했다.
숙련공은 줄었는데, 인건비는 더 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성을 봐야 한다"면서 "예전에는 우리나라 조선업에 숙련공들이 많아서 효율이 좋아 수주하는 족족 (이익이) 남았다. 하지만, 지금은 가격도 싸게 받지만 숙련공들이 줄었다. 그런데 인건비는 또 올랐다"고 했다.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인 조선업에서 은퇴와 이직 등으로 숙련공이 이탈하면서 생산성과 효율성이 많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B조선사 관계자는 "배 만드는 비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후판 가격과 인건비인데, 인건비가 많이 오르긴 했다"며 "불황을 거치면서 인원도 많이 줄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지금 당장 인원이 없어서 배를 못 만들 정도는 아니지만, 대략 6개월 뒤부터는 인력난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주가 많으면 좋기는 하지만, 그보다 돈을 벌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아쉬움이 있다"며 "(최근 국내 조선사의 수주 금액은) 손익분기점(BEP) 정도면 잘 받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ho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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