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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르포]"이자 걱정에 밤잠 설친다"…금리폭탄에 자영업자들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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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상인들 고정비·대출이자 부담 증가 고통 호소

대출로 버텼는데 기준금리 인상에 눈덩이 빚…한계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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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서울 명동 거리는 한산했다.© 뉴스1 손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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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손승환 기자 = "정신적으로 이렇게 힘든 건 13년 장사하면서 처음이에요. 대출로 버텼는데 대출 이자 폭탄이 기다리고 있다고 하니 이젠 모두 체념했습니다."

서울 명동에서 수공예품 가게를 운영하는 A씨(60)는 경기침체와 맞물린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여파에 한계에 내몰렸다고 하소연했다.

가방 장사를 하는 B씨(43)도 고금리에 앞이 캄캄하다고 호소했다. B씨는 "코로나19로 장사가 안 돼 은행을 찾았지만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대출 거부를 당했다"며 "임대료와 생활비 마련을 위해 결국 금리 24% 사채를 썼다. 이자 부담이 너무 큰데 코로나까지 다시 확산한다고 하니 살기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18일 한국은행 '2022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 조사에서 올해 1분기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은 960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말 대비 40.3% 증가했다. 전분기(909조2000억원)와 비교에도 3개월 만에 약 60조원이 늘었다.

취약 자영업자대출 역시 올해 1분기말 88조8000억원으로 2019년말(68조원) 대비 30.6% 증가했다. 취약 차주(돈을 빌린 사람) 수도 31만6000명에 달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최근 기준금리를 0.5%p 인상하면서 자영업·소상공인 어려움은 가중될 전망이다. 금융권 대출 금리는 준거금리인 시장금리에 마진과 대출자의 신용도가 반영된 가산금리를 더해 정한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덩달아 오르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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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서울 명동 거리에는 폐업한 매장이 많았다.© 뉴스1 손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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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소상공인 대출자 대다수는 3개 이상 금융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 성격을 띠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그간 추가 대출을 통해 파산 위기를 막아왔지만 이자 부담이 크게 오르면 연쇄 채무불이행 사태가 불거질 우려가 있다.

금융위원회 취약부채 현황 조사 결과 자영업자 중 다중채무자는 2019년말 8만명에서 올 3월말 30만명으로 4배 가까이 폭증했다. 대출액 역시 2019년 말 88조7000억원에서 올 3월말 187조8000억원으로 100조원 가까이 늘었다.

고물가, 고임대료, 최저임금 인상 등 '삼중고'에 이어 금리 추가 인상까지 겹치며 자영업자들을 한계상황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9월 말 자영업·소상공인에 대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의 일몰이 예정됐다는 점도 뇌관이다. 차주들은 9월말 이후 대출 만기 건부터는 일시상환 및 분할상환 등을 결정해야 한다. 한 번에 갚을 수 없어 대출을 연장하면 금리는 그 시점의 금리로 적용된다.

아들과 함께 식당을 운영하는 C씨(80)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출 이자 부담까지 겹치며 영업제한 못지않은 지옥터널을 지나는 기분"이라며 "오르기만 하는 임대료까지 생각하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장사를 접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도 올 연말 부실 대출 뇌관이 터지지 않게 하기 위해 대책마련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자영업자·소상공인과 관련해 30조원 규모 '새출발기금'으로 부실채권을 매입해 채무를 조정해주고 8조7000억원 규모의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주기로 했다. 다만 관치금융 및 도덕적 해이, 상대적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는 등 시행에는 진통이 예상된다.
ideae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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