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재확산세가 예사롭지 않다. 7월 초부터 코로나19는 일주일 만에 감염자 수를 두 배로 늘리는 더블링 현상을 보이며 급격히 퍼지고 있다. 애초 당국도 코로나19가 재유행할 수 있다고 봤지만 그 시기는 9월 중순에서 10월 중순께였다. 예상보다 빠른 이 같은 코로나19 재유행 조짐에 당국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사람들의 이동이 많은 여름휴가철을 앞두고 있어서 확산세가 본격화된다면 그 속도는 굉장히 가파를 수 있기 때문이다.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모니터를 보며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를 파악하고 있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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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5, 켄타우로스 동시 유행할까
방역당국이 최근 코로나19의 재유행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새로운 오미크론 하위 변이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사회를 파고들고 있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는 BA.5다. 재확산의 주범인 이 바이러스는 전파력이 뛰어난 데다 면역회피 특성까지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전파 속도가 더 빠른 켄타우로스(BA.2.75)가 등장해 당국을 당혹케 하고 있다. 켄타우로스 역시 BA.5처럼 항체 우회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전파력이 더 강한 켄타우로스가 우리 사회에서 확산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5월 초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켄타우로스는 지난 6월 20일 7.9%였던 점유율이 일주일 만에 51.35%로 급증했을 정도로 가공할 전파력을 보이고 있다. 만일 지역사회에서 켄타우로스의 확산세가 확인된다면 이번 코로나19 재유행의 파장은 쉽게 가늠하기 힘들어 보인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아직 분석이 채 끝나지 않은 BA.5와 BA.2.75를 동시에 마주해야 되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재유행 기간이 더 길어질지도 모른다는 분석도 있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BA.2.75의 전파력과 면역회피력이 BA.5보다 더 강하다면, BA.5 정점 이후에 BA.2.75의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이는) 전체 유행의 크기가 커지고 기간은 길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8월 말 대유행”… 하루 최대 30만 명 확진 우려
유행 규모와 관련해 7월 초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수리모델링 분석으로 8월 말께 하루 최대 30만 가까이 확진자가 나올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두 변이 바이러스가 동시에 확산한다면 어디가 정점일지 쉽게 예단할 수는 없다는 분위기도 역력하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지금까지 일일 기준 역대 최대 확진자 수는 올 3월 60여만 명이었다. 이는 당국의 예측 범위를 훌쩍 넘어선 수치였는데, 당시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세를 당국이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번에도 그때가 재현되지 않을지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이번 오미크론 하위 변위의 확산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곳곳의 사정이 비슷하다. 미국의 경우 7월 중순 기준 일일 신규 확진자는 평균 13만 명을 넘어섰는데, 지난 2월 대비 5개월 만에 처음 나온 수치다. 일각에서는 실제 하루 확진자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장기화된 코로나19에 지쳐 제대로 된 검사를 받지 않는 이들이 많고, 또 가정용 자가키트 검사를 이용하는 빈도도 꽤 높다는 것이다. 워싱턴대 의과대학 산하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는 공식 수치의 약 7배에 달한다는 추정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최근 자국 확산세에 대한 우려로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기간을 오는 10월 13일까지 3개월간 연장키로 했다. 일본은 더 심각하다. 7월 중순 기준 일일 신규 확진자는 11만 명으로 하루 최다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영국도 7월 첫 주 전주 대비 29% 확진자 수가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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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최근 유행과 관련해 다행스러운 것은 치명률이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다. 즉 감염되어도 위중증으로 상태가 심각해지는 비율이 적다는 것이다. 정부 통계를 살펴보면 국내 코로나19 치명률은 지난해 11월 1.56%까지 상승했다가 5월 0.07%까지 낮아진 상태다. 이 같은 추이는 오미크론 확산 이후 세계 각국에서 비슷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고위험군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를 수 있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 중앙대책방역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재유행이 본격화된 7월 둘째 주(7월 10~16일) 신규 위중증 환자수는 직전 주(48명) 대비 47.9%나 늘어난 71명이나 됐다. 사망자 역시 직전 주(62명)보다 67.7%(104명)로 증가했다. 사망자 중 80대를 포함해 60대 이상이 90.4%를 차지했다.
▶자발적 거리두기로는 한계
코로나19 재확산과 관련한 대응책은 백신접종과 각자의 거리두기 등 개개인의 생활방역이 최선이다.
백신접종의 경우 현재 4차 접종이 시행되고 있다. 대상은 50세 이상 연령층, 18세 이상 면역저하자 및 기저질환자, 요양원이나 장애인 관련 등의 감염취약시설의 입원·입소·종사자다. 투여되는 백신은 화이자와 모더나 등 리보핵산(mRNA) 백신 또는 노바백스 백신으로 접종한다. mRNA 백신이 우선 권고되며, mRNA 백신을 원치 않으면 노바백스 백신을 선택할 수 있다.
현재 신규 변이에 대응한 개량 백신도 개발되고 있어 부작용에 대한 걱정이 있는 기존 백신을 맞을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 있는 것과 관련해, 당국은 “그래도 맞아야 된다”는 입장이다. 기존 백신의 중증 및 사망 예방 효과가 확인됐다는 것이 이유다. 코로나19 재확산 국면에서 고위험군들의 위중증 환자 발생 비율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속도전’이 중요하다고 당국은 강조하고 있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신규 변이가 유행해도 현재 백신이 중증·사망 예방 효과는 유지된다는 결과는 고위험군을 보호하는 선제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스웨덴, 이스라엘 등 외국 연구도 국내와 유사한 결과를 보인다”고 말했다.
50대 연령층에 대한 코로나19 4차 백신 접종이 시작된 광주 북구 중흥동의 한 병원에서 50대 북구청 공무원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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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을 하는 해외 국가들은 이스라엘, 미국, 독일, 일본, 호주, 프랑스 등이다. 이와 함께 각자의 생활방역 역시 중요하다. 현 정부는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들의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강력한 거리두기 조치는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신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 예방과 치료를 강조하면서 자발적 거리두기를 유도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우리 사회 코로나19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 이 ‘자발적 거리두기’가 효과를 발휘할지 의문이다. 이미 국민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가 계절독감과 같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있어 더 이상 큰 경각심을 갖지 않는 기류가 팽배하다.
실제 이미 곳곳에서 코로나19는 ‘저 세상의 일’이라는 인식이 만연하다. 최근 이태원을 방문했던 30대 A씨는 “사는 동네를 벗어나니 완전히 딴 세상이었다”면서 “거리에 마스크를 낀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젊은 층 사이에서 이미 코로나19는 더 이상 조심해야 할 것이 아닌 것으로 치부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대형 쇼핑몰에서 만난 40대 B씨도 “솔직히 주위를 보면 젊은 층 사이에서 코로나19를 겁내는 이들은 별로 없다”면서 “오히려 잦은 백신접종에 대한 걱정이 더 많다”고 꼬집었다.
이를 반영하듯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7월 둘째 주 코로나19 신규확진자의 35.5%가 10~2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개개인 스스로가 최근 재확산세를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현실인 셈이다. 당국은 강력한 거리두기 조치에 대해 ‘최후의 방역수단’이라는 입장이다.
코로나19가 재확산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대구 중구 대구백화점 프라자점 문화센터에서 관계자들이 방역작업을 하며 방역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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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얼어붙는 소비심리
대한상공회의소가 7월 18일 밝힌 소매유통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2022년 3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는 최근 좋지 않은 소비심리를 그대로 보여준다. 조사 결과로 나타난 지수는 84로, 100 이하면 소비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본다. 최근 글로벌 금리 인상 흐름과 물가 급등 등을 고려할 때 이같은 소비심리 악화 원인을 전적으로 코로나19 재확산으로만 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주요 원인 중 하나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실제 여름휴가철을 앞두고 기대감에 들떠있던 여행·항공업계는 이른 코로나19 재유행으로 마음을 졸이고 있다.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는 예상보다 못하고, 설상가상으로 해외 현지에서 코로나19에 걸려 입국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경험들이 입소문을 타면서 해외여행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그래서 국내로 목적지를 바꾸는 경우도 꽤 있는데, 무조건 반길 만한 현상도 아니다. 국내 인기 여행지로 향하는 항공권 및 현지 숙박 가격이 치솟아 국내 여행마저 주저하는 분위기가 역력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상황도 그리 녹록지 않다. 각국이 이전처럼 빗장을 걸어 잠그지 않는 것은 다행이지만 일부 국가는 여전히 봉쇄 정책을 통한 코로나19 문제 해결을 고집하고 있다. 중국이 대표적인데,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의 이 같은 행보는 쉽게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세계의 공장 격인 중국이 자국 문을 틀어막으면 이 여파가 글로벌 파장을 일으키고 결국 우리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를 예를 들어보면 회사는 중국 당국의 봉쇄 정책에 상하이에 있는 현지 공장을 멈춰 세워야 했다. 그 결과 2분기 차량 인도량이 전 분기 대비 18%나 감소한 수치를 마주해야 했다. 이 여파는 우리에게도 직접적이었다. 테슬라에 배터리를 납품하는 국내 기업 LG에너지솔루션의 2분기 영업이익은 크게 감소했다.
여기에 더해 현 정부 들어 중시하고 있는 미국·유럽의 경제가 코로나19 재확산 및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둔화 조짐이 뚜렷한 것도 부정적 요소다. 김홍구 부산외대 교수는 “국가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현재처럼 여러 외생 변수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일이 다시 반복되지 말란 법은 없다”면서 “이런 점에서 항상 대안은 필요하고, 그 일환으로 아세안 등 제3세계 시장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수인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3호 (2022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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