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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수돗물 유충 사태

대구 수돗물 독소 검출 논란…"여름내내 마시면 정자 감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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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성군 다사읍 문산정수장 전경. [사진 대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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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돗물에서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것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남세균은 최근 낙동강에서 심각하게 번지고 있는 녹조 원인 생물이다.

남세균이 생산하는 마이크로시스틴은 국제 암 연구소(IARC)에서 발암물질로 지정한 것으로, 가장 독성이 강한 마이크로시스틴-LR은 청산가리의 100배 독성을 지니고 있다. 마이크로시스틴은 간·신장 등에 영향을 끼치고, 정자 수를 감소시키는 생식 독성까지 나타낸다.

30일 환경부와 대구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1일 대구 정수장 3곳의 수돗물을 채집해 부경대 이승준 교수팀에 마이크로시스틴 농도 분석을 의뢰했다.

분석 결과, 고산정수장에서는 0.226 ppb, 매곡정수장에서는 0.281 ppb, 문산정수장에서는 0.268ppb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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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대구 문산취수장 앞 낙동강 짙은 녹조가 발생했다. 녹조 원인 생물인 남세균이 덩어리를 이루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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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8일 성명에서 "그동안 고도정수처리를 완벽히 하기 때문에 정수된 물에서는 절대로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오지 않으니 안심하고 수돗물을 마시라고 한 대구시와 환경 당국의 호언장담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는 동일한 시료로 분석했으나, 마이크로시스틴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환경부도 28일 "조류 독소에 대해 수돗물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보도 설명자료를, 29일에는 "녹조가 발생해도 안전한 수돗물, 안심하고 드셔도 됩니다"라는 자료를 배포했다.

환경운동연합과 환경부가 정반대되는 주장을 내놓으면서 수돗물 안전성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다른 방법, 전혀 다른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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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민 50%가 마시는 수돗물을 원수를 취수하는 매곡취수장 앞 낙동강에 녹조가 진하게 발생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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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벌어지게 된 것은 무엇보다 분석 방법의 차이 때문이다.

대구시나 환경부에서는 고성능 액체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기(HPLC-MS)를 사용하는 '공정시험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이 방법은 마이크로시스틴 4가지 종류만 분석한다.

이에 비해 이승준 교수는 효소결합 면역흡착분석법(ELISA)을 사용했다. 개별 마이크로시스틴의 양을 따지지 않고 200여 종에 이르는 전체 마이크로시스틴 양을 측정 키트로 분석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측정 기기가 다르고, 분석을 위해 시료를 사전 처리하는 방법에서도 차이가 난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이 교수팀이 사용한 ELISA도 미국 환경보호국(EPA)에서 제시하는 조류독소 분석법이지만, 표시한계(Reporting Level)가 0.3ppb로서 0.3 ppb 미만의 값은 신뢰도가 낮아 검출량을 산정하는 자료로 활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분석시간이 빠르고 비용이 적게 드는 반면 정확도가 낮은 분석법으로서 조류독소의 유무를 신속히 판단하기 위한 스크리닝 목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에서 사용한 HPLC-MS 법 역시 미국 EPA에서 제시하는 조류독소 분석법 중 하나다.

정확도가 높아 세계보건기구(WHO)나 미국·호주 등에서 관리기준(마이크로시스틴-LR 등)의 분석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게 환경과학원의 설명이다.



"ELISA로 마이크로시스틴 정량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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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세균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 구조의 차이로 인해 약 200여 종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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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시스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부분인 ADDA를 ELISA 방법에 활용한다.


이에 대해 이승준 교수는 "ELISA도 마이크로시스틴 정량에 사용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자신이 사용한 분석 키트의 검출한계는 0.1ppb이고, 0.15ppb 이상에서는 정량분석, 양을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용한 키트마다 성능이 다르고, 실험실마다 정량한계 등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ELISA 중에서도 개량된 마이크로시스틴-ADDA 방법의 경우 검출 한계가 0.04~0.05 ppb에 이르는 것도 있다. ADDA는 다양한 마이크로시스틴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분자 구조이고, 이 부분을 ELISA에 활용하는 것이다.

지난 2014년 미국 오하이오주 환경보호국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에 대한 ADDA-ELISA가 액체크로마토그래피 방법과 잘 일치한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 교수도 ADDA-ELISA 방법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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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시스틴 ADDA를 이용한 효소 결합 면역 훕착 분석법(ELISA)의 농도-흡광도 곡선. 큰 사각형으로 표시한 것처럼 0.1~5ppb 구간에서 정량적 측정이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가로축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는 로그값으로 표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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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ELISA에 문제가 있었다면 미국에서 공식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오랫동안 상호 검증한 후 문제가 없으니까 공식 방법으로 인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구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여름 내내 마신다면 정자 감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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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에 발생한 녹조. 지난 10일 합천창녕보 상류의 모습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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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교수팀의 조사에서 나온 마이크로시스틴 0.226~0.281 ppb 수치를 인정한다면, 얼마나 위험한 수준일까.

WHO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의 먹는물 권고기준으로 1ppb를 제시하고 있다. WHO 기준과 비교했을 때 대구 정수장 수돗물은 문제가 없는 셈이다.

하지만 미국 연방 환경보호국은 다른 기준을 정하고 있다.

유아 및 취학 전 아동의 경우 0.3ppb의 마이크로시스틴이 든 물을 10일 이상 마시지 않도록 하는 권고 기준을 정해놓고 있다. 학령기 아동과 성인에 대해서는 1.6 ppb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대구 수돗물에서 검출된 양은 유아 및 취학 전 아동에 대한 권고기준에 육박한다.

EPA는 "임산부와 수유부, 노인, 면역 저하자, 투석 치료를 받는 사람 등은 일반 인구보다 마이크로시스틴의 건강 영향에 더 취약할 수 있다"며 "예방 조치로 이러한 민감한 그룹에 속하는 개인은 취학 전 연령 이하의 어린이에 대한 권장 사항을 따르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PA는 "태어난 지 3개월 미만의 영아에 대한 권고기준은 0.2 ppb로 계산됐지만, 0.3ppb 기준에 적용된 안전 계수를 고려한다면 0.3ppb를 적용해도 특별히 위험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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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환경보호국(EPA)에서 정한 수돗물 마이크로시스틴 건강 권고치. 6세 미만 어린이에 대해서는 0.3ppb 기준을, 6세 이상 아동과 성인에 대해서는 1.6ppb 기준을 제시했다. 3개월 미만 영아의 경우 건강 권고치가 0.2 ppb로 계산됐지만, 0.3ppb를 적용한다고 EPA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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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A 기준으로는 10일 이상만 노출되지 않는다면 어린이의 경우도 문제는 없다. 달리 말하면 10일 이상 계속 마신다면 건강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환경보호국 환경건강위험평가소(OEHHA)는 주민들에게 '공지하는 기준'을 제시하는데, 수돗물에서 3ppb 이상 검출될 경우 24시간 이상 마시지 않도록 하고 있다.

OEHHA는 또 0.03ppb 이상의 마이크로시스틴이 들어있을 경우 3개월 이상 마시지 않도록 하고 있다. 남성 정자 수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수돗물에서 이번에 검출된 수준의 마이크로시스틴 농도가 10일 넘게 지속한다면 어린이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고, 여름 내내 이어진다면 남성의 경우 생식 능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제거 효율 확인하고 보 개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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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21일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가 대구 달성군 매곡정수장을 찾아 권영진 대구시장 등과 함께 정수시설을 확인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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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계속 검출될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

마이크로시스틴은 대부분 남세균 세포에 붙어있지만, 최대 30%까지 물속으로 녹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포에 붙어있는 마이크로시스틴은 정수장의 침전지나 모래 여과지에서 대부분 남세균 세포와 함께 걸러진다.

하지만 세포에 붙어있는 마이크로시스틴 중 일부, 그리고 물에 녹아 있는 마이크로시스틴은 모래 여과지를 통과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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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 정수처리 시설의 예. [자료: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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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활성탄을 사용해 물속 마이크로시스틴을 흡착·제거할 필요가 있다.

염소·오존처리를 통해 물속에 녹아있는 마이크로시스틴을 화학적으로 제거할 수도 있다. 모래여과나 활성탄 여과 이전에 염소처리를 할 경우 남세균 세포가 손상돼 세포 속의 마이크로시스틴이 녹아 나와 제거가 어렵게 될 수도 있다.

고도정수처리 시설을 갖춰도 제대로 운영해야 마이크로시스틴을 제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에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대구 정수장의 경우 마이크로시스틴 제거 효율이 어느 정도인지 점검이 필요하다. 고도정수처리 시설만 믿고 있을 게 아니라 실제 제대로 제거되는지 여름 내내 반복해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상수원수의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를 낮추는 것도 중요하다. 낙동강 녹조를 차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환경운동연합은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더는 검출되지 않을 때까지 즉시 단수 조치하고 대구시민에게 비상 급수를 해야 한다"며 "녹조 문제 해결을 위해 낙동강 보 수문을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4년 8월 미국 오하이오 주 털리도(Toledo)시에서는 수돗물에서 최대 2.5ppb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돼 50만 주민들에게 수돗물을 마시지 말라는 권고가 내려졌다. 마이크로시스틴은 끓여도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분석법 놓고 매번 '트집'…결국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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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 바이러스 오염 논쟁이 벌어졌던 지난 2001년 5월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의원들과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이 서울 한남동 보광정수장을 방문했다. 맨 오른쪽 오세훈 현 서울시장과 함께 당시 환경운동연합 최열 사무총장의 모습도 보인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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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1년 낙동강 페놀 오염사고 이후 수돗물 수질을 둘러싼 논쟁은 30년 동안 계속됐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검출 등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환경부나 지자체에서는 비공인 방법을 사용했다는 이유를 들어 반박하곤 했다. 학계에서 새로 개발된 방법을 적용해서 얻은 데이터를 제시할 때마다 예외 없이 거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결국에는 환경부도 새 방법을 공인하거나, 새 방법에 따른 기준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상황이 전개됐다.

중요한 것은 시민의 안전이라는 점에서 더 신속하고, 더 정확한 방법, 새로운 오염물질을 찾아내는 방법을 환경부가 끝까지 외면하기는 어렵다.

이번에도 ELISA를 사용한 분석이 국내에도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ELISA 방법은 HPLC 방법보다는 훨씬 신속하고 간편하게 마이크로시스틴을 검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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