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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메타버스가 온다

'메타버스 게임'이라던 마인크래프트는 왜 "NFT는 투기" 선언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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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팀 모장 "마인크래프트 기반 NFT 발행 금지"
NFT 쪽은 "사용자에 존중 없는 행위" 비판했지만
'사기·유도' 지친 이용자들 "NFT 사기"라며 지지 보내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게임'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마인크래프트 개발사인 모장스튜디오가 지난 20일 자사 게임 기반의 대체불가능토큰(NFT) 발행을 금지한다고 선포하자 업계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마인크래프트를 '메타버스의 기반 게임'으로 찬탄하던 NFT 개발 진영은 "퇴보하는 전통 게임사와 개발진의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난을 쏟아냈다.

하지만 정작 마인크래프트의 공동체를 떠받쳐 온 게임의 오랜 개발자들은 이 결정을 환영하고 있다. 마인크래프트뿐 아니라 전통적인 게임사와 개발자, 게이머들은 NFT와 암호화된 분산 데이터베이스(DB)인 블록체인 기술이 게임에 끼어드는 게 마땅치 않은 분위기다. NFT 시장에서 사기 사건이 빈발하는 등 신뢰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모장 "희소성과 배제는 마인크래프트의 가치에 위배"

한국일보

마인크래프트 개발사 모장이 공지한 '마인크래프트와 NFT'는 마인크래프트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대체불가능토큰(NFT)의 발행을 불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마인크래프트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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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장스튜디오는 지난 20일 '마인크래프트와 NFT'란 제목으로 공개한 블로그 포스트를 통해 마인크래프트 기반의 블록체인과 NFT 프로젝트를 지원하지 않으며, 관련 NFT 생성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모장은 "최근 마인크래프트 공동체 구성원들이 NFT 및 블록체인에 대한 입장을 투명하게 설명해 달라고 요구한 바, NFT와 마인크래프트의 연결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지원하거나 허용할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모장은 그 이유로 "NFT는 희소성과 배제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소유권을 생성하는데, 이는 마인크래프트가 추구해 온 '창의적인 포용성'과 '함께 플레이하기'라는 가치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NFT는 투기'라는 표현도 썼다. 모장은 "NFT는 우리 공동체 전체에서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시나리오를 만들고, NFT의 투기적 가격 책정 및 사고 방식은 게임 플레이와 무관한 이익 추구를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앞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았지만, '포용성'이라는 가치가 지켜지는 것이 전제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NFT 측 "이것은 웹2와 웹3의 전쟁"

한국일보

마인크래프트를 기반으로 한 대체불가능토큰(NFT) 거래 구현을 시도하던 'NFT 월드' 소개 이미지.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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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크래프트를 기반으로 블록체인과 NFT 사업을 펼치던 기업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마인크래프트의 특정 '월드(지형)'를 NFT화해 거래하는 공간을 만들어 '마인크래프트와 NFT의 결합'의 선도적 사례로 꼽혔던 'NFT월드'는 이 다툼을 웹의 미래를 둘러싼 '구태와 혁신의 충돌'로 규정했다.

NFT월드는 26일 마인크래프트와 유사하지만 전혀 다른 자체 게임을 만들어 사업을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이것은 '웹2'와 '웹3'의 충돌로, 누가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을 가질 것인지에 대한 기술적인 투쟁"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웹2'란 보통 페이스북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유튜브 같은 영상 플랫폼 등, 참여형 서비스와 데이터 공유로 형성된 현재의 인터넷 구조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웹3'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서, 개인의 데이터 소유권이 개인에게 있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로 인식되고 있다.

NFT월드는 모장과 마인크래프트를 향해 "크리에이터와 사용자에 대한 존중이 없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또 2014년 모장과 마인크래프트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를 겨냥해서도 "항상 주주와 대차대조표만 생각하면서 혁신을 멀리하고 개발자 및 사용자를 등한시해 왔다"고 공격했다. 스스로를 "독립적인 제작자를 통한 혁신 정신"의 수호자로 칭하기도 했다.

게이머 "왜 NFT? 그냥 공유해도 되는데..."

한국일보

마인크래프트에서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캐릭터의 외양(스킨)은 인터넷 편집기 등을 통해 손쉽게 제작이 가능하며, 무료로 공유되는 스킨도 많다. 스킨덱스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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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크래프트는 게임의 지형과 규칙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도록 코드가 개방된 게임이라, 수많은 개발자들의 '재창작' 욕구를 자극해 왔다. 유튜브 등 영상 플랫폼에도 이를 활용한 이용자 제작 콘텐츠(UCC)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기에 NFT 월드 같은 블록체인 진영의 개발자들도 이 게임을 '메타버스'의 기반이자 NFT 경제 공동체의 시작 지점으로 여기고 마인크래프트와 NFT의 결합을 시도했던 것이다.

하지만 마인크래프트 공동체는 NFT 개발자들의 접근에 환영보다는 의구심을 표명했다. 이미 마인크래프트가 개방형 창작 플랫폼으로 충분히 잘 활용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NFT를 적용하려는 시도가 외려 '옥상옥'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NFT월드가 마인크래프트에서 NFT로 만들어 거래했던 아이템이 지형과 지도, 캐릭터의 외양(스킨) 등인데, 기존에 마인크래프트를 하던 사람들 대부분은 이미 직접 개발하고 공유하는 데 익숙한 것들이다.

NFT가 없던 기존에 개발자들의 수익 모델이 존재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마인크래프트를 기반으로 게임의 시스템과 내용 자체를 변경하는 '모드(모디피케이션)' 개발자들은 기존의 사용권 계약하에서도 자신이 개발한 게임의 서버 입장비를 받거나 아바타의 복장 아이템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얻고 있었다. MS와 모장도 캐릭터의 능력치를 판매하는 '페이투윈(P2W)' 금지, 마인크래프트 내 아이템과 현실 화폐의 교환 금지 등 몇몇 규정만 지킨다면 이런 수익화를 허용했다.

지난 1월엔 '마인크래프트 NFT' 사기 사건도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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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로 드러난 마인크래프트 NFT 프로젝트 '블록버스'의 로고.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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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게이머 사이에선 "NFT 자체가 사기"라는 적대적인 관념도 팽배하다. 지난 1월에 발생한 '블록버스' 사건은 이런 의심을 더욱 굳혔다. 마인크래프트를 기반으로 한 '플레이 투 언(P2E·게임하면서 돈 벌기)' 게임을 표방한 블록버스는 NFT 거래 플랫폼 '오픈시' 등을 통해 NFT 약 120만 달러를 판매한 후 홈페이지와 트위터, 디스코드 등 모든 소통 경로를 삭제하고 사라졌다. 전형적인 '러그풀' 사건이다.

노골적인 사기까진 아니더라도 많은 마인크래프트 게이머들은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다는 줄 알고 마인크래프트 서버에 들어갔더니 갑자기 NFT를 거래하는 서버로 바뀌었더라" 같은 경험을 공유하며 불쾌감을 표시해 왔다. NFT 개발 진영이 기존의 마인크래프트 이용자와 개발자를 끌어들이려 노력했지만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마인크래프트와 NFT의 결합을 표방해 온 NFT 월드의 이용자는 10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2021년 말 기준 1억4,100만 명에 이르는 이용자의 0.07%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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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소프트는 '고스트 리콘: 브레이크포인트'의 일부 아이템을 자체 코인과 NFT를 통해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 '쿼츠'를 운영했는데 이는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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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크래프트뿐이 아니다. 서구 게임업계나 게이머들은 NFT나 블록체인을 게임과 연결하려는 시도에 대체로 부정적이다. 유비소프트는 지난해 말 게임 속 아이템을 NFT로 만들어 거래하고 현금화도 가능한 플랫폼을 도입했다가 부정적인 반응만 얻었고, 거래 실적도 극도로 부진하면서 결국 적용을 포기했다.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온라인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은 블록체인이나 NFT와 연관된 게임의 유통을 금지하고 있다.

메타버스에 우호적인 것으로 유명한 에픽게임즈의 팀 스위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1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에픽게임즈 스토어(에픽게임즈가 운영하는 유통 플랫폼)에서 NFT 게임을 금지하지 않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것이 에픽게임즈가 자체 게임을 통해 NFT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스위니는 지난해 9월 게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블록체인 기술은 흥미롭지만 NFT 영역의 상당 부분이 사기와 엮여 있기 때문에 지금은 손댈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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