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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수돗물 유충 사태

창원 수돗물에 깔따구 유충…환경부 보고서 작년부터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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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조사위원들이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발견된 경남 창원시 진해구 석동정수장을 찾아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창원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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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7일부터 경남 창원시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애벌레)이 발견되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공무원과 시민단체, 학계 관계자 등이 참여한 특별조사위원회도 구성됐지만, 아직 정확한 유충 발생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나온 환경부 보고서 두 가지가 창원시 진해구 석동정수장 유충 발생 원인을 밝히는 데 참고가 될 전망이다. 하나는 석동정수장의 상수원수를 취수하는 곳에 깔따구가 대량 분포한다는 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깔따구의 알이 취수구를 통해 정수장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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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수돗물에서 발견된 깔따구 유충. [창원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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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수장 인근 강바닥 깔따구가 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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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창원시 석동정수장에 보내는 상수원수를 취수하는 낙동강 본포취수장 모습. 짙게 발생한 녹조를 밀어내기 위해 살수 장치를 가동하고 있다. [임희자 낙동강 네트워크 집행위원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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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낙동강 본포취수장 인근 낙동강에 남세균 녹조가 발생했다. [임희자 낙동강 네트워크 집행위원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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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보고서는 공주대·국립생태원 등이 작성해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에 제출한 '4대강 보 개방에 따른 수생태계 변화 조사(2021)' 용역보고서다.

연구팀은 낙동강 조사지점 중에 창녕함안보 하류의 지점(경남 창녕군 길곡면 마천리 1415)도 포함했는데, 이곳은 석동정수장 원수를 취수하는 본포취수장에서 상류로 5㎞가량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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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성 대형 무척추동물 낙동강 조사지점(일부). 지도에서 낙동강 보 하류라고 표시된 지점은 창녕함안보 하류지점으로 본포취수장보다는 5km 상류에 위치하고 있다. [자료: 국립환경과학원 '4대강 보 개방에 따른 수생태계 변화 조사(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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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에 따르면, 이곳 창녕함안보 하류 지점 강바닥에서 지난해 3~10월에 8차례 대형 무척추동물을 조사한 결과, 붉은색이 아닌(non-red type) 깔따구가 우점종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3월 말에는 90.6%, 지난해 7월 말에는 62.9%를 차지하는 등 지난해 1년 전체로 깔따구가 전체 대형 무척추동물 중에서 평균 69.9%를 차지했다. 두 번째로 많은 것이 실지렁이로 연평균 7.3%를 차지했다.

지난해 6월 말의 경우에도 붉은색이 아닌 깔따구가 우점종이었으나 49.5%로 줄었다. 대신 붉은색(red type) 깔따구가 26.9%를 차지했다. 두 가지 깔따구를 더하면 76.4%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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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빗이끼벌레.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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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대형 무척추동물 종수는 17종이었는데, 흐르는 물에서 나타나는 종류인 유수성(流水性) 종은 2종이었다. 전체 개체가 ㎡당 평균 117.5마리였는데, 유수성 종은 ㎡당 0.2마리에 불과했다. 조사지점이 호수나 다름없는 정체 수역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2020년 8월 말 대형 무척추동물로 태형동물에 속하는 큰빗이끼벌레가 우점종으로 관찰되기도 했다. 큰빗이끼벌레는 고여있는 물에서 나타나는 생물이다.

보고서는 "2019년, 2020년과 비교하면, 조사 시기별로 차이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깔따구류(non-red type)가 우점종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이 보고서를 지난달 별도의 브리핑 없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했다.



정수장 침전지가 산란장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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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동정수장 수돗물 생산 과정. [창원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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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정수처리시설 사례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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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에는 전남대·고려대 등은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에 '국내 깔따구 종류 및 분포현황 조사 연구 최종보고서'를 제출했고, 최근 중앙일보가 입수했다.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취수장 및 인근 수계에서 서식하는 깔따구의 지속적인 정수장 시설 유입 및 번식이 확인됨에 따라 정수장 및 취수원 인근 수계에 존재하는 깔따구에 대한 조사 및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며 연구 배경을 밝혔다.

연구팀은 낙동강 수계 김해 삼계정수장을 포함해 국내 8개 정수장과 취수구, 인근 하천에서 깔따구 서식 실태를 조사했다. 이를 통해 발견된 깔따구는 총 3아과(亞科) 19속(屬) 25종(種)이었다.

삼계정수장 인근 낙동강에서는 8종이 관찰됐는데, 숲아기깔따구(Cricotopus sylvestris)가 4455마리 중 3296마리로 전체의 74%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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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깔따구 유충들. [자료: 국립생물자원관 '국내 깔따구 종류 및 분포현황 조사 연구 최종보고서'(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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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고서는 정수장 깔따구 오염 방지 대책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우선 정수장 침전지가 깔따구 유충의 번식 장소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칫 잘못하면 침전지가 유입된 유충이 성장하는 인큐베이터가 될 수 있고, 성충으로 자라난 뒤 다시 이곳이 산란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침전지에 들어온 유충이 자라지 못하도록 침전지 내 거품이나 찌꺼기를 제거하고, 위생 세척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침전지를 덮개로 덮어 깔따구의 산란을 막아야 하지만, 일단 유충이 성충이 됐다면 인근 수변공간으로 날아갈 수 있도록 덮개를 열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취수구가 깔따구 유입 통로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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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본포취수장 취수구. [임희자 낙동강 네트워크 집행위원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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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또 "정수장 취수구가 녹조 등을 차단하는 조류(藻類) 차단막 안쪽에 있거나 물이 고여있는 정수역에 있을 경우 깔따구의 산란 가능성이 높다"며 "취수구 위치를 조절할 수 있다면, 바닥에 사는 깔따구 유충이 취수구로 들어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깔따구가 우화(羽化·날개가 돋아 성충이 됨)하는 시기와 산란 시기에는 표층의 취수를 피할 것을 권했다. 물 위에 떠다니는 알이 취수구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상류의 보에서 방류할 경우에는 바닥에 살던 유충이 떠오를 수 있기 때문에 방류 초기에는 취수를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가 내린 뒤 인근 지천에서 하천수가 유입될 경우에도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취수구 인근, 조류 차단막 안쪽에 깔따구 산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물의 표면에 흐름을 일으킬 수 있는 수면 파동 발생장치 나 살수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연구팀은 "전국 주요 취수원을 대상으로 깔따구·실지렁이 등에 대한 정밀한 분류학적·생태학적 연구가 필요하다"며 "깔따구를 포함한 대량 발생 가능성이 있는 종에 대해 상시적으로 예찰하고, 유해 생물 대량 발생 경보시스템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본포취수장 깔따구 대비 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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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본포취수장 상수원수를 모아놓은 착수정의 모습. 상수원수에 거품이 보이고, 깔따구 같은 유충이 쉽게 알을 낳을 수 있는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임희자 낙동강 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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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동정수장 특조위에 참가하고 있는 임희자 낙동강 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은 "본포 취수장 현장 조사에서 깔따구 알이나 유충이 취수를 통해 정수장에 유입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본포취수장 취수구 2곳 가운데 1곳에는 조류 유입을 막는 살수장치나 수차(물레방아)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살수장치도 낮에만 가동하고 깔따구가 산란하는 야간에는 가동하지 않았다.

임 위원장은 "취수한 낙동강 물을 모아 놓은 착수정이나 중간에 있는 주남저수지 가압장의 경우 방충망이나 뚜껑 없이 열려있는 구조여서 깔따구가 알을 낳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물이용기획과 관계자는 "석동 정수장 주변의 깔따구가 정수장에 들어와 산란했을 가능성도 있고, 깔따구 알이나 유충이 취수구를 통해 정수장으로 들어왔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취수구를 통해 들어왔다면 알이나 유충이 모래 여과지를 통과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침전지에서 우화한 다음 정수장 내부에서 날아다니다 활성탄 여과지에 산란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모기와 비슷해도 물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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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로노무스(Chironomus) 속 깔따구 성충. [International Letters of Natural Science,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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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생물자원관 보고서에서는 깔따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깔따구는 절지동물문 곤충강 파리목 깔따굿과에 속하는 무척추동물로 유충은 수중생활을 하는데, 하천·호수·해양 등 광범위한 분포를 보인다. 깔따구는 국내 하천 생태계에 서식하는 무척추동물 중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가장 흔하다.

유충은 머리와 가슴 3마디, 배 9마디로 이루어진 가늘고 긴 원통형이며, 앞가슴에 1쌍의 헛팔이 있다. 헤모글로빈을 지닌 키로노무스(Chironomus) 속은 붉은색을 띠어 붉은지렁이(bloodworm)라고 부르기도 한다.

유충은 4령까지 탈피를 계속하는데, 종에 따라서는 유충시기가 2주에서 4년까지 이어진다. 4령기에는 유충의 가슴이 부풀어 올라 번데기 단계로 진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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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로노무스(Chironomus) 속 깔따구 유충. 헤모글로빈을 갖고 있어서 붉게 보인다. [International Letters of Natural Science,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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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따구는 짧은 번데기 시기를 거친 후 성충이 되는데, 모기와 매우 유사한 형태로 바뀐다. 깔따구 입은 모기와 달리 동물과 사람의 피부를 뚫고 찔러 넣을 침이 없다. 성충 시기는 매우 짧아 먹지도 않고 생식·산란만 하고 생애를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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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다구 생활사. [자료: 전남대 곽인실 교수. 국립생물자원관 '국내 깔따구 종류 및 분포현황 조사 연구 최종보고서'(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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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수돗물에 있는 깔따구 유충 자체는 먹더라도 몸에 해롭지 않지만, 정수장 운영관리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수돗물에서 유충이 나와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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