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은행들의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이 26.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소비자들의 대출 금리 인하 요구 10건 중 7건은 은행에서 거절했다는 뜻이다. 금리 인상기에 통계 착시까지 겹치면서 금리인하요구권이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인터넷은행의 2021년 금리 인하 요구 건수는 88만2047건이었다. 이 중 은행들이 금리 인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은 23만4652건(26.6%)뿐이었다. 작년 은행권의 금리인하요구권이 인정된 대출액 규모는 8조5466억원이다. 전년(10조1598억3600만원)보다 1조6132억3600만원 줄었다.
금리인하요구권은 대출자의 재산이 늘거나 신용점수가 오르는 등 소득 수준이 오르고 신용 상태가 좋아졌을 때 대출자가 은행 등 금융사에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2019년 6월 법제화됐다.
하지만 고객의 금리 인하 요구를 금융사들이 인정한 단순 수용률은 매년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 평균 수용률을 보면 2018년 32.6%에서 2019년 32.8%, 2020년 28.2%, 2021년 26.6%로 계속 줄었고 최근 3년 새 20%대로 떨어졌다. 은행별 수용률을 보면 NH농협은행이 95.6%로 가장 높았다. 금융소비자가 금리 인하를 요구했을 때 대부분 수용했다는 뜻이다. 이어 우리은행(63.0%), 하나은행(58.5%), KB국민은행(38.8%), 신한은행(33.3%) 순이었다.
물론 단순히 수용률로 은행별 우열을 따지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신한은행은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비대면으로도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동일한 계좌에 대한 중복 요구권 발동 등 신청 건수에 허수가 많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 신한은행의 작년 요구권 접수 건수는 12만9398건으로, 다른 시중은행 접수 건수를 다 합친 것보다 2배 이상 많았다. 금리 인하 요구가 받아들여진 대출 금액 기준으로 봐도 신한은행이 2조2216억원으로 시중은행 중 가장 많았다.
금리인하요구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금융당국은 이달부터 금융사에 금리인하요구권 운영 실적을 비교 공시하도록 했다. 금리 인하 요구가 수용되지 않았다면 신청인이 그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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