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대구 문산취수장 앞 낙동강 짙은 녹조가 발생했다. 녹조 원인 생물인 남세균이 덩어리를 이루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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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대구시 정수장 수돗물에서 녹조 독소가 검출됐다는 주장에 대해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이 검사 방법을 문제 삼았으나, 오히려 12년 전에는 환경과학원이 이 방법을 적극적으로 추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일보 취재 결과, 환경과학원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물 환경연구소 소속 연구원 8명은 2010년 11월 대한 상하수도학회와 한국 물 환경학회가 공동 주최한 학술대회에서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 제목은 '신속 간편한 남조류 독소 모니터링을 위한 마이크로시스틴 분석법 비교'였다.
녹조 원인 생물인 남조류, 즉 남세균(Cyanobacteria)의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을 분석하는 세 가지 방법을 서로 비교한 것이다. 바로 전통적인 기기분석 방법인 액체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LC/MS/MS)과 면역학적 방법인 효소결합 면역 흡착 분석법(ELISA), 효소학적 방법인 단백질 인산화 효소 저해 분석법(PPIA)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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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모니터링 방법으로 충분"
남세균이 생성하는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의 분자 구조. 아미노산 종류에 따라 200여 가지로 구분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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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2009년 6~10월 낙동강 물금 등 4대강 본류·지천·댐 등 9곳에서 총 18차례 물 시료를 채집해 세 방법으로 분석했다. 물금 지점에서는 LC 분석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4375ppb가 검출됐고, ELISA 법으로는 2500ppb, PPIA법으로는 3000ppb가 검출됐다.
18개 시료 전체에서 ELISA 측정값은 LC 측정값의 36~279% 범위였고, 50~200% 범위에 드는 경우는 14개였다. PPIA 측정값은 LC 법의 36~222%였고, 50~200% 범위에 든 시료는 11개였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ELISA와 PPIA 두 방법 모두 신속, 간편한 마이크로시스틴 분석법으로 사용되기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논문에서는 또 "조류 예보제 실시와 관련해 남조류 발생 초기 단계에서부터 남조류를 모니터링하는 방법으로 PPIA와 ELISA를 제안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ELISA나 PPIA의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능력을 인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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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신뢰도 낮은 방법" 깎아내려
최근 낙동강에 녹조 발생이 증가한 가운데 홍태용 경남 김해시장이 여름휴가 기간인 3일 오후 김해시 상수원인 생림면 창암 일대 낙동강을 찾아 취수공정 전반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해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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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달 부경대 식품영양학과 이승준 교수가 고산·문산·매곡 등 대구시 정수장 3곳의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을 0.226~0.28 ppb 농도로 검출했다고 발표하자 다른 입장을 밝혔다.
환경과학원 측은 자료에서 "이 교수팀이 사용한 ELISA도 미국 환경보호국(EPA)에서 제시하는 조류독소 분석법이지만, 표시한계(Reporting Level)가 0.3ppb로서 0.3 ppb 미만의 값은 신뢰도가 낮아 검출량을 산정하는 자료로 활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분석시간이 빠르고 비용이 적게 드는 반면 정확도가 낮은 분석법으로서 조류 독소의 유무를 신속히 판단하기 위한 스크리닝 목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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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량 ELISA는 정량도 가능" 반박
낙동강네트워크·낙동강대구경북네트워크 등 영남권 환경단체 회원들이 지난 1일 오전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대구 수돗물 녹조 독소 검출과 관련해 환경부와 대구시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달성군 매곡정수장 인근 낙동강에서 퍼온 물을 투명 용기에 따르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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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교수는 "ELISA도 마이크로시스틴 정량에 사용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자신이 사용한 ELISA 키트의 검출한계는 0.1ppb이고, 0.15ppb 이상에서는 정량분석, 즉 양을 측정할 수 있다고 했다. 사용한 키트마다 성능이 다르고, 실험실마다 정량한계 등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4일 통화에서 "(2010년 논문에서 보듯이) 이미 국가 연구소에서 방법에 대한 분석을 끝냈고, ELISA 또한 적합하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라며 "ELISA도 민감도나 정확도에서 계속 개선되고 있어서 녹조 모니터링에 사용하기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잠재적 위해성을 고려한다면 지금의 측정방법(LC법)을 재검토하고 과학발전에 맞춰 녹조 모니터링 시스템도 지속해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이 과장은 "앞으로 LC법과 ELISA를 병행하는 방안을 환경부와 협의하고, 관련 연구도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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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취 방법 따라 농도 수천 배"
대구시민 50%가 마시는 수돗물을 원수를 취수하는 매곡취수장 앞 낙동강에 녹조가 진하게 발생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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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환경과학원의 2010년 논문에 따르면, LC법을 사용했을 때도 2009년 6월 4일 낙동강 본류 물금 시료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4375ppb가 검출됐고, 2009년 6월 19일 금강수계 산북천에서는 3779ppb가 검출됐다. 남한강 지류인 제천천에서도 132~3150ppb가 검출됐다.
최근 상수원수에서 보고되는 마이크로시스틴 농도가 1~2ppb 정도인 것과는 큰 차이다.
이 과장은 "2009년 당시 연구팀에서 녹조 생물의 덩어리까지 포함해 분석했기 때문"이라며 "정수장 상수원수는 표층이 아니라 중간 깊이에서 취수하기 때문에 마이크로시스틴 농도가 높지 않다"고 말했다.
하천을 흘러가는 물을 직접 분석하는 것은 아니고, 취수구를 통해 들어온 상수원수를 분석한다는 것이다.
상수원수 중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가장 높았던 것은 2009년 낙동강 부산 화명정수장 상수원수에서 측정된 57ppb였다고 설명한다(2012년 9월 17일자 환경부 보도자료).
환경단체 관계자가 4일 낙동강 하류지점인 경남 김해시 대동면 김해어촌계 대동선착장에서 녹조가 창궐한 낙동강 물을 와인 잔과 손으로 받아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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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대로라면 강에서 녹조가 심하더라도 시료를 어느 수심에서 채집하느냐, 강 한가운데 혹은 강기슭에서 채취하느냐에 따라 마이크로시스틴 농도가 수천 배까지도 차이가 날 수 있다. 여기에다 분석할 시료를 전(前)처리하는 과정에서 세포에 붙어있는 마이크로시스틴을 효과적으로 떼는 것도 중요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시민의 건강을 지켜내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상수원수 속의 마이크로시스틴을 쉽게 신속하게 찾아내고, 수돗물 생산 과정에서 제대로 걸러냈는지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만 있다면 LC법이든 ELISA든 어느 하나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4일 낙도강 하류지점인 경남 김해시 대동면 김해어촌계 대동선착장에서 낙동강네트워크·대한하천학회·환경운동연합 등이 낙동강 국민체감 녹조 현장조사 출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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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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