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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머스크 두고 보자"더니…러시아의 뜻밖의 반격?[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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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링크 위성에 러시아 위성 파편 위협 급증

841개 위성에 6000여회 근접해 회피 기동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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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조기 승리에 실패해 곤욕을 치루고 있다. 특히 미국의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가 스타링크 위성을 동원해 우주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바람에 전황이 생중계 되고 되레 역습을 당했다. 러시아는 전파 방해ㆍ해킹 등 반격을 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그런데 우주 공간에서 뜻하지 않은 방식으로 머스크의 스타링크 위성을 향한 '역습'에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현지시간) 스페이스뉴스에 따르면, 미국의 안보 싱크탱크 '시큐어월드 재단'은 이달 초 개최된 '소형 위성 컨퍼런스'에서 이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우주 물체 추적 전문업체인 'COMSPOC'의 댄 올트로게 이사는 이 자리에서 러시아가 지난해 11월 위성요격미사일(ASAT) 실험으로 파괴한 코스모스1408호의 파편군들이 스타링크 위성을 위협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스모스1408호의 파편들은 위성 파괴 후 수만개가 형성돼 현재 태양동기궤도를 돌고 있는데, 마침 스타링크 위성들의 궤도와 겹치면서 가까이 접근하거나 부딪힐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올트로게 이사에 따르면 현재까지 발사된 스타링크 위성의 약 30%인 841개가 약 6000회 정도 러시아 위성 파편의 위협에 시달렸다. 주변 10km 내에 코스모스 1408호의 파편이 접근한 것이다. 스페이스X사가 이에 대응해 얼마나 많은 회피 기동을 실시했는지는 불분명하다. 특히 스페이스X사가 지난 10일과 22일 잇따라 스타링크사의 최신 버전인 '그룹 3' 위성들을 북극 궤도에 투입시키면서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이 위성들이 투입된 궤도가 하필이면 러시아 위성 파편들이 퍼져 있는 궤도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사는 개별 스타링크 위성들이 파편이 다가올 경우 자동으로 회피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아직까지는 피해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는 2021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스타링크 위성이 약 7000회의 회피 기동을 실시했는데, 이중 약 1700회가 코스모스 1408위성의 파편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위성들은 회피 기동으로 연료를 소모하면 수명이 단축되기 때문에 파괴되지 않더라도 운영 업체 측의 피해는 일정 정도 불가피하다. 또 전문가들은 스페이스X사의 스타링크 위성들 외에 다른 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올트리게 이사는 "스타링크가 비록 자동화된 기술로 파편을 피해가고 있다지만 그런 기술이 없는 다른 위성 운영자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라며 "특히 파편이 다른 궤도에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머스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의 요청으로 미국 정부와 함께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단말기 5000개를 긴급 제공했다. 이 인터넷 단말기들은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집단 학살이나 전투 상황 등을 전세계에 알려 반전 여론을 고조시키는가 하면 위치 정보 제공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지난 4월 초 러시아 흑해함대의 기함 '모스크바호'를 미사일 2방으로 침몰시키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러시아는 스타링크 위성에 대해 전파방해나 해킹 등 공격을 가하고 파괴령을 내리는 한편 머스크를 향해 "당신은 어른답게 책임을 져야한다"고 위협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는 "내가 만약 미스터리한 이유로 죽게 된다면, 그동안 여러분을 알게 되서 반가웠다"는 글을 SNS에 올리는 등 쿨하게 반응했다. 또 “(우크라이나) 전투 지역 근처의 몇몇 스타링크 단말기들이 몇 시간 동안 동시에 전파 방해를 받았다”면서 바쁘게 대응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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