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 회원들이 12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만희 신천지예수고 증거장막성전 총회장 고발 및 직접피해자 보상을 위한 제2차 청춘반환소송에 대해 밝히고 있다. 2020.3.12/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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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라는 사실을 숨기고 교리를 가르쳐 피해를 입었다며 신천지 탈퇴 신도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대법원이 "신천지의 배상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조재연)는 11일 신천지 신도로 활동하다 탈퇴한 A씨 등 3명이 신천지 교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일부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신천지 옛 신도 3명은 2018년 12월 "신도 활동 과정에서 정신적인 고통을 받았다"며 신천지 교회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신천지 신도들이 마치 다른 교단 소속 신도나 목사인 것처럼 속이고, 신천지의 교리를 배우게 해 세뇌당했다"며 "신도로 활동한 기간에 얻을 수 있었던 수입과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 등을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신천지의 선교활동의 불법성을 인정하며 A씨와 B씨에 대한 위자료 500만원을 인정하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1·2심 재판부는 "피고 교회는 다른 교회 신도였던 사람을 상대로 처음엔 신천지 교회 소속임을 숨긴 채 접근해 친절을 베풀고, 객관적 사실을 알려주는 주위 사람과 관계를 끊게 했다"며 "사실상 자유의지를 박탈한 상태에서 교인이 되게 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전도 방법이 사기 범행이나 협박 행위와 비슷한 만큼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피고 교회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로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신천지의 선교행위로 인한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선교행위가 정도를 벗어나 목적과 방법이 사회적 상당성을 잃고 상대방의 종교선택의 자유를 상실시키는 정도에 이른 경우에는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면서도 "(이 사건은) 피고들의 선교행위가 사회적 정당성을 잃거나 원고들의 종교선택의 자유를 상실시키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은 선교행위로 종교선택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상실됐는지 여부는 상대방의 나이, 학력, 기존 신앙생활 등 사회적 경험을 고려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피고들이 신천지 소속이고 그 교리를 배운다는 사실을 인식한 후에도 교육을 중단하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강압적인 요소도 없었다"며 "신앙활동 과정에서 특별히 재산상 불이익을 입었다거나 일상생활에 중대한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종교단체 소속 신도의 선교행위도 사회적 정당성을 잃고 상대방의 종교 선택의 자유를 상실시키는 정도에 이른 경우,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이 성립될 수 있음을 최초로 선언했다"며 "명시한 판단기준은 향후 유사 사건을 담당하는 하급심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세연 기자 2count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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