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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한 · 중 수교 주역 "영리한 토끼는 굴 2개 이상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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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맺은 지 30년. 이 기간 동안 두 나라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고,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습니다. 한국의 대중국 교역액은 1992년 64억 달러에서 지난해 3,015억 달러(약 394조 원)로 47배 급성장했습니다. 중국은 한국의 가장 큰 교역 상대국이 됐습니다.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지난 2000년 우리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중국산 마늘의 관세를 대폭 올렸다가, 중국이 한국산 휴대폰 등의 수입을 중단하면서 촉발된 이른바 '마늘 분쟁'이 있었고, '동북공정'으로 대표되는 역사 왜곡 논란이 있었습니다. 김치와 한복의 기원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 되풀이되고, 2016년 시작된 사드 분쟁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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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한·중 수교 협상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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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화하는 미·중 갈등 속에 한국 외교는 선택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30년 전 한·중 수교 협상을 책임졌던 주역은 지금의 한·중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한·중 수교 실무 협상 대표를 맡았던 권병현 전 주중 대사의 얘기를 들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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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수교 실무 협상 대표를 맡았던 권병현 전 주중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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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금의 한·중 관계를 어떻게 보십니까.
A. 한·중 관계는 과거든, 지금이든, 미래든 우리가 소홀히 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입니다. 대단히 중요한 우리 외교의 현장입니다. 수교 이후 우리도 발전했고 중국도 발전했습니다. 중국은 G2가 됐고 우리는 선진국이 됐습니다. 이런 것이 한·중 수교와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수교 이후 양국 간의 급속한 교류와 교역량의 증가, 경제·기술·문화 협력의 증대 등은 어느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는 하나의 현실입니다. 일희일비하는 것보다는 다소 어두운 면도 있겠지만 좀 밝은 면을 보고 가야 합니다. '음수사원(飮水思源)'이란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물을 마실 때 그 물이 어디서 왔는지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안 좋았던 일들도 있지만 수교 이후 우호 증진, 위상 상승 등을 더 많이 봐야 합니다. 중국의 친구들한테도 '음수사원'으로 서로를 생각하자고 자주 이야기합니다.

Q. 새 정부 들어 중국보다는 미국과 가까운 행보가 이어지고 있는데, 한·중 관계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A. 한·중 관계는 한국의 입장에서뿐만 아니라 중국의 입장에서도 하나의 현실입니다.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고, 이사 가고 싶어도 이사 갈 수 없습니다. 서로 비중을 두고 서로 중시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미국이라는 우리의 동맹, 한국전쟁 이후 우리와 특수 관계에 있는 거대한 나라가 있는 것도 현실이지만, 미국의 현실과 중국의 현실은 다릅니다. 새롭게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한국은 이 두 개의 현실을 어떻게 안고 가야 하는지 고민하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영리한 토끼는 결코 굴을 하나만 파고 살지 않습니다. 두 개 이상의 굴을 파고 사는 것이, 우리가 아직 포식자가 되지 못한 비포식자의 입장에서는 현명한 선택이라고 봅니다. 이런 슬기와 지혜를 한국인은 DNA에 지니고 있다고 봅니다. 어떻게 하든지 미국과도, 중국과도 잘 지내야 합니다. 그것이 한국 외교의 숙명이고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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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병현 전 주중 대사는 미·중 갈등과 관련 "영리한 토끼는 굴을 두 개 이상 파고 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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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한·중 수교 당시 노태우 대통령은 어떤 의도로 북방 외교를 펼쳤다고 봐야 하나요.
A. 경제적인 면도 있었겠지만 북방 외교의 핵심은 우리의 안보와 통일이라든지 여러 가지 좀 더 큰 비전 속에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중국 덩샤오핑의 이니셔티브(주도권)만 가지고는 한·중 수교가 이뤄지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노태우 대통령의 북방 외교가 맞장구가 돼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합니다. 노태우 대통령은 타이완과 관계 단절을 각오하면서까지, 그에 대한 엄청난 파장을 각오하면서까지 중국과 결단을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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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수교 당시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 태극기와 오성홍기가 나란히 내걸리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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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타이완 방문 이후 주변의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졌는데 한국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요.
A. 펠로시 의장이 타이완도 방문했지만 한국도 방문하는 것을 보면서 여러 감회가 일었습니다. 한국의 외교가 얼마나 치밀하고 섬세해야 하는지를 느꼈습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국가와 미국이라는 슈퍼파워 속에서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 나라의 권위와 국익, 국민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어느 때보다 외교의 섬세한 치밀성이 요구되는 시점이 지금이 아닌가 싶습니다.

Q. 중국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감정이 좋지 않습니다. 중국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A. 중국은 가까운 이웃이면서도 보통 이웃이 아닙니다. 우리보다 훨씬 큰 땅덩어리와 훨씬 많은 인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과거 역사 속에서도 우리가 상대하기에 벅찰 때가 있었습니다. 어쩌면 미래에도 이런 현실이 계속될 수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우리는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과거에도 슬기롭게 대처해 왔듯이, 현재와 미래에서도 우리는 새로운 지혜를 발휘해야 합니다.
김지성 기자(jisu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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